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기한 엄중하게 지켜야 한다는 입장과 보관이 더 중요하다는 입장 충돌

[뷰티한국 최지흥 기자]“화장품 유통기한이 중요하지 않다고?”

최근 러시아 화장품 시장에서 이색적인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눈길을 끌고 있다.

러시아에서 아름다운 얼굴을 가꾸기 위해 사용했던 화장품이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유통기한에 대한 논란이 치열한 공방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

대한화장품산업연구원이 발표한 러시아 화장품 시장 동향 자료에 따르면 이런 논란의 시작은 지난해 8월 영국 런던 메트로폴리탄 대학교 의생명과학과의 Paul Matewele 교수가 발표한 연구 내용이다. 이 내용에 따르면 유통기한이 지난 화장품에서 피부질환 외에도 다양한 질병을 유발하는 세균이 발견된 것으로 나타났다.

유통기한이 지난 화장품에서 발견된 균으로는 세균성 질염을 일으키는 유박테리아, 식중독과 장염을 일으키는 아에로모나스, 여드름의 원인이 되는 프로피오니박테리아, 비뇨기 및 호흡기 질환을 일으키는 엔트로박터균 등이 있다.

이에 따라 러시아 현지 뷰티매체들은 화장품 보관조건을 준수하지 않으면 유통기한 이전에 화장품을 못 쓰게 될 수 있으며 오래되거나 잘못 보관된 화장품을 사용할 경우 피부와 인체에 독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한 많은 여성지와 패션지가 이 연구를 인용해 화장품 유통기한 준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반면 이와 다른 의견이 등장했다. 이에 따라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이다.

 
 
먼저 ‘화장품 유통기한을 엄수해야 한다’는 입장은 명확하다. 러시아의 피부관리 정보 공유 매체인 Natural Rating은 유통기한이 지난 화장품은 상한 음식만큼이나 위험하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화장품 용기에 적혀 있는 유통기한은 화장품의 수명을 의미하며 수명이 지난 화장품은 각종 세균의 온상이 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피부관리 정보 공유 매체인 N Care도 오래된 화장품은 인체에 매우 위험하다고 보도했다. 단순히 화장품의 제 역할을 못하게 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감염성 질병, 각종 염증, 알레르기를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마스카라의 경우, 일반적으로유통기한이 6개월인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개봉 후 3~4개월이면 제품을 버려야 할 시기라고 주장했다.

N Care는 공기에 수시로 노출되어 오염된 마스카라는 결막염 등 각종 안구질환의 원인이 된다고 경고했다.

두 매체 외에도 여러 현지 매체들이 5월부터 화장품 유통기한을 주제로 하는 기사를 연일 보도하며 러시아 여성들에게 화장품 유통기한을 엄수하라고 조언했다.

이에 러시아 여성들 사이에서는 기존에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던 화장품 유통기한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반면 ‘화장품 유통기한은 반드시 지켜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지적도 나와 논란이다. 러시아의 방송채널 Эфир24는 5월 24일, 전문가를 초청해 이 주제에 대해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누었다.

이날 패널로 참석한 피부과 전문의 Nathalia Timoshina는 여러 잡지들의 보도와 달리 유통기한이 지난 화장품도 보관이 잘 되어 있으면 사용하는 데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Timoshina는 화장품 용기에 표기된 유통기한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제품의 텍스처, 향, 형태가 변하지 않았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Timoshina는 유통기한이 지난 립스틱과 파우더를 사용감이 불편하지 않은 이상 계속해서 사용한다고 밝혔다.

오래된 화장품을 사용하면 질염에 걸릴 수 있다는 연구결과에 대해서는 화장품과 질염에는 상관관계가 없으며 유통기한이 지난 화장품일지라도 인체에 심각한 해를 끼치지는 않는다고 주장 했다.

Timoshina는 유통기한에 적힌 숫자에 연연하지 말고 화장품이 변질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화장품을 오래 사용하기 위해서는 올바른 방법에 따라 화장품을 보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러시아의 유명 뷰티 블로거 Inna BuyBeauty는 화장품 유통기한에 관한 영상을 유투브에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

이 블로거의 경우 제품의 향이나 질감이 변질되지 않은 한 유통기한에 상관없이 화장품을 사용한다고 고백했다.

그녀가 영상 제작을 위해 러시아의 화장품 제조업자와 전문가들을 인터뷰한 결과 유통기한이 지난 화장품은 피부 트러블을 야기할 수는 있으나 심각한 질병을 유발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대한화장품산업연구원은 “화장품을 오래 사용하는 것이 좋지 않다는 것은 상식적인 이야기지만 피부 트러블을 야기할 뿐만 아니라 심각한 질병을 유발할 수 있다는 사실은 러시아 여성들에게 충격으로 다가왔다”면서 “화장품 유통기한 준수를 둘러싸고 여전히 찬반 의견이 팽팽하지만 화장품이 미용을 넘어 건강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다소 충격적인 주장이 러시아 여성들로 하여금 화장품 품질에 더욱 주의를 기울이게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작권자 © 뷰티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