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다단계조직에 빠지는 것도 결국은 자기 책임... 노름판에서 돈 따기를 바라는 것과 같다

▲ 노규수 <법학박사, 해피런(주) 대표>
▲ 노규수 <법학박사, 해피런(주) 대표>
11월3일 열린 2016년 미국 프로야구 월드시리즈에서 시카코 컵스가 클리블랜드 인디언스를 이기고 우승을 차지하자 국내외 언론은 일제히 “염소의 저주를 깬 108년 만의 우승”이라고 보도했다.

무당이나 점쟁이가 할 법한 ‘염소의 저주’라는 말의 유래는 이렇다. 빌리 사이어니스(Billy Sianis)라는 시카코 컵스 팬이 있었다. 컵스가 1945년 디트로이트 타이거즈와의 월드시리즈 4차전이 열릴 때, 집에서 기르던 머피(Murphy)라는 이름의 애완염소를 데리고 야구를 관람하러 들어가다가 제지를 당했다는 것이다.

화가 난 그가 “앞으로 시카고 컵스는 영원히 월드시리즈에 진출하지 못할 것”이라는 악다구니를 퍼붓고 돌아갔다. 그 이후 컵스는 1908년 마지막 우승 이후 지난해까지 107년간 단 한 번도 정상에 오르지 못했다고 한다.

그래서 나온 말이 ‘염소의 저주’였다. “염소 때문에” 우승을 못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마치 초등학교 때 들었던 구렁이 괴담 같은 얘기다. 학교를 처음 지을 때 터를 닦다 큰 느티나무를 베어야 했고, 거기 살던 “구렁이가 죽었기 때문에” 학교 운동회나 소풍날 비가 온다는 것이다.

핑계를 찾는 사람일수로 그런 상황에서 주술적인 힘을 빌리려 한다. 무당을 찾아가 굿으로 염소 귀신을 몰아내려 하거나, 점쟁이의 점괘를 빌려 구렁이 귀신이 잠자는 날을 택해 운동회 날을 잡으려 하는 심리다.

적극적인 자세로 우승할 실력을 키우거나, 기상청에 문의해 운동회 날짜를 사전에 점검하는 노력이 부족하다는 뜻이다.

일상생활에서 남 탓으로 돌리려는 대표적인 심리가 교통사고 현장에서 자주 발생한다. 목소리 큰사람이 이긴다고, “네 차가 가만히 있는 내 차로 왔기 때문에 이런 사고가 났다”는 식으로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댄다.

특히 자신이 스스로 피해자를 자처하는 경우는 대부분 피해 원인을 ‘남 탓’으로 돌리려 한다.

필자는 2001년부터 불법 다단계추방을 위한 시민운동을 벌이면서 10여 년간 많은 피해자들과 상담을 했다. 불법 다단계에 빠져 집을 날리고, 가정이 파괴되고, 결국 자살에 이르는 안타까운 사례가 많았다.

하지만 그런 피해자 중에는 정말 답답한 경우도 있었다. 회사의 실체를 알아보지도 않고, “얼마를 투자하면 매월 얼마의 이자(수당)를 주겠다”는 말을 듣고 상품구매에 거액을 베팅하는 경우다.

이후 사기를 당했다며 울며불며 상담실을 찾아오고, 필자와 함께 경찰서를 찾아가 고발까지 하지만, 이미 ‘염소’나 ‘구렁이’ 같은 불법 다단계조직은 자취를 감추었거나, 법적 환불기간을 넘겨 돈을 회수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돈놓고 돈먹기식 피라미드조직은 대개 이런 경우다. 그런 불법 다단계조직을 자세히 알아보지도 않은 채 무조건 “네 탓이니 내 돈 내놔라”라고 하소연한들 세상이 그리 만만한가 말이다.

일본 파나소닉사의 창업자 마쓰시타 고노스케(松下幸之助)는 “막다른 길에 다다르면 자신보다 세상이 옳다고 생각해라”라는 말까지 하고 있다. 피라미드 피해도 결국은 자기 책임이라는 것이다.

이창현 비발디연구소장의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 역시 “실패하는 자는 염소나 구렁이와 같은 ‘핑계’를 찾고, 성공하는 자는 마쓰시타와 같이 ‘방법’을 찾는다”고 강조했다.

시간이 되면…, 날씨가 좋아지면…, 좋은 사람을 만나면…, 경기가 좋아지면…, 돈을 많이 벌면…, 준비가 되면…과 같은 말은 모두 핑계라는 것이다. “조건이 되면 하겠다”는 핑계는 ‘하기 싫다’는 말과 같다는 것이다.

무당이나 점쟁이에 의지해 일을 해결해보겠다는 생각은 피라미드판매 조직에 들어가 염소나 구렁이들과 어울려 ‘한탕’하려는 심리나 같다. 노름처럼 요행을 바라는 것과 다를 바 없는 행동이다.

시카코 컵스의 우승에 대해 기자들은 “염소의 저주에서 벗어났다”는 식의 기사를 더 이상 쓰지 말았으면 한다. 대신 “다른 팀보다 더 많이 노력해 우승에 대한 열망을 이뤄냈다”고 써주기를 바란다. 그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필자 노규수 : 1963년 서울 출생. 법학박사. 2001년 (사)불법다단계추방운동본부 설립 사무총장. 2002년 시민단체 서민고통신문고 대표. 2012년 소셜네트워킹 BM발명특허. 2012년 대한민국 신지식인  대상. 2012년 홍익인간 해피런㈜ 대표이사. 2013년 포춘코리아 선정 ‘2013 한국경제를 움직이는 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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