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최대 쇼핑몰 라자다, 한국 기업 유치 위해 발 벗고 나서

화장품은 오랜 경기 침체에도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는 몇 되지 않는 산업 분야로 주목받고 있다. ‘나 홀로 호황’을 누리며 해마다 신규 진출 기업이 크게 증가하고 있으나 실상을 들여다보면 위태롭긴 마찬가지다. 내수 시장이 사실상 축소되고 있는 가운데 수출을 통해 외형을 확대하고 있지만 중국 편중이 심각한 탓이다.

대한화장품산업연구원 집계에 따르면 2013년 한국의 대(對)중국 화장품 수출액은 3억69만3,000달러에 달했다. 이는 전체 화장품 수출액의 24.4%에 해당하는 수치다. 2014년 대중국 수출액은 전년보다 두 배 가까이 증가한 5억8,170만800달러로, 그 비중이 31.0%로 커졌다. 이어 2015년 대중국 수출액은 또 다시 두 배 성장률을 달성, 11억7,216만6,000달러를 기록했고 이로써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40%를 넘어섰다.

공식적인 집계에는 잡히지 않는 이런저런 우회 경로를 통한 수출액도 만만치 않은 규모다. 또 한국을 찾은 중국 관광객들의 화장품 쇼핑 물량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한류 열풍을 등에 업은 국내 화장품 기업들은 합리적인 가격과 빼어난 품질을 앞세워 중국 시장을 공략하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지금 상황은 중국에 목을 매고 생사를 의탁한 형국이다. 중국 당국의 화장품 관련 규정이나 정책 변화에 좌충우돌하고 지난해의 메르스(MERS) 확산 사태, 올해의 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 배치 갈등과 같은 돌발변수라도 발생하면 마땅한 대응책 없이 쩔쩔매기 일쑤다. 지나친 편식으로 인해 허약체질이 된 셈이다.

외부 변수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내수 시장을 단단히 다져야하지만 당장은 쉽지 않은 일이다. 역시 대안으로는 수출 시장의 다변화가 우선으로 꼽힌다. 그중에서도 동남아시아 지역은 국내 화장품 기업들이 개척할 시장 1순위로 거론되고 있다. 급속한 경제 성장과 함께 구매력 또한 빠르게 커지고 있고 중국 못지않게 한류 열풍이 거세 한국 제품에 대한 인지도와 선호도가 높기 때문이다.

▲ 동남아 지역 최대 온라인쇼핑몰인 라자다의 운영사인 라자다그룹은 지난 20일 서울 중구 CJ인재원에서 한국 기업들을 위한 셀러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 동남아 지역 최대 온라인쇼핑몰인 라자다의 운영사인 라자다그룹은 지난 20일 서울 중구 CJ인재원에서 한국 기업들을 위한 셀러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가장 시급한 문제는 현지 판매망을 구축해야한다는 점인데 아무래도 온라인 유통이 진입장벽이 낮다는 점에서 교두보 역할을 담당할 창구로 꼽힌다. 동남아시아 지역 최대 온라인쇼핑몰인 라자다(LAZADA)를 운영하는 라자다그룹의 맥시밀리언 비트너(Maximilian Bittner) 최고 경영자는 “동남아 국가들은 아직 물류 인프라가 척박해 전자상거래 보급률이 낮지만 그만큼 시장이 확대될 여지가 많이 남아있는 셈이다”며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빠르게 커지고 있고 20~30대 젊은 고객층이 유독 두텁다는 점도 향후 전망을 밝게 보는 이유다”고 말했다.

2012년 3월 운영을 시작한 라자다는 지난 4년간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싱가포르, 태국, 베트남 등 6개국의 전자상거래 시장을 지속적으로 개척하면서 동남아 지역 최대 온라인 쇼핑·판매 플랫폼으로 거듭났다.

지난 4월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인 알리바바그룹에 편입된 이후 새로운 성장기반 마련에 적극 나선 라자다그룹은 한국 기업들의 입점 유치에 공을 들이고 있으며 이 일환으로 지난 20일 최고 경영자를 비롯한 주요 임원진이 총출동한 가운데 서울 중구 CJ인재원에서 셀러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동남아 시장에 대한 드높은 관심을 반영하듯 이날 행사에는 화장품은 물론 패션, 식품 등에 걸쳐 국내 소비재 기업 관계자들이 준비된 좌석을 빼곡히 채웠다.

동남아 6개국, 5억5,000명에 이르는 인구를 한국 기업의 소비자로 연결하기 위해 라자다그룹이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분야는 물류·배송이다. 라자다그룹 피에르 프아뇽(Pierre Poignant) 최고운영책임자는 “인도네시아의 경우 향수를 배송하려면 일종의 라이센스가 필요한데 우리는 이같은 전문성과 특수성을 고려해 15개 현지 배송업체와 제휴를 맺었으며 자체적으로 라자다익스프레스를 설립해 40개 물류센터를 확보하고 5,000여명의 라이더를 운영하고 있다”며 “빠르고 정확한 배송이 소비자들의 재구매율을 높여주고 전자상거래의 확산을 불러올 것이다”고 강조했다.

라자다그룹은 온라인몰 운영국가는 물론 중국과 한국을 비롯한 주요 제품 공급처에도 대규모 물류센터(main sort center)를 여럿 확보해 배송 혁신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이같은 계획의 연장선상에서 라자다그룹은 한국 물품의 국제특송을 전담할 업체로 CJ대한통운을 선정하고 20일 오전 계약식을 열었다.

▲ 라자다그룹 맥시밀리언 비트너 최고 경영자(왼쪽 사진)와 라자다의 파트너사인 포비즈코리아 박선균 대표
▲ 라자다그룹 맥시밀리언 비트너 최고 경영자(왼쪽 사진)와 라자다의 파트너사인 포비즈코리아 박선균 대표

나아가 라자다그룹은 한국 기업들이 현지 브랜딩도 적극 지원할 방침이다. 제임스 장(James Chang) 크로스보더 최고운영책임자는 “동남아 국가들에서 거센 한류 열풍과 함께 한국산 화장품에 대한 관심이 높지만 정작 소비자들이 알고 있는 한국 화장품 브랜드는 몇 되지 않는다”며 “단순 역직구 판매가 아닌 현지 브랜딩에 관심이 있는 한국 기업들을 찾고 있으며 우리는 이를 함께할 것이다”고 설명했다.

현재 라자다 쇼핑몰에서는 700여 한국 셀러들이 제품을 판매하고 있지만 대부분이 개인 판매자로서 기업 차원의 진출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라자다그룹의 파트너사로서 한국 기업들의 쇼핑몰 입점과 운영을 지원하게 된 포비즈코리아의 박선균 대표는 “상품 등록, 주문·배송관리 등 모든 절차를 간편히 관리할 수 있고 프로그램 유지·보수가 필요하지 않은 혁신적인 글로벌셀링툴을 제공하고 JBP(Joint Business Plan)에 따른 마케팅 프로모션 실행에 역량을 집중함으로써 국내 기업들이 동남아 지역에서 신속히 시장을 넓히도록 돕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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