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화장품이 국내서 온라인을 통해 대대적으로 홍보·유통되고 있어 눈길을 모은다. 국내외 유명 연예인들이 즐겨 쓴다며 이른바 ‘판빙빙팩’ ‘박신혜팩’ ‘김수현팩’ 등으로도 불리는 ‘AL 슈퍼 워터 마스크’가 그것이다.

미백, 보습, 모공 수축, 탄력 강화, 트러블 진정 등 다양한 효과를 표방하는 이 제품은 비록 프랑스로부터 들여온 원료를 함유했다는 게 주요 홍보 포인트이긴 하나 중국에서 개발·생산했다는 점을 굳이 숨기지 않고 있다.

최근 몇 년 간 중국의 화장품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했다는 점은 국내 화장품 업계도 인정하는 사실이다. 그러나 ‘짝퉁 천국’이라는 오명을 벗지 못한 탓에 아직도 신뢰도를 의심받고 있다는 점 또한 엄연한 사실이다.

중국 소비자들이 한국산 화장품을 열렬히 선호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중국의 유력 화장품 브랜드들이 지금까지 한국 진출을 엄두내지 못하는 이유 역시 마찬가지다. 품질에 큰 차이가 없다하더라도 중국산 화장품을 피부에 바른다는 게 아직은 꺼림칙하다는 게 일반적인 소비자 정서인 것이다.

이같은 현실에도 불구하고 ‘AL 슈퍼 워터 마스크’는 화장품 강국이라는 한국에서 꾸준한 판매가 이뤄지고 있다. 실제로 국내 주요 포털사이트에 이 제품의 별칭인 ‘AL팩’ ‘고양이팩’ ‘알팩’ 등을 입력하면 사용 후기를 비롯해 수 천 건의 글이 검색될 정도다. 제품 판매자들의 노골적 홍보글이 적지 않다는 점을 감안해도 사용자들은 가격이 낮은 편도 아닌 이 제품에 대체로 만족을 나타내고 있다.

문제는 이 제품이 정식 수입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점이다. 수입 화장품이라 하더라도 제품의 명칭, 제조업자 및 제조판매업자의 상호와 주소, 전성분, 내용물의 용량, 제조번호, 사용기한 등을 국문으로 표시하게 돼있건만 이 제품에서는 한글을 단 한자도 찾을 수 없는 것이다. 기본적인 사항인 국내 제조판매업 등록조차 되지 않은 만큼 사용 시 문제가 생겨도 문의할 곳도, 책임질 곳도 없는 셈이다.

이런 탓에 제품의 유통 방식도 일반적이지 않다. 블로그 홍보글 등에 기재된 제품 판매자의 연락처를 통해서만 구매와 판매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일부 판매글에 표시된 웹사이트 링크를 따라가면 ‘미석화장품유한공사’가 본사로 소개돼 있지만 중국어를 모르면 별달리 얻을 수 있는 정보가 없다. 이 조차도 여러 총판이 제각각 홈페이지를 개설한 탓에 보기에도 조악하고 신뢰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국내 화장품 유통업체 관계자는 “이같은 홍보와 판매 시스템이 국내 소비자들에게 먹혔을 거라 믿기 어렵다. 중국에서도 한국서 인기가 많은 화장품이 통한다는 점을 노린, 사실상 중국 시장을 겨냥한 신종 마케팅으로 생각된다”고 추측했다.

중국 업체 측 설명은 좀 다르다. ‘강여사’로 알려진 중국 현지 총판업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AL팩을 한국에 유통시킨 지난 3년 간 지속적으로 판매가 이뤄졌으며 지금도 한국의 담당자에게 대량으로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인 담당자가 자신으로부터 제품을 받아 관리하는 판매자들에게 재공급하는 방식으로 유통이 이뤄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정식 수입절차를 거친 제품이냐는 질문에 정확한 답변을 피한 강여사는 “한국 내 판매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강조했다.

제품을 구매한 이들 가운데 일부는 걱정스러운 반응을 나타냈다. 사용 후기글을 보고 호기심에 제품을 구매했다는 직장인 A씨는 “제품을 받아보니 한글 설명을 찾아볼 수가 없어 사용이 꺼려졌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문의했더니 불법 유통 화장품은 일단 경찰에 신고하라고 해 난감했다”고 말했다.

식약처 대변인실 관계자는 “식약처에 직접적인 수사 권한이 없는 만큼 우선 모닝터링을 거쳐 판매글부터 차단되도록 관계기관에 요청할 계획이다”고 전했다.

▲ 중국산 'AL 슈퍼 워터 마스크' 블로그 홍보 사진 캡쳐
▲ 중국산 'AL 슈퍼 워터 마스크' 블로그 홍보 사진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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