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입 장벽 낮지만 성공 확률은 바늘구멍…제조판매업자 7000여개 중 생산실적 신고 반

 
 
[뷰티한국 최지흥 기자]생산실적 10조원 돌파, 무역흑자 1조원 돌파 등 대한민국 화장품 시장 외형이 2015년 기준 20조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되는 등 화장품 산업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각광받고 있다. 세계적인 경기 침체로 인해 다수의 소비재 시장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또한 한류 열풍과 함께 중국 등 아시아에서 한국산 화장품이 인기를 얻으면서 국낸 화장품 업계에 이른바 ‘차이나드림’ 열풍이 불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화장품 사업에 뛰어드는 기업과 개인이 늘고 있다. 타 분야 확장에 나선 패션, 제약, 의료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화장품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으며 개인들도 1인 기업이라는 타이틀로 화장품 사업에 뛰어들면서 최근 국내 화장품 시장은 포화상태에 다다르고 있는 상황.

시장 성장세와 함께 화장품 OEM 사업이 확대되면서 시장 진입 장벽이 낮아진 것도 화장품 시장 진입이 늘어난 주된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하지만 우리나라 화장품 구조와 유통 상황을 고려할 때 준비 없이 일확천금을 노린 화장품 사업 진출은 한번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2013년 화장품법 개정에 따라 제조판매업자와 제조업자로 분리되고 제조판매업자가 생산실적을 신고하게 된 이후 국내 화장품 제조판매업자는 지속적으로 증가해 왔다.

이에 따라 생신실적을 신고하는 기업들도 늘어났다. 식약처가 최근 발표한 화장품 생산실적 자료에 따르면 2013년 생산실적을 신고한 제조판매업체수는 1.895개, 2014년에는 2,735개. 2015년에는 3,840개로 증가했다.

문제는 이들 생산실적을 신고한 기업들 외에 신고하지 않은 기업의 수가 만만치 않다는데 있다. 결국 신고하지 않은 기업들은 생산실적이 아예 없거나 극미하다는 결론이 도출되기 때문이다.

식약처에 신고 된 국내 화장품 제조판매업체수는 지난해 기준 7000여개에 달한다. 이중 국내 제조가 없는 수입사와 단순 라벨링 작업 기업 1000여곳을 빼도 6000여개. 결국 이들 중 생산실적이 없는 기업 수가 절반에 가깝다는 것이다.

제조판매업자와 제조업자가 분리되고 제품을 판매하기 위해서는 제조판매업자 등록이 필수가 되면서 1인 기업들까지 화장품 제조판매업자 신고를 해야 되어 있다.

식약처가 최근 라벨링 등 단순 업무를 진행하는 기업은 제조판매업자 신고를 하지 않아도 되게 되면서 내년부터는 제조판매업자 신고 기업수가 크게 줄어 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한 제조판매업자 신고만 해 놓고 영업을 하지 않은 기업도 있어 제조판매업자 신고 기업에는 분명 허수가 존재하겠지만 수치만 보자면 최소 2000개 이상의 기업이 지난해 생산실적이 없었다.

더욱이 생산실적 신고 기업 가운데 빅2가 차지하는 비중은 계열사를 포함, 70%에 육박하고 상위 20개사의 비중은 80%를 차지하고 있다.

신고한 기업 안에서도 3,840개 기업 가운데 3,820개의 생산실적 총 합이 2억1704억원에 불과한 것도 생각해 볼 문제다.

이마저도 신고한 기업의 생산실적 규모라는 것을 생각할 때 국내 화장품 시장은 진입 장벽은 낮지만 성공할 확률은 매우 작은 구조임을 그대로 증명해주고 있다.

실적이 있음에도 생산실적을 신고하지 않은 기업이 있다는 것도 문제다. 생산실적 보고를 의무화한 이유는 문제가 된 제품을 역추적해 관리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전체 화장품 산업의 신뢰도 문제에서도 무분별한 화장품 기업 난립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화장품 사업의 난립은 시장 외형 성장에는 일부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성장 중인 화장품 산업에는 악영향을 줄 요소가 많다.

단적으로 무리한 가격 정책에 따른 원가 절감으로 품질력이 떨어지는 제품들이 생산되거나 안전성을 위협하는 저품질의 제품들이 나올 수 있다.

이미 이러한 문제들은 계속해서 지적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유해성분 함유와 비위생적인 생산 환경이 공개되어 망신을 당한 기업도 있었다.

또한 무리한 경쟁으로 쉽게 사업하기 위해 다른 회사의 제품을 모방, 위조하거나 과대 과장 광고로 소비자들의 안전성과 대한민국 화장품에 대한인지도 저하를 가져올 수도 있다.

안전성 문제도 제기 될 수 있다. 이미 중금속 논란과 수은 등 인체에 유해한 성분으로 화장품을 만들어 판매하다 적발된 기업들도 상당 수 적발된바 있다.

‘아름다움을 만든다’는 화장품 산업의 장인 정신이 사라지고 일확천금을 노리는 이들도 생겨났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신규 진출 기업 가운데에는 무작정 제품을 생산했지만 판매할 유통이 없어 사업을 접거나 포기한 기업도 매우 많다. 이렇게 버려지거나 폐기되는 화장품들은 자원 낭비는 물론 나아가 환경오염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오래된 제품을 유통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이렇게 유통된 제품들은 유통기한을 넘어 안전성에도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다분하다.

물론 원론적인 이야기지만 경쟁은 발전을 가져온다. 하지만 이는 건전한 문화와 경쟁 위에서 가능한 것이다. 무분별한 진입과 경쟁은 불안함을 동반하고 오히려 산업의 퇴보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고인 물은 썩기 마련이지만 깨끗한 물도 많은 이들이 방문하면 더러워진다. 때문에 관리가 필요한 것이다. 그리고 깨끗한 물을 지키기 위한 사람들의 윤리 의식도 필요하다.

화장품 산업을 하고 싶어 하는 이들에게 일정 수준의 시험이나 기준을 정하자는 것이 아니다. 다만 무분별한 사업 전개를 경계할 필요가 있고 이를 관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부는 건전한 화장품 유통 환경을 위한 관리 노력과 윤리적인 측면의 캠페인 전개, 지속적인 기본 소양 교육을, 업계는 건전한 시장 형성을 위한 자정 노력을, 신규 기업은 돈이 아닌 사람을 보고 사업을 전개하는 신중한 자세가 필요한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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