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규제 강화에 따라 중국 기업과 손잡는 사례 늘어나…주객전도 경계 필요

▲ KBS '태양의 후예' 스틸컷
▲ KBS '태양의 후예' 스틸컷

[뷰티한국 최지흥 기자]최근 대한민국은 이른바 ‘차이나 드림’에 빠져 있다.

경기 침체로 내수 시장이 어려운 가운데 한류 열풍과 함께 중국에서 한국 음악, 드라마, 스타들이 인기를 얻으면서 다양한 소비재가 큰 성과를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대중국 한류 콘텐츠 수출은 일본을 앞섰으며 여전히 잠재 시장이 큰 중국 거대시장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최근 국내 화장품 산업은 “중국이 없으면 망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어 중국의 정세 변화와 규제 강화 등에 따른 영향도 매우 커졌다.

그런 가운데 발 빠른 중국 진출로 큰 성과를 올리고 있는 국내 엔터테인먼트 산업과 국내 화장품 산업이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미래창조과학부, 방송통신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2014년 기준 한류 콘텐츠의 중국 수출액 비중은 36%(대만 포함 시 41%)에 달하며 26%를 기록한 일본을 크게 앞섰다.

지난 2008년 800만 달러에 불과했던 중국(홍콩 포함) 방송 콘텐츠 수출액은 2014년 9200만 달러까지 증가했으며 매년 50%씩 가파르게 성장해 지난 6년간 10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따라 국내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중국 시장 진출이 크게 늘어났으며 반면 중국 정부의 규제 강화와 중국 자본의 국내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대한 투자도 크게 늘고 있다.

이미 국내 3대 엔터테인컨트사인 SM, YG, JYP가 중국 기업으로부터 투자를 받았으며 그 규모도 매우 크다.

또한 올해 한국이 주도적으로 제작한 한중 공동제작 드라마만 7편, 영화는 7~8편에 달하고 있으며 중국 시장을 겨냥한 ‘태양의 후예’와 같은 사전 제작한 한중 동시 방영 드라마도 늘어나는 추세다.

하지만 이러한 성과들을 마냥 좋아할 수는 없는 일이다. 중국 정부의 규제 강화에 따라 거대 시장인 중국에 진출하기 위해 중국 기업의 투자 유치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외국인의 엔터테인먼트 기업 설립과 영화, 드라마 제작을 제한하고 있으며 외국인 투자 가이드라인 ‘외상투자지도산업목록’에 의하면 영화, 드라마 제작은 ‘합작’만 가능, 엔터테인먼트사는 ‘중국 측 지분 통제’로 규제된다.

또한 중국은 자국 동영상 콘텐츠 산업을 방어하기 위해 2015년 4월부터 해외 콘텐츠를 방송 전에 심의하도록 하고 해외 수입 콘텐츠 쿼터를 전체의 30%로 제한했으며 스타의 자녀를 포장하거나 이들을 이용해 조작해서는 안 되며, 가족이 함께 출연하는 프로그램 제작을 줄이거나 황금시간대(19:00~21:00) 편성을 자제하라는 내용을 담은 ‘제한령’도 발표했다.

KOTRA 베이징 무역관의 말을 빌리자면 “중국의 한류 도입이 이제는 소비자에서 협력자로 역할이 전환”된 것이다. 보다 냉정하게 말한다면 한류 산업은 이제 대한민국의 고부가가치 산업만이 아니라 중국 기업들 입장에서도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된 것이다.

또한 사업을 전개하는 중심에 한국 기업이 있는 것이 아니라 일종의 외주 개념의 OEM 양상으로 중국 사업이 변화되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최근 국내 화장품의 모습도 이러한 엔터테인먼트 산업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한류 열풍과 함께 국내 화장품 산업은 중국에서 큰 인기를 누리면서 프랑스에 이어 수입 2위에 올라섰고 공식적인 루트가 아닌 수입까지 더하면 중국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화장품이 되었다.

실제로 최근 식약처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대중국 화장품 수출은 10억 6,237만 달러, 한화로 1조 2,021억원으로 전년대비 99% 증가했으며 전체 화장품 수출 중 차지하는 비중이 41.05%에 달하고 있다.

여기에 대만과 홍콩 등 중화권 수출을 더하면 18억 2,320만달러(2조 629억원)로 우리나라 화장품 수출 비중의 70.45%가 중화권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중국은 무궁무진한 성장 잠재력을 갖고 있어 국내 화장품 기업들의 중국 진출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일부 화장품 기업의 경우는 아예 내수는 포기하고 중국 수출에만 전념하고 있을 정도다.

최근 중국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화장품 브랜드는 중국 현지 공장 설립을 진행하고 있으며 빅바이어와 거래하고 있는 수출 밴더들은 자체 브랜드로 중국에 진출했다. 또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화장품 OEM사들 역시 중국에 현지 공장을 설립해 큰 성과를 올리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화장품 산업 역시 중국의 규제가 강화되면서 중국 자본의 투자, 중국 기업과의 합작 등이 새로운 화두가 되고 있다.

중국에 합작 공장을 추진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으며 최근에는 브랜드 공동 개발, 기업 매각 등도 늘고 있다.

또한 중국의 규제 강화에 따라 위생허가 없이 수출하는 것이 더욱 어려워지면서 중국 현지 생산이 늘어나고 있으며 중국 기업과의 합작을 통한 사업 전개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다.

중국에서 화장품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현지 법인 및 현지 공장 설립, 유통과 물류, 결제 시스템 등 사업의 대부분을 중국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좋은 말로 하면 현지화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지만 나쁜 말로 하면 이 역시 엔터테인먼트 산업과 마찬가지로 외주, OEM으로 산업 형태가 변화되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한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중국 편향의 수출은 이제 중국 빅바이어가 제품 개발부터 생산까지 관여하는 수준이 되고 있다”면서 “일각에서는 한류가 오래 가지 못할 것이란 말을 하는데 중국 입장에서 한류는 이제 자신들의 사업 영역이 되고 있어 오히려 더욱 더 커질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중국은 분명 ‘차이나 드림’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국내 화장품 기업들에게 매혹적인 시장이다. 실제로 몇몇 중소기업들은 일명 ‘로또 화장품’이라고 불리는 히트 제품으로 중국에서 직접 차이나 드림을 경험하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는 경계할 필요가 있다.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주인이 객이 되고 객이 주인이 되는’ 사례들이 이제는 일반화되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한류가 더 이상 우리만의 먹거리가 아니라는 사실도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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