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물에 침 뱉고 떠나지 말라”... 뒷모습이 아름다워야 다시 만날 수 있다

▲ 노규수<법학박사, 해피런(주) 대표>
▲ 노규수<법학박사, 해피런(주) 대표>
아무리 회자정리(會者定離), 즉 사람이란 언젠가 헤어지기 마련이라고 해도, 이별이 좋아야 한다. 인상 붉히고 욕하고 헤어지면, 그 당시의 화풀이로 인해 속이 시원할지 모르지만, 돌아서서 가는 길이 그리 아름답지 못하다.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는 우리 속담도 있다. 그렇듯 ‘거자필반(去者必反)’이라 하여 떠난 사람은 결국 되돌아오고, 어디에서든가 다시 만나게 되는 것이 우리네 인생이다.

결국 뛰어봤자 벼룩인 셈이다. 그러니 섣불리 이별을 통보해서는 안된다. 당장은 아쉬운 것이 없어 단절을 선언했다고 하더라도, 곧 그 사람이 필요하게 된다. 또 만나게 된다. 사람은 소셜 애니멀, 사회적인 동물이기 때문에 서로 이해하고 용서하고 도우며 살아가는 것이 바로 홍익인간으로 살아온 한국인의 사회학이다.

지금 EU(유럽연합)에 이별을 통보하려는 영국이 진통을 겪고 있다. 이미 국민투표를 통해 브렉시트(Brexit)를 결정한 상태다. ‘브렉시트’는 영국(Britain)과 탈퇴(Exit)의 합성어로 영국이 유럽국가연합으로부터 “나 혼자 살겠다”는 독립선언을 하는 꼴이다.

영국이 EU를 탈퇴하려는 이유는 물론 국익 때문일 것이다. 유럽의 다른 국가들과 같이 있어봤자 손해라고 생각해 혼자 나가서 혼자의 기준을 갖고 세계와 거래하겠다는 생각이다.

가장 욕심나는 나라가 중국이다. 금융과 무역으로 먹고사는 영국이다 보니 중국의 돈이 눈에 아른거리는 것이다.

하지만 EU는 중국을 정상적인 무역거래 국가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 영국 등 회원국들의 중국 상거래에 제한을 두고 있다.

중국이 짝퉁물건을 대량 유통시키고, 특허 등 지적재산권 침해는 물론 정보통신 시장 통제, 국제금융 규제 등 중국 정부가 앞장서 자유시장경제 원칙을 무시하고 있으니 이를 EU회원국들이 공동으로 대처해야 장기적으로 유럽 전체에 이익이 된다는 것이었다.

또한 아프리카 난민 문제에 대해서도 영국과 EU의 시각차가 컸다. 영국에 난민이 유입되다보니 영국인들이 자국 노동시장에서 일자리를 빼앗기고 있다는 것이 브렉시트를 찬성하는 영국 정치인들의 시각이었다.

하지만 현재 EU는 ‘노동 이동의 자유’를 선택하고 있다. 그래서 아프리카 난민들도 일자리를 찾아 유럽으로 온 노동자로 보고 EU회원국 나라별로 이들의 수용을 할당하고 있다.

또한 EU내 헤게모니 싸움에서 영국이 독일에 밀리는 것도 브렉시트의 원인이라는 등 이런저런 정치 경제적 이유로 EU에 사표를 내겠다는 것이 영국의 생각이었다.

하지만 영국내에서 브렉시트의 후폭풍이 크게 일어나고 있다. 브렉시트가 영국의 고립을 자초하는 자충수이고, 난민에 대한 인종차별일 뿐 아니라, EU를 보고 영국으로 온 외국 자본이 빠져나갈 것이라는 염려다.

결국 성난 시민들이 모여 재투표를 요구하는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는데, 6월말 현재 400만 명에 가까운 유권자들이 서명했다고 한다. 이를 젊은이들이 주도하고 있다. 자신들도 일자리를 찾아 독일과 프랑스 등으로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 나이절 패라지 영국독립당(UKIP) 대표, 보리스 존슨 전 런던시장 등 브렉시트 찬성운동을 펼쳤던 정치인들의 퇴진 선언이 잇따르고 있다.

EU측에서도 당장 EU에서 방 빼달라고 요청하고 나섰다. EU도 살림살이를 다시 정리해야 하니 어차피 떠날 것이면 당장 짐을 싸달라는 것인데, 영국으로서는 최대한 이사 날짜를 늦추어달라고 하는 모양이다.

사람이나 단체나 국가 모두 이별이 아름다워야 한다. 서로가 서로를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다시 만날 수 있고, 웃을 수 있다.

오죽하면 “샘물에 침 뱉고 떠나지 말라”는 속담이 나왔겠는가. 다시는 그 샘물을 마실 일이 없을 것 같아 침을 퉤 뱉을지 모르지만, 내일 일이란 아무도 알 수 없는 것이 목마른 우리네 인생들인 것이다.

따라서 진정한 홍인인간들이라면 “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은 십리도 못가서 발병 난다”는 아리랑의 교훈을 가슴으로 되새길 줄 알아야 한다. 남의 나라지만 영국이 안타까운 이유다.

▶필자 노규수 : 1963년 서울 출생. 법학박사. 2001년 (사)불법다단계추방운동본부 설립 사무총장. 2002년 시민단체 서민고통신문고 대표. 2012년 소셜네트워킹 BM발명특허. 2012년 대한민국 신지식인 대상. 2012년 홍익인간 해피런㈜ 대표이사. 2013년 포춘코리아 선정 ‘2013 한국경제를 움직이는 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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