◇“세계는 한 송이 꽃이요, 온 누리 모든 이가 동포요 가족”

▲ 노규수<법학박사, 해피런(주) 대표>
▲ 노규수<법학박사, 해피런(주) 대표>
지구촌(地球村)이라는 말이 있다. 촌(村)이라는 글자에서 보듯이 도시적인 분위기는 아니다.

반면 ‘도시’는 세련된 느낌이다. 고양이 눈을 뜬 아가씨들이 미니스커트를 입고 향수를 풍기며 지나가는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왠지 분위기나 느낌이 도도하고 쌀쌀맞다. 너는 너고, 나는 나라는 대립적이고 이해타산적인 냄새가 강하다.

그에 비해 ‘촌’이라는 단어에서는 흙냄새가 물씬 난다. 댕기머리 아가씨들이 모여 냉이를 캐고, 오줌 싼 개똥이가 키를 둘러쓰고 쇠똥이네 집으로 소금을 얻으러오는 모습도 연상된다.

그런 개똥이를 보고 김서방과 이서방이 함께 웃는 분위기... 그럴 정도로 윗집과 아랫집간의 벽이 없다. 끈으로 저고리 앞섬 가슴을 꽁꽁 동여매고 있었던 ‘흉금(胸襟)’을 터버렸다는 얘기다.

지구촌이란 그런 촌 동네다.

당연히 콘크리트 벽으로 가로 막힌 회색빛 도시는 아닌 곳이다. 비록 윗동네 아랫동네 구분은 조금 있을지라도 잔칫날이면 다 같이 모여 음식을 나누고 즐거워하며, 초상이 나면 다 같이 모여 눈물콧물 범벅이 될 정도로 슬픔을 함께 나누는 곳일 것이다.

영어로 ‘글로벌 빌리지(global village)’라는 ‘지구촌’이라는 단어는 제2차 세계대전이 종식되던 1945년에 처음 쓰였다.

영국의 공상과학 소설가 아서 클라크(Arthur Charles Clarke)가 제시한 지구의 미래상이 바로 지구촌이었다. 한 동네로 한정된 촌이라는 곳에서는 흉금을 털어놓을 만큼 서로간의 소통이 자유롭듯이, 클라크가 우주과학의 미래에 대한 놀라운 통찰력으로 보여준 지구촌에서의 소통 역시 자유로웠다.

그것이 현대적인 통신의 발달, 인터넷의 출현으로 이어졌다. 클라크는 당시 ‘와이어리스 월드(Wireless World)’라는 잡지를 통해 인공위성을 이용한 지구촌을 커버하는 통신의 개념을 예견했던 것이다.

그의 통신위성 꿈은 1965년에 현실로 이어졌고, 지금은 인터넷, SNS 등으로 일상적인 생활환경으로 변해 버렸다. 결국 지구촌이란 지구인 전체가 하나의 시골 촌동네 사람들과 같이 모여 사는 공동체사회로 인식되게 됐다.

그런 지구촌 사회에 사는 사람들을 한마을 사람들로 보자고 했다. 너는 너, 나는 나라는 도시적인 쌀쌀맞음에서 벗어나 정다운 이웃으로 대우하자고 했다. 그것이 2007년 처음 한국에서 나타난 ‘세계인(世界人)’의 개념이다.

비록 일본사람, 북한사람, 태국사람, 중국사람이라 하여 태어난 동네는 다르더라도 지금은 한동네에 모여사니 한마을 사람이라는 것이다. 그러니 촌동네 김서방 이서방과 같이 함께 웃고 울자고 했다.

그런 날과 정신을 기념하여 2007년 한국에서 만든 날이 바로 5월20일 ‘세계인의 날’이다.

한국 정부는 이날을 영어로 투게더데이(Together Day)라고 번역하는 센스를 발휘했다.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정신을 강조한 것이다. 그래서 5월20일부터 26일까지 1주일간을 세계인주간으로 삼고 ‘함께 살자’고 다짐하는 나라가 바로 한국이 됐다.

한국의 다문화사회를 보다 성숙한 단계인 공동체구조로 끌어올리려 했던 것이다. 세계인의 날을 제정하면서 당시 김성호 법무부장관은 다음과 같은 연설을 했었다.

“세계일화 사해일가(世界一花 四海一家)”

세계는 한 송이 꽃이요, 온 누리 모든 이가 동포요 가족이라는 부처님 말씀을 인용한 것이다.

지구촌에 사는 사람들 모두가 세계인이겠지만, 당시 정부가 강조하고 부탁했던 것은 한국에 와 있는 외국인들은 한동네 사람이니 촌에서 생활했던 것처럼 서로를 배려하며 상부상조하자는 것이었다.

우리 사회구성체 원류는 바로 이 같은 홍익인간 정신이었던 것이다. 따라서 최소한 5월26일까지 이어지는 세계인주간 만큼은 우리 모두가 홍익인간 정신을 되새겼으면 하는 바램이다.

▶필자 노규수 : 1963년 서울 출생. 법학박사. 2001년 (사)불법다단계추방운동본부 설립 사무총장. 2002년 시민단체 서민고통신문고 대표. 2012년 소셜네트워킹 BM발명특허. 2012년 대한민국 신지식인 대상. 2012년 홍익인간 해피런㈜ 대표이사. 2013년 포춘코리아 선정 ‘2013 한국경제를 움직이는 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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