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편향 화장품 사업, 내일 위해서는 반드시 경계해야...

 
 
[뷰티한국 최지흥 기자]“한국 화장품의 미래 중국에 달려 있다”

최근 한 행사에서 화장품 유력 인사가 한 말이다. 분명 대한민국 화장품은 그동안 놀라운 성장세를 보여 왔고 그 성장 중심에는 중국이 존재한다. 그럼에도 이 말이 씁쓸한 이유는 무엇일까.

중국의 화장품 시장 규모는 지난해 251억 달러를 기록하며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큰 화장품 시장을 형성하고 있으며 연평균 10% 이상의 무서운 성장 속도를 당분간 계속 유지할 전망이다. 화장품 분야만 놓고 보아도 중국시장은 그만큼 매력적인 시장인 셈이다.

실제로 한류 열풍과 함께 한국산 화장품은 중국에서 큰 인기를 얻으면서 지난해 국내 화장품의 공식 수입 집계에서도 중국은 전체 수출 비중의 40.3%를 기록했으며 전년대비 101.7%의 놀라운 성장세를 보였다.

수출 비중 2위를 차지한 홍콩(23.6%)와 4위를 차지한 대만(4.8%)를 더하면 중화권 국가의 국내 화장품 수출 비중은 70%에 육박한다. 그만큼 중화권, 특히 중국시장에 대한 우리나라 화장품 기업들의 의존도가 높은 상황이다.

내수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최근 국감에서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국내 면세점의 중국인 관광객(유커) 의존률이 지난 2013년을 기점으로 급상승하면서 매출 비중에서 최소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SK워커힐면세점의 경우 이 비중이 80%에 육박하는 등 유커 의존률이 뚜렷했다. 유커가 구매한 품목 1위는 화장품으로 52%를 차지했다.

 
 
화장품 일번지로 통하는 명동만 해도 화장품 매장을 가득 메운 이들은 모두 중국인들이다. 지난해 메르스 여파로 관광객들이 줄어들면서 직격탄을 맞은 명동 화장품 매장들은 중국인 관광객들의 소중함을 느꼈을 정도로 중국인이 없는 주요 상권의 화장품 매장은 고사 위기를 직면했었다. 그만큼 중국인들이 차지하는 내수 비중도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

화장품 기업 중에는 아예 유통을 찾기 힘든 국내 유통을 포기하고 중국 수출에만 집중하는 행보를 보이는 곳이 다수 있으며 중국에 진출하거나 법인을 설립하는 기업들의 수도 매년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정식 수출 외에도 일명 따이공이라고 불리는 밀수, 역직구와 중국 대표 온라인몰 입점, 웨이상으로 불리는 다단계 형태의 모바일 유통을 통해 제품을 공급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으며 아예 국내 대표 화장품 유통들도 최근에는 중국 유통 플랫폼에 입점하는 것이 당연시 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마케팅도 국내 홍보 보다는 중국인을 대상으로 하거나 중국 현지에 직접 마케팅하는 사례들이 늘어나면서 중국 언론사가 영업을 위해 한국에 진출하거나 중국의 TV 뷰트프로그램, 왕홍이라고 불리는 1인 미디어 마케팅 방법을 대행하는 기업들이 계속해서 늘고 있다.

최근에는 중국 기업들이 컨소시엄을 통해 합작 회사를 만든 마케팅 회사와 언론사 등이 한국에 진출하고 한국 기업 유치를 위해 중국의 주요 성에 공무원들이 한국을 방문하는 사례도 증가 추세다.

한국 인력을 모셔가는 중국 기업들도 크게 늘었다. 화장품 관련 연구원들은 2~3배에 달하는 연봉을 받으며 중국 기업들로 스카우트 되는 사례들이 늘고 있으며 최근 한국 시장 진출에 나선 중국 기업들은 인력뿐 아니라 아예 회사를 인수하거나 투자하는 사례도 많아졌다.

중국인들에게 더 이상 한류는 한국의 사업이 아닌 중국인들의 사업 아이템이 되었고 한국이라는 땅은 중국인들에게 이미 내수가 된 상황인 것이다. 화장품은 그중 일부에 지나지 않지만 화장품 업계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 모두가 느끼는 현상이다. 오히려 이를 호기로 보고 중국을 겨냥한 화장품 사업에 매진하고 있는 모습이다.

물론 중국인들을 통해 수익을 올리고 이른바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되었다는 것에는 동의 할 수밖에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이처럼 중국 편향의 화장품 사업 흐름은 향후 가져올 후폭풍을 생각하면 한번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40년 이상 뒤처져 있다고 평가되던 중국 화장품 기술력은 막대한 자본력으로 우리나라를 바짝 쫓아 왔고 자본력을 앞세운 마케팅력은 중국 내수 시장에서 로컬 기업들의 성장세를 만들어 왔다. 오히려 최근에는 국내 시장에 중국에서 수출되는 제품들이 계속해 늘고 있는 모습이다.

뿐만 아니라 한류 열풍과 함께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주목 받고 있는 한국 모델을 기용하고 한국 기업을 인수한 중국 기업은 이미 한류를 사업에 활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 시장에서 한류와 한국 화장품이 인기를 모으고 있지만 정작 높은 수익을 올리고 있는 곳은 한국 기업이 아닌 중국 기업이 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대한화장품협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중국은 이미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의 화장품 시장 규모를 갖고 있는 강국이며 2015년 주요 국가별 화장품 수출액에서도 중국은 한국 29억 달러 보다 많은 32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중국 수출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지만 중국 화장품 수입도 지난해 전년대비 9.8% 증가했으며 한중 FTA가 본격적으로 적용되는 내년부터는 수입량도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이미 화장품 용기 등 원부자재의 중국 수입량은 계속해 늘고 있으며 화장품에 사용된 원료 원산지 국가에 대해 로얄티를 지급해야 되는 나고야 의정서 발효 이후 중국에 지급되는 금액도 늘고 있는 실정이다.

중국 로컬기업의 성장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2014년 100대 화장품 기업에서 한국은 3개의 기업이 100위권에 속했지만 중국 기업들 역시 순위는 한국 기업에 아래지만 4개가 진입했고 성장률도 10%대를 보인다.

최근 한국의 유력 인사를 대표와 주요 보직에 영입하고 한국 모델 기용, 한국 기업에서의 OEM 등으로 영역을 넓히는 중국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어 해당 기업 수는 더욱 더 늘어날 전망이다.

뿐만 아니라 최근 사드 배치 문제로 중국에서의 반한 감정이 높아지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앞서 사드를 배치한 일본이 당시 중국에서 어려움을 겪었던 것을 상기하는 이들은 내년 한국 화장품의 최대 위기가 올 것이란 예측도 내놓고 있다.

 
 
한류 열풍과 화장품 한류는 분명 대한민국 화장품 기업들에게는 기회다. 하지만 정부의 지원은 여전히 타 산업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며 몇몇 선두 기업들이 위기 극복을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지만 중국에 의존하는 인식에는 큰 변화가 없다.

우리는 분명 대비를 해야 한다. 중국의 폭발적인 화장품 산업 성장과 막대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잠식해 가는 국내 내수 시장과 화장품 경쟁력 증대는 아시아 화장품 맹주의 자리를 위협하기 충분하다.

또한 급박하게 돌아가는 정세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방안 마련, 중국 편향 수출에서 벗어나 안정적인 새로운 시장 개척은 우리 화장품 기업의 숙제다.

눈앞에 이익과 눈앞에 성과에 만족하기보다 앞으로의 위기에 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지 않을까.

‘한국 화장품의 미래가 중국에 달려 있다’는 말보다는 ‘한국 화장품의 미래는 우리에게 달려 있다’는 말이 듣고 싶은 오늘이다.

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떠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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