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정당한 방법으로 돈을 벌어 부자가 되자. 그것이 ‘돈의 주인’이 될 수 있는 지름길이다.

▲ 노규수 <법학박사, 해피런(주) 대표>
▲ 노규수 <법학박사, 해피런(주) 대표>
황이 정승만큼이나 그 아들도 청렴한 관리였던 것 같다. 어느 날 아들이 기와집을 짓고 있다는 말을 듣고 자초지종을 알아보니 며느리가 시집온 후부터 삯바느질을 해 모은 돈이 건축비였다.

하지만 황이 정승은 단단히 화가 났다. 당장 아들 부부를 불러놓고 며느리에게 “가난한 백성의 일감을 도적질 한 것과 무엇이 다르냐? 그 동안 바느질로 모은 돈은 가난한 이웃에 돌려주든지, 아니면 남편의 관직을 내 놓고 장사치가 되거라”고 호통을 친 것이다.

국록을 먹는 자의 아내로서 삯바느질을 한 것은 ‘정당치 못하다’는 것이 황이 정승의 시각이다. 벼슬아치에게 잘 보이려고 삯바느질을 맡긴다면, 바느질을 생업으로 하는 집의 일감이 더 떨어질 것이라는 염려다.

중국에서도 국록을 먹는 사람은 일체의 다른 이익을 취하지 말아야 한다는 거직발규(去織拔葵)라는 고사가 전해지고 있다.

공의자(公儀子)가 노(魯)나라의 정승이 되었는데, 아내가 베틀로 비단 짜는 것을 보고 노하여 베틀을 부숴버렸다는 것이다.

또한 어느 날은 마당에 심은 아욱으로 국을 끓였다는 말을 듣고 크게 성내어 말하기를, “내가 국록을 먹는데 어째서 집에 아욱을 심어 밭가는 농부의 이익까지 빼앗느냐?”고 꾸짖은 것이다.

두 사람의 사례는 나보다 못한 사람들의 생업을 존중하고, 그들과 함께 살아가기 위해 그들의 영업권을 배려해야 한다는 교훈을 내포하고 있다.

그렇지만 최근 들어 검사 판사 변호사 재벌총수 청와대비서관 등 내로라하는 사람들의 천문학적 금전비리 의혹이 연일 언론에 등장함으로써 많은 국민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고 있다.

“돈이 웬수지!”

한숨을 쉬며 그렇게 결론내기도 한다. 고관대작들과 롯데그룹 등 부잣집 회장님의 탐욕에 혀를 끌끌 차면서도, 허탈한 마음을 애꿎은 돈 탓으로 돌리려는 것이다.

그래서 나도는 말이 “돈의 노예인가, 돈의 주인인가?”라는 질문이다. 한국일보 기자 출신인 김부일씨가 2014년에 펴낸 책(만화, 이코믹스刊)의 제목이기도 하다.

프랑스 소설가 알렉상드르 뒤마(Alexandre Dumas)는 “돈을 과대평가하지도 과소평가하지도 말라. 다만 돈이란 충실한 하인이자 못된 주인이라는 점만은 명심하자”는 말을 남겼다.

따라서 돈의 주인이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돈을 하인으로 두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돈의 노예가 되어 비참한 삶을 살게 되는 법이다.

필자 역시 한 때는 돈의 노예가 된 적이 있었다. 90년대 초반 일본계 자석요 회사의 불법다단계 상술에 빠졌던 일이다.

이후 다시는 필자 같은 사람이 나타나지 말았으면 하는 마음에, 친지들과 함께 불법다단계 추방을 위한 시민운동에 나섰던 것이고, 다단계피해자를 돕고자 법학을 공부해 법학박사 학위까지 취득한 것이다.

그 과정에서 필자가 터득한 것은 “돈은 남과 함께 살기 위해 벌어야 한다”는 원칙이다. 그렇지 않고 혼자 살기 위해 돈을 벌려 한다면, 1만5천원에도 살인자가 되고, 떵떵거리고 살 수 있는 회장님도 공금횡령 경제범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조금이라도 여유를 갖고 나보다 더 힘들게 사는 사람들을 위해 내 돈벌이 욕심을 조금은 내려놓을 줄 알아야 한다. 그렇게 돈을 함께 벌줄 알아야 진정한 돈의 주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 필자의 지론이다.

조금만 양보하고 함께 가야 하는 사람들이 우리 주변에는 많다. 필자가 친지들과 서로 힘을 합쳐 자미원이라는 농장을 충청도 수안보에 마련한 것도 ‘외로운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기 위한 방법이었다.

따라서 자본주의 사회에서 부자를 무작정 비난해서는 안된다. 오히려 가장 정당한 방법으로 돈을 벌어 부자가 돼야 하고, 그 돈을 함께 하는 사람들을 위해 크게 쓸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아마도 그것이 돈의 노예가 아닌, 돈의 주인이 될 수 있는 지름길일 것이다.

필자 노규수 : 1963년 서울 출생. 법학박사. 2001년 (사)불법다단계추방운동본부 설립 사무총장. 2002년 시민단체 서민고통신문고 대표. 2012년 소셜네트워킹 BM발명특허. 2012년 대한민국 신지식인 대상. 2012년 홍익인간 해피런㈜ 대표이사. 2013년 포춘코리아 선정 ‘2013 한국경제를 움직이는 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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