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익인간의 공동체적 삶을 발전시킨 원동력은 결국 ‘산고감신함의 어울림’이었다.

▲ 노규수 <법학박사, 해피런(주) 대표>
▲ 노규수 <법학박사, 해피런(주) 대표>
중국음식 주문할 때 먹고 싶은 짬뽕을 포기해야 하는 경우를 경험했을 것이다. 짜장 여덟에 짬뽕 둘이면, 절대 다수인 짜장으로 통일되는 것이 ‘빨리빨리 문화’의 또 다른 단면이기 때문이다.

중국집 주인이 이것저것 만들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고, 그 때문에 늦게 먹을 것이 염려돼 짧은 시간에 대량생산이 가능하도록 단품으로 주문해버리는 것이다.

그래서 나온 전통의 우리 음식이 비빔밥이다. 밥과 나물, 고추장만 있으면 이것저것 가릴 것 없이 뚝딱 비벼먹을 수 있어 성질 급한 한국인의 ‘빨리빨리’ 입맛에는 제격이다.

한류 바람을 타면서 다분히 한국적인 비빔밥이 한국의 맛으로 각광받고 있다. 기내식으로도 제공돼 외국인들도 많이 좋아한다고 한다.

그것이 바로 오미(五味)의 융복합 맛이다. 한국의 자연산 식재료에 들어 있는 산(酸) 고(苦) 감(甘) 신(辛) 함(鹹)의 다섯 가지 통일된 맛의 조화다. 정부는 세계인을 향해 이 오미를 ‘한국의 맛’으로 선언했다.

지난 1월20일 문화체육관광부가 ‘2016 한국관광의 해’ 행사를 중국 베이징에서 열면서 유커(중국인관광객) 800만 명 유치를 위한 슬로건으로 내건 한국의 미(美)가 바로 한국의 오미오미(五美五味), 즉 ‘다섯 가지의 아름다움과 다섯 가지의 맛’이었던 것이다.

오미 중에서 산(酸)은 간으로 들어가 흩어진 기(氣)를 모아주는 수렴(收斂)작용을 한다는 신맛이다. 고(苦)는 심장으로 들어가 열을 내리고 살균 이뇨작용을 한다는 쓴맛이다.

감(甘)은 비장으로 들어가 식욕을 증진시키고 독성을 중화시킨다는 단맛이고, 신(辛)은 폐로 들어가 기(氣) 혈(血) 진액(津液)을 원활하게 하여 양기를 돋운다는 매운맛이며, 함(鹹)은 신장으로 들어가 연화작용을 통해 대소변을 원활하게 하고, 통증을 치유한다고 알려져 있는 짠맛이다.

이 맛은 요리대국이라는 프랑스나 중국에서도 찾을 수 없는 묘미다. 한국의 하늘과 바람, 물과 흙에서 우러나오는 오묘한 맛이다. 우리의 산하에서 자라는 농작물과 풀, 나무에 깃들여 있는 그윽한 맛이라고 한다. 그러니 외국인들에게는 더욱 이국적이며 생소한 맛인 셈이다.

필자는 지난 5월25일 회사 창립 7주년을 맞아 충청도 수안보 야생농장에서 친지들과 함께 백화(百花) 비빔밥 잔치를 열었다.

주로 야생농법으로 재배된 약초와 산나물을 포함해 100가지 꽃들이 비빔밥 재료가 됐기 때문에 ‘백화비빔밥’이라 명명했다. 그래서 그런지 오미의 맛이 온몸을 휘감아 돌 만큼 진한 자연의 향기를 음미할 수 있었다.

그렇듯 한국의 비빔밥은 21세기형 융복합(融複合. Convergence)의 문화다. 하나의 재료에서 나오는 맛보다는, 여러 재료의 융복합에서 나오는 오미의 맛을 느끼고자 하는 풍미(風味)다. 또한 영양학적으로도 매우 우수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비빔밥은 넣는 재료가 너무나 다양하기 때문에 정형화된 레시피(Recipe)가 없다. 하지만 조선 말기의 요리책인 <시의전서(是議全書)>에 적힌 내용을 보면 지금의 비빔밥과 비슷하다. “밥에 재워서 볶은 고기와 함께 각종 볶은 채소를 놓고, 그 위에 다시마를 튀각으로 만든 다음 부셔서 넣고 밀가루를 묻힌 계란과 깨소금을 뿌려서 비벼 먹는다”는 기록 때문이다.

그런 점이 외국인들도 인정하는 비빔밥의 맛과 영양이다. 그러나 산(酸) 고(苦) 감(甘) 신(辛) 함(鹹)의 오미로 인체를 정비하는 원리를 그들은 모를 수 있다. 그것이 식품에 대한 우리 내면의 정서였고, 우리의 음식문화로 은은히 이어져 왔던 것이다.

한국인의 인생도 마찬가지 논리일 것이다. 그래서 비빔밥처럼 수많은 사람들과 만나 부딪히고 살면서 인생의 신맛, 쓴맛, 단맛, 매운맛, 짠맛을 고루 맛보고 극복해나가게 되는 것이다. 한국인이라면 누구든지 바로 그 ‘밥심’을 자신과 사회를 발전시키는 ‘도약의 원동력’으로 승화시킬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다.

따라서 아시아를 넘어 세계로 향하는 21세기 한류의 맛과 멋은 이처럼 비빔밥의 섞음 문화가 원천이 됐는지 모른다. 홍익인간의 공동체적 삶을 발전시킨 힘은 비빔밥의 정신적 영양소인 ‘어울림’이었다고 해고 과언이 아닐 것이다.

바로 그것이다. 함께 하는 힘!... 필자와 친지들이 함께 비벼먹은 ‘백화비빔밥’의 밥심 에너지가 이제부터 ‘빨리빨리’ 세계를 향해 더 크게 퍼져나갈 차례다.

▶필자 노규수 : 1963년 서울 출생. 법학박사. 2001년 (사)불법다단계추방운동본부 설립 사무총장. 2002년 시민단체 서민고통신문고 대표. 2012년 소셜네트워킹 BM발명특허. 2012년 대한민국 신지식인 대상. 2012년 홍익인간 해피런㈜ 대표이사. 2013년 포춘코리아 선정 ‘2013 한국경제를 움직이는 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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