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할랄월드 압둘 후세인 파카리 사무총장

 
 

우리나라 드라마인 '대장금'과 '주몽'이 이란에서 최고 시청률 80~90%를 기록할 정도로 큰 인기를 모았다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현지를 방문한 드라마의 주인공 이영애와 송일국이 국빈급 대접을 받았을 정도다.

이란 할랄인증기관인 할랄월드(Halal World Organization)의 압둘 후세인 파카리(Abdol Hossein Fakhari) 사무총장이 들려준 얘기도 흥미롭다. 한국 드라마가 인기를 끌면서 한국 배우들의 고운 피부를 이란 여성들이 동경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란 화장품 시장은 메이크업 부문에 집중돼있지만 한국 드라마 덕에 스킨케어 시장의 발전 가능성마저 엿보인다는 설명이다.

파카리 사무총장은 "이란에서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아주 좋다. 드라마 뿐 아니라 현대와 대우, 기아와 같은 기업들에 대한 인지도도 높고 긍정적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같은 한류 자산에도 불구하고 실제 시장에서 한국 화장품 브랜드들의 존재감은 그리 크지 않다는 지적이다.

KOTRA 테헤란 무역관이 지난 4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이란은 세계 7위 규모의 화장품 소비국이며 매년 평균 1억5000만 달러 상당의 화장품을 수입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의 대(對)이란 화장품 수출 실적은 연간 800만 달러 내외 수준에 머물고 있다.

화장품뿐 아니라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다. 파카리 사무총장은 "이란 국민들의 해외여행자 수가 연간 900만명 정도에 달하는데 그중 한국 방문 비중은 1%도 되지 않는다"며 "국제사회가 올해 초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를 해제하면서 독일을 비롯한 유럽 지역 나라들과 해외 각국 기업들의 이란 시장 진출이 가시화되고 있는데 한국 기업들은 아직까지 이렇다 할 소식이 없다"고 전했다.

한국할랄산업연구원이 이란 진출에 관심 있는 기업들을 위해 마련한 '이란 할랄 시장 및 할랄 인증 교육'에 참여하기 위해 그가 기꺼이 한국을 찾은 이유다.

철학 및 신학박사인 그는 할랄월드의 사무총장인 동시에 이란을 비롯해 57개 이슬람국가가 가입된 OIC(이슬람회의기구, Organization of the Islamic Conference)의 할랄 표준 제정위원이며 이란상공회의소 국제 업무 고문과 ICRIC(이슬람상공회의소연구정보센터, Islamic Chamber Research & Information Center) 이사를 지내기도 했다.

그는 2조 달러에 달하는 할랄시장에 한국이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으며 그 첫발이 할랄에 대한 이해와 준비라고 강조했다.

'할랄'은 이슬람 용어로 ‘허용된 것’을 뜻한다. 할랄 인증은 식품, 의약품, 화장품 등에 걸쳐 원료나 생산 과정에 이슬람 율법에 반하는 게 없는지 검증해 부여한다.

할랄 인증은 비단 소비재뿐 아니라 금융, 문화, 스포츠, 미디어, 관광 등 광범위한 분야에 적용된다. 이를테면 오는 2018년 강원도 평창에서 열리는 동계올림픽에도 할랄에 대한 국가적 준비가 선행되지 않으면 이슬람 국가의 관광객 유치에 상당한 제약이 있을 것이란 게 그의 전망이다.

 
 

특히 한국은 중국, 일본을 비롯한 인접 국가들과 비교해도 할랄 시장 개척에 미온적이란 지적. 중국의 경우, 일부 민족이 이슬람교도들인데다 성(省) 차원에서 열리는 할랄 박람회가 꾸준하며 많은 기업들이 이란 상공회의소와 적극적으로 접촉해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할랄 인증은 쉽게 받을 수 있는 게 아니다. 화장품의 경우 역시 어떤 '원료'를 쓰는지가 관건이란 설명. 여기에 제조, 가공, 포장, 운송까지 전 과정을 검증하는 체크 리스트가 있으며 이를 모두 통과해야 비로소 인증이 주어진다.

파카리 사무총장은 "이란 또한 화장품을 수입하려면 보건부 인가를 받아야하는데 할랄 인증을 기본 요건으로 삼은 새로운 규정이 추진되고 있으며 규정대로라면 할랄 인증 없인 화장품 수출이 불가능해진다"고 밝혔다. 규정이 아니더라도 할랄 인증 제품에 대한 무슬림 소비자들의 신뢰와 선호를 감안하면 할랄 인증을 비용적 관점으로만 봐선 곤란하다는 지적.

이슬람국가마다, 인증기관마다 제각각인 인증 기준과 절차도 표준화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인 만큼 개선될 여지가 있다고 밝힌 그는 할랄 인증 컨설팅은 물론 이란 상공회의소와 연계한 유력 바이어 중개 등 한국 기업을 위해 언제든 도움을 줄 준비가 돼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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