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도는 위로만 향한 아랫사람의 의무가 아니다. 조상의 은혜를 생각하면서 가족과 친지들을 건강과 풍요로 이끄는 것 또한 효도다.

▲ 노규수 <법학박사, 해피런(주) 대표>
▲ 노규수 <법학박사, 해피런(주) 대표>
안도현 시인이 쓴 ‘성묘’라는 시가 있다. 어제 추석을 맞아 여러 친지들과 합동차례를 지내는 자리에서 문득 떠올라 감회가 새로웠다.

“햇볕도 대추나무 끝에 좋은 날 / 어린 유경이를 데리고 / 아버지 산소 성묘 갔지요 / 억새꽃 삼천리로 피어 있고요 / 방아깨비는 슬픔처럼 툭툭 튀어오르고요 / 할아버지 만나러 간다는 / 내 어릴 적 가을 한 때 생각하면 / 아버지 발자국 되밟으며 가만히 듣던 / 그 벅찬 숨소리 생각하면 / 오늘 유경이도 따라오며 듣겠구나 생각하면 / 어느덧 나는 / 시냇물 데리고 바다로 가는 강물이지요 / 모든 길이 무덤에 이르러 깊어지지요”

시인은 어릴 때 아버지를 따라 할아버지 산소에 갔다. 그때 아버지는 많이 연로하셨던 것 같다. 산에 오르는 아버지의 숨소리가 많이 벅차 있던 것을 기억하고 있으니까.

하지만 이제는 나이가 들어서인지 딸 유경이를 데리고 아버지 산소로 향하는 자신의 숨소리가 거칠어져 있었다. 어릴 때 성묘길에서 들었던 것처럼 유경이도 어쩌면 자신의 벅찬 숨소리를 듣고 있을 것이라 생각하니…, 자신이 언젠가 유경이를 두고 이 세상을 떠나야 한다는 사실을 새삼 되뇌게 된 것이다.

그렇게 한 편의 시에 4대에 이르는 한 가족사가 그려져 있다. 할아버지, 아버지, 나, 그리고 딸 유경이로 이어지면서 바다로 흘러가는 시인의 강…

고리에 고리를 이어 물고, 세대 간의 마디로 이어져 내려온 것이 할아버지, 아버지, 나로 이어진 우리 가족이었다. 노씨네 가족, 김씨네 가족이 그렇게 살아왔고, 그 가족들이 서로 혼인하며 얽히고설켜 한 핏줄, 한 겨레를 이루고 5천년의 역사를 이루어 온 것이 우리 천손민족이다.

그 조상들을 기리는 날이 바로 어제 추석이었다. 조상의 은혜에 감사의 절을 올린 것이 어제의 합동차례였다. 조상의 은덕으로 살아있음을 고하고, 앞으로도 건강과 행복을 잘 지켜주실 것을 기원했던 것이다.

같은 것 같지만 차례와 제사는 다르다. 추석이나 설날과 같이 특정한 명절날에 모든 조상들을 향해 올리는 것이 차례다. 대신 한 선조의 기일이나 생신을 맞아 그 분에게만 올리는 것이 제사다. 시간적으로도 차례는 낮에 지내며, 제사는 밤에 지낸다. 조상이 찾아오는 시간이 서로 다르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후손들이 조상들의 은혜를 생각하고, 효도를 다짐하는 행사라는 점에서 차례나 제사는 같다. 조상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자손으로 살겠다는 마음가짐, 또는 그 정신을 제충전하는 날인 것이다.

그래서 차례나 제사는 위 조상으로만 향한 효도의 다짐이 아니라고 한다. 그렇게 말하는 대표적인 사람이 도올 김용옥 교수다. 그는 ‘효경개략’이라는 논문을 통해 “효는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행하는 의무가 아니라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베푸는 것이요, 은혜며 도덕”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효는 부모에 대한 상향적 효도라는 고정된 관념으로 받아들여졌지만, 그것이 수정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자식이 부모를 공경하는 것 못지않게 부모가 자식을 대함에 있어서의 자애로움 역시 효의 개념이라는 것이다. 더 나아가 부모가 자식에게 자애롭지 못하면서 자식의 효도만을 강요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어디 그뿐인가. 부부간, 친지간, 군신간에 있어서도 효의 개념은 상호 존중과 사랑의 의무로 확장된다. 예를 들어 효의 개념이 왕에게 적용될 경우 신하의 일방적인 충성만을 요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왕이 왕으로서 도리를 다해야 한다는 것이다.

‘홍익인간주식회사’를 기치로 ‘우리 모두의 회사’를 발족시킨 필자 역시 어제 합동차례를 지내면서 CEO로서 경영자의 효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널리 이롭게 하자는 홍익인간 정신, 그 마음으로 친지들을 향한 섬김이의 도리를 다해야 한다는 생각을 더욱 다진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추석 합동음식상을 차리는 회사 구내식당 주방에 먼저 들어가 친지들을 위한 소갈비찜을 요리했다. 자랑 같지만, 고춧가루를 듬뿍 넣어 쪄낸 매콤한 소갈비찜은 필자의 효 정성이 가득 담긴 야심작으로, 맛 또한 ‘수준급’이라는 소리를 듣고 있다.

앞으로 친지들과 함께 마련하는 이 같은 회사 합동차례는 계속될 것이고, 후배와 후손들에게도 계속 이어질 것이다. 또한 지역별 문화원, 일본 등 국가별 해외문화원에서도 꾸준히 전개될 것이다. 친지들과 함께 가꾸어갈 소중한 삶의 터전이기에, 그 결실을 ‘딸 유경이’와 우리의 후손들이 함께 해야 한다는 소망 때문이다.

우리의 강은 바다로 흐르지만, 우리 뒤를 따라오는 후손들에게 부모로서의 도리를 다하는 것이 효도라 했으니까…

필자 노규수 : 1963년 서울 출생. 법학박사. 2001년 (사)불법다단계추방운동본부 설립 사무총장. 2002년 시민단체 서민고통신문고 대표. 2012년 소셜네트워킹 BM발명특허. 2012년 대한민국 신지식인 대상. 2012년 홍익인간 해피런㈜ 대표이사. 2013년 포춘코리아 선정 ‘2013 한국경제를 움직이는 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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