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사람 10명 중 9명 리필용 화장품 사용 경험

 
 
[뷰티한국 최지흥 기자]“화장품 하나도 알뜰하게~”

알뜰하기로 소문난 일본의 여성들 10명 중 9명이 리필용 화장품을 사용한 경험이 있고 관련 시장이 성장하며 다양한 화장품 유형으로 리필용 화장품이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주목된다.

대한화장품산업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일본 화장품 시장 동향을 분석한 결과 일본에서 리필용 화장품이 일반화되면서 관련 시장에 대한 주목도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발표에 따르면 일본의 리필용 화장품 역사는 7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1974년, 일본의 중저가 화장품 브랜드 치후레(ちふれ)가 업계 최초로 리필용 화장품을 상품화한 이래로 일본의 다른 화장품 기업들도 뒤따라 리필용 화장품을 내놓았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리필용 화장품이 파우더, 쿠션 파운데이션, 아이섀도 등 메이크업 제품에 집중되어 있는 반면, 일본에는 토너, 로션, 크림, 클렌징오일 등 스킨케어 부문에서도 리필용 제품들이 성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치후레(ちふれ)가 지난 6월, 20세~69세의 일본 여성 1,000명을 대상으로 리필용 제품에 대한 인식과 실태를 조사한 결과, 리필용 제품을 사용해 본 사람은 전체 응답자의 98%로, 거의 모든 응답자가 리필용 제품 사용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리필용 제품을 사용하는 품목과 관련된 질문에는 응답자의 95%가 헤어케어 제품, 86%가 세탁용 세제, 84%가 부엌용 세제라고 답했고 51%가 메이크업 제품, 49%가 스킨케어 제품이라고 답해 상당수의 일본인들이 리필용 화장품을 사용해 본 것으로 집계됐다.

연령대별 답변을 살펴보면, 스킨케어 제품의 경우 20대의 57%가 리필 화장품을 사용해보았다고 답했고 연령층이 높아질수록 사용자가 줄어드는 모습을 보였다.

헤어케어 제품과 메이크업 제품 부문에서 리필용품을 사용한다고 답한 사람은 각각 90%대와 50%대로 전 연령층에서 비슷한 비율을 보였다.

 
 
일본 여성들이 리필용 화장품을 사용하는 이유는 “가격이 싸다”는 답변이 월등히 많았지만 “쓰레기를 줄일 수 있다”, “환경을 보호하고자”, “본품 용기를 버리기 아까워서” 등 환경을 생각하는 답변도 뒤를 이었다.

반면 리필용 화장품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답한 사람들은 “사용 하는 화장품의 리필용 제품 부재”, “리필 과정이 번거로워서”, “리필 과정에서 내용물이 오염 될까봐”, “본품과의 가격 차이가 크지 않아서” 등의 이유가 거론됐다.

여기서 주목할 만한 점은, 일본 여성들이 리필용 화장품을 사용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가“사용하고 있는 제품의 리필용이 출시되지 않아서”라는 것이다.

바꾸어 말하면 설문 응답자의 약 30%가 리필용 화장품을 사용할 의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리필용 제품의 부재로 사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일본 브랜드의 경우 본품과 함께 리필용 제품을 출시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해외 브랜드의 경우에는 리필용 제품을 아예 판매하지 않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이러한 답변이 나온 것으로 추측된다.

최근에는 전 세계적으로 친환경 화장품이 트렌드로 자리 잡으면서 일본인들의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일본 화장품 기업들은 환경보호의 첫 걸음이라 할 수 있는 리필용 제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리필용 화장품에 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치후레가 대표적인 브랜드다.

일본 화장품 소비자들에게 리필용 화장품 사용을 적극 권장하는 치후레는 2014년 6월 25일, 리필의 날(詰め替えの日)을 제정하기에 이르렀다.

치후레는 캠페인을 통해 리필용 화장품 사용 시 1년간 절약되는 자원의 양을 강조하며 일본 소비자들에게 리필용 화장품 사용을 권장하고 있다.

 
 
또한 사진용품 제조 기업에서 기능성 화장품 제조로 사업 영역을 확장해 큰 성공을 거둔 후지필름은 리필 과정의 용이성과 위생을 고려한 스킨케어 제품용 리필 용기 ‘스마트 리필’을 개발, 출시하기도 했다.

스마트 리필은 본품 뚜껑을 열고 본품 용기에 리필용 내용물을 담아 사용하는 기존의 리필 과정과는 달리, 본품 내부에 작은 용기를 추가해 리필 시 이 작은 용기만 바꿔 끼워 사용할 수 있도록 한 신개념 리필 용기다.

본품 용기를 재사용하지 않아 위생적이고 용기가 이중으로 되어 있어 잔량을 확인할 수 있는 스마트 리필은 공개되자마자 호평을 받고 있다.

또한 후지 필름은 스마트 리필 용기의 플라스틱 사용량이 기존 용기 대비 60% 감소했고 스마트 리필의 사용을 통해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감축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친환경 기업으로서의 면모를 강조했다.

일본의 여성 마케팅 정보지 Woman's Labo는 일본의 친환경 소비가 향후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하며 아직 리필용 제품을 보유하지 않은 기업은 리필용 제품의 개발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러나 일본 여성의 절반가량이 리필용 화장품을 사용할 정도로 일본의 리필용 화장품 시장은 크지만 동시에 그에 대한 불만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여성들은 “리필 과정에서 내용물이 넘친다”, “리필 과정에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뚜껑이 잘 열리지 않는 등 리필용 제품을 다루기 어렵다”는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이와 관련 대한화장품산업연구원은 “알뜰한 일본인들의 구매 패턴을 파악하여 일본 시장 진출 시에는 본품과 함께 리필용 제품도 함께 발매하되, 일본인들이 리필용 제품에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먼저 파악할 필요가 있다”면서 “일본인들의 친환경 인식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친환경 리필’을 홍보 포인트로 하면 긍정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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