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출 위해서는 시장 상황에 맞는 천연 화장품 개발과 중저가 시장 겨냥 필요

 
 
[뷰티한국 최지흥 기자]최근 인도 화장품시장에서 주목할 테마는 ‘천연 메이크업 제품’과 ‘합리적 가격의 소(小)용량 제품’ 등인 것으로 조사됐다.

대한화장품산업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글로벌코스메틱포커스 7호(인도편)’을 분석한 결과 인도에서는 최근 천연 화장품이 인기를 누리고 있으며 메이크업 시장은 잠재 시장으로 주목되고 있다.

또한 최근 빈부격차가 심화되면서 시장의 제품가격 재조정 압박이 커지는 것도 주목할 부분이다.

인도 화장품 시장은?

 
 
지난해 7.5%대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하며 고속 성장하고 있는 인도 시장은 전체 인구 중 절반가량이 청년층으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인도는 인구 12억명의 대국(大國)으로 화장품의 주요 소비층인 15세~65세가 전체 인구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화장품 유망시장이다.

인도상공인연합회(ASSOCHAM)에 따르면 2016년 현재 인도의 화장품 시장은 약 65억 달러(약 7조 1,227억원) 규모에 달하며 인도 화장품 시장은 지속적인 성장 추세로 2025년에는 200억 달러(약 22조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인도의 화장품 시장은 2011년 이래로 매년 10%가 넘는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시장조사업체 TechSci의 ‘인도 여성의 화장품 시장 예측 및 기회’ 보고서에서도 인도의 화장품 시장은 2015년부터 2020년까지 연평균 16%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국내 기업의 인도 진출 실적은 아직 미미하지만 조금씩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국제무역센터(ITC)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對인도 화장품 수출액(HS Code 3304 기준)은 2012년 210만 1,000 달러에서 2015년 324만 1,000 달러로 증가해 연평균 15.54% 성장했으나 인도 내 한국 화장품의 인지도는 아직 낮은 편이다.

지난해 이니스프리가 뉴델리와 뭄바이에 매장을 열며 K-Beauty를 알렸지만 이 외에는 한국 브랜드에 대해 알려진 것이 없는 것.

그러나 한국 여성들의 깨끗하고 환한 피부는 인도인들 사이에서 인지도를 얻고 있어 한국산 화장품의 유통망이 확장된다면 충분히 성과가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지 트렌드를 토대로 철저히 준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일례로 소비자들은 제품을 직접 만져보고 구입하는 것을 선호하는 인도의 특징을 고려해 접근성이 좋은 유통채널을 확보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인도는 지금 천연 화장품 열풍 중

 
 
인도 현지 뷰티 칼럼니스트인 Manavi Siddhanti에 따르면 현재 인도 화장품 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는 천연 화장품으로, 수년째 이어져 온 천연 화장품 트렌드는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인도인들은 천연 원료로 피부를 가꾸는 것에 이미 익숙하고 최근에는 자연에서 건강과 아름다움을 찾는 인도 전통 의학 아유르베다(Ayurveda)가 다시 각광 받고 있어 인도인들의 천연 화장품 수요는 줄어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인도인들의 천연 화장품 사랑은 품목을 가리지 않는다. 스킨케어 제품, 헤어케어 제품과 향수까지도 천연 원료로 만들어진 제품을 찾는다.

인도의 천연 화장품 시장은 Patanjali, Himalaya, Dabur, Himani 등 로컬 브랜드를 중심으로 규모가 증가하고 있다.

특히 인도 정부가 고대 자연주의 의학인 아유르베다의 현대화, 활성화에 적극 투자할 것을 선언하면서 아유르베다를 키워드로하는 천연 화장품들의 판매량이 늘고 있다.

이에 따라 로레알, 유니레버 등 대형 글로벌 브랜드들도 인도 소비자들의 천연 화장품 사랑을 인정하고 천연 원료를 함유한 제품 라인 개발에 힘쓰고 있다.

인도인들에게 화장품의 화학성분 함유 여부는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 고려요건으로 자리 잡은 셈이다.

반면 천연 화장품은 대부분 스킨케어와 헤어케어에 집중되어 있을뿐 색조 화장품에서는 관련 제품을 거의 찾아 볼 수 없다.

인도 여성들의 사회 진출 증가로 많은 여성들이 매일 메이크업을 하는 것에 익숙해짐에 따라 립스틱, 아이라이너, 마스카라 등의 색조 화장품 구매가 증가하고 있지만 천연 화장품이 없어 관련 시장이 틈새로 부상할 전망이다.

실제로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2020년 인도의 색조 화장품 시장 규모는 1,140억 루피(약 1조 9,049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편 천연 화장품 외에 인도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것은 스킨케어와 메이크업을 동시에 할 수 있는 듀얼 화장품이다.

자외선 차단 기능이 있는 BB크림이나 속눈썹에 영양을 공급해 성장을 촉진시키는 마스카라 등이 듀얼 화장품의 대표적인 예다.

지갑 닫는 인도인들, 합리적인 제품이 답

 
 
인도의 화장품 시장이 성장하는 것은 맞지만 성장률이 지난 4년 동안 계속 하락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화장품 시장이 여전히 10%대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기는 하지만 성장폭이 점차 둔화되고 있는 것.

인도의 경제 성장세는 지난 수년간 호조를 보이고 있지만 계급제도의 잔재가 남아 있어 빈부격차가 큰 특징으로 경제성장의 열매가 모든 계층에 골고루 분배된 것은 아니다.

 
 
미국의 경제 전문지 The Wall Street Journal에 따르면 인도 국민 중 수억명이 하루에 2 달러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을 정도다.

과거에는 일부 구매력 있는 소비자들만 화장품을 사용했으나 전반적인 경제상황이 개선되고 여성의 사회 진출이 증가하면서 인도 소비자들의 미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화장품에 대한 수요가 증가했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소비자들이 화장품 구입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

이러한 상황으로 인해 인도에 진출한 화장품 기업들에게는 제품 가격 인하가 요구되고 있다. 화장품 및 다양한 소비재를 제조하는 인도 대기업 마리코(Marico)의 Saugata Gupta 대표는 “최근 가격 조정 요청이 계속 들어오고 있어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면서 “성장이 둔화되고 있는 현재 인도 화장품 시장에서는 적정 가격이 이슈”라고 언급했다.

 
 
이에 따라 등장한 제품이 바로 미니 사이즈 제품이다. 인도에 진출한 화장품 기업들이 시장 전망의 변화, 인도 소비자들의 구매력 등을 고려하여 마진은 줄이지 않으면서 저소득층까지 타깃 고객으로 할 수 있는 새로운 방안을 생각해 낸 것.

본품 구입이 부담스러운 소비자들을 겨냥해 본품과 동일한 내용물을 소량 담아 판매하는 것이다.

인도에서 판매되고 있는 미니 사이즈 제품은 우리나라의 샘플처럼 제품을 구입하면 무료로 제공하는 사은품 개념이 아니라 실제 판매되고 있는 제품인데 단지 사이즈가 본품보다 작고 가격이 저렴할 뿐이다.

 
 
현지 브랜드, 글로벌 브랜드 구분 없이 인도 시장에서 시판 중인 다양한 화장품 기업들이 미니 사이즈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실제로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인도는 세계에서 미니 사이즈 퍼스널케어 제품이 가장 많이 소비되는 국가다. 전 세계에서 판매된 미니 사이즈 퍼스널케어 제품의 약 1/4가 인도 시장에서 판매되었을 정도.

이러한 통계를 바탕으로 The Wall Street Journal은 인도인들이 본품보다 가격이 낮은 미니 사이즈 제품을 선호한다고 보도했다.

이는 화장품뿐만 아니라 소비재 전반 부문에서 발견되고 있는 현상으로, 인도에는 실제로 다양한 종류의 미니사이즈 제품이 판매되고 있다.

글로벌 화장품 기업 로레알(L'Oréal)은 미니 사이즈 제품으로 인도 시장 공략을 선언한 대표주자다. 쟝-크리스토프 레텔리에(Jean-Christophe Letellier) 로레알 인도 법인장은 “작은 사이즈 제품이 없다면 그 기업은 인도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면서 미니 사이즈 제품 출시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새로운 서비스도 등장했다. 미니 제품 또는 샘플 여러 종을 모아서 판매하는 서브스크립션 커머스(Subscription Commerce), 일명 뷰티 박스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서브스크립션 커머스는 소비자가 일정 금액을 지불하면 사업자가 정기적으로 상품들을 선별하여 제공하는 서비스로 일반적으로 소비자가 자신이 원하는 화장품을 고르는 것과 달리 사업자가 고객에게 맞는 제품을 추천해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고객들은 자신의 피부 타입, 피부 고민, 평소 메이크업 스타일 등 화장품과 관련된 개인 정보를 입력하면 자신에게 맞는 제품들이 담긴 뷰티 박스를 받아볼 수 있다.

현재 인도에서 구입할 수 있는 뷰티 박스만 해도 10여 가지에 달하고 있을 정도. 화장품뿐만 아니라 쥬얼리, 패션소품 등 다양한 주제의 서브스크립션 커머스도 등장해 성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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