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23일은 여름 더위가 가신다는 처서... 1년 24절기를 읽으면 하늘과 땅의 이치를 안다

▲ 노규수 <법학박사, 해피런(주) 대표>
▲ 노규수 <법학박사, 해피런(주) 대표>
금년 여름! 연일 폭염주의보가 내려질 만큼 예년에 없던 더위가 지속되고 있다. 그러나 더위에도 끄떡없이 지구는 태양을 돈다. 계절의 변화와 세월의 흐름은 어김없이 찾아온다는 뜻이다.

푹푹 찌는 더위가 지속되었음에도 불구, 8월7일이 이미 가을로 들어선다는 입추(立秋)였다. 더위의 막바지라는 8월16일 말복(末伏)을 보내고, 8월23일 처서(處暑)를 맞으면, 아마도 아침저녁으로는 제법 선선한 바람이 불 것이다.

금년 여름은 전기료 누진세 공방으로 뜨거운 나날이었다. 더워서 쩔쩔매는 판국에 전기료 걱정을 하면 더 짜증나니 에어컨이라도 마음대로 켤 수 있도록 누진세를 없애달라는 주장이 거셌다.

날씨변화 적응에 대한 인간의 경제적 다툼이 어디 이번 여름 더위뿐이겠는가. 추운 날씨에 대해서도 과도한 난방비 논쟁거리는 있었다.

모 여배우가 2014년에 아파트 관리비의 비리를 폭로하게 만든 것은 바로 난방비 문제였다. 그로인해 아파트 관리사무소 행정상의 총체적 문제점들이 도마 위에 올랐지만, 해가 바뀌어 대한(大寒)이 지나고 입춘(立春)을 맞으면서 겨울철 난방비 논쟁이 시들해진 것 같다.

하지만 에어컨이나 보일러가 없던 시절에도 계절나기 비용은 준비해야 했다. 그래서 조상들은 계절 변화를 잘 보라고 했는데, 그 지표가 바로 24절기다.

우선 지구를 중심으로 1년에 360도 회전하는 태양의 길, 즉 황도(黃道)를 따라 흐르는 시간이 봄, 여름, 가을, 겨울 각각 90도씩 4계절이다. 각 계절을 다시 15도씩 여섯으로 나누어, 1년에 모두 24개 형태의 자연환경 변화로 구분해 그에 대응토록 한 것이다.

그것이 봄이 온다는 입춘(立春)부터 가장 춥다는 대한(大寒)까지 모두 24개 절기다. 하늘(天)과 땅(地)의 변화에 사람(人)이 보름에 한 번씩 어떻게 적응해야 하는지를 구분한 농경사회의 생활규범이다.

그 천체 원리를 터득한 것이 3000년 전 중원을 지배한 주(周)나라 사람들이라는 것이 정설이다. 따라서 중국 화북지방보다 더 북쪽에 위치한 한국의 기후변화와는 다소 차이가 날 수 있다.

고대인들이 정확한 태양의 흐름을 추적해 날짜를 산출했기 때문에 24절기는 음력이 아니라 양력이다. 그래서 윤년의 경우는 하루 차이가 날 수 있지만, 24절기의 날짜는 매년 같다.

봄의 출발은 2월4일경의 입춘(立春)부터다. 보름 후 2월19일의 우수(雨水)와 3월5일의 경칩(驚蟄)에는 대동강 물도 풀린다고 할 만큼 본격적인 봄이 시작된다. 낮의 시간이 더 길어지기 시작한다는 3월21일의 춘분(春分)이 지나고, 4월5일의 청명(淸明)이 오면 농부들은 봄 농사에 들어가야 했다.

여름은 양력 5월6일경의 입하(立夏)로부터 시작된다. 그러나 본격적인 더위는 7월7일경의 소서(小暑)부터다. 이 때 고대인들은 여름을 나기 위해 3000년 전의 에어컨, 즉 부채와 죽부인을 준비했다.

왕실이나 선비들에게 있어 가을에 중요한 날이 더위가 가신다는 8월23일의 처서(處暑)다. 이때부터 포쇄(曝曬)를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포쇄란 물기를 바람에 쐬고 볕에 말린다는 뜻으로, 여름철 습기에 눅눅해진 옷과 이불은 물론 책을 건조시키는 일이다.

조정에서 포쇄를 중시여긴 것은 고려의 실록사고나 조선왕조실록과 같은 역사적 기록물을 후대에 남겨주기 위함이었다. 여름철 습기에 젖은 그 서책을 잘 말려야 오래 보관할 수 있기 때문이어서 춘추관과 사고에는 전담 관리까지 둘 정도였다.

하지만 아쉽게도 초복 중복 말복인 복날은 절기가 아니다. 24절기를 기준으로 삼아 십간(十干)의 경일(庚日)로 정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8월16일 말복은 입추로부터 첫 번째 맞는 경일(庚日)이다.

그렇듯 24절기는 천체의 운행원리와 이치, 인간의 행동규범을 기록한 우주과학이자 사회과학이다. 하늘을 알고, 땅을 알아야 한다는 생활철학이다. 홍익인간을 추구하는 현대인들이 천지인(天地人)의 조화를 터득하기에는 아마도 24절기가 가장 안성맞춤일 것 같다.

필자 노규수 : 1963년 서울 출생. 법학박사. 2001년 (사)불법다단계추방운동본부 설립 사무총장. 2002년 시민단체 서민고통신문고 대표. 2012년 소셜네트워킹 BM발명특허. 2012년 대한민국 신지식인 대상. 2012년 홍익인간 해피런㈜ 대표이사. 2013년 포춘코리아 선정 ‘2013 한국경제를 움직이는 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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