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향수가 발명으로서 특허법의 보호대상인가 아니면 저작물로서 저작권법의 보호대상인가에 관하여 유럽에서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향수를 발명으로서 특허법의 보호대상으로 보는 시각은 향수의 반복 재현 가능 한 상품적 특성과 기술적이고 과학적인(화학적인) 특성에 근거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향수는 기술적 특성보다는 조향사의 개성을 드러내는 전달적인 의미에서의 미적 창작(esthetic creation)에 가까운 것으로 저작물로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향수의 포뮬러(formula)도 역시 그와 동일하게 보는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이 문제는 향수 혹은 향수의 포뮬러가 특허법의 보호대상이 되는가 아니면 저작권법의 보호 대상이 되는가에 관한 문제로 직결된다. 과거 프랑스를 포함한 유럽의 판례들은 향수를 특허법의 보호대상으로 판단하였다.

그러나 최근 프랑스의 하급심 법원과 네덜란드 대법원의 판례가 향수를 특허법이 아닌 저작권법의 보호대상으로 판단하면서 새로운 창작물로서의 ‘향수’에 대한 법적인 보호를 위한 논리구성이 다양화되고 있다.

다만 아직 향수의 ‘포뮬러’에 대해서는 별도로 법적 보호대상여부가 쟁점이 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왜 ‘향수 혹은 향수의 포뮬러가 발명으로서 특허법의 보호대상인지 아니면 저작권법의 보호대상인지 여부에 관한 문제’가 법적 논쟁의 대상이 되고 있는 가는 한번쯤 생각해 볼 문제다.

향수의 제작과정을 보면 향수를 만들기 위한 포뮬러(formula)가 있고 통상 이 포뮬러에 근거하여 향수제작이 이루어진다.

흔히 일반인의 입장에서 향수의 제작과정을 보면, 향수의 제작과정은 화학물질의 조합과정과도 같아 보인다.

향수를 특허법의 보호대상인 발명으로 보는 시각은 향수의 이와 같은 기술적이고 과학적인(구체적으로는 화학적인) 특성과 향수의 상품적인 특성. 즉, 향수산업이라고 하는 산업적 특성에 경도된 것으로 생각한다.

특허법은 ‘발명’을 보호·장려하고 그 이용을 도모함으로써 기술의 발전을 촉진하여 산업발전에 이바지함을 그 목적으로 한다(특허법 제1조). 특허법의 영역에서는 기술의 발전을 촉진하여 산업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는 발명만을 그 보호대상으로 한다고 본다.

대체로 알려지지 않은 기술의 창작, 해당 분야의 통상의 기술자가 당연히 할 수 있는 수준을 넘는 것과 기술적 창작(technical creation)을 그 본질로 한다.

다른 시각으로 특허법의 보호대상인 발명에 관하여 특허법 제2조 제1호는 ‘자연법칙을 이용한 기술적 사상의 창작으로서 고도한 것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자연법칙이란 무엇인지 혹은 기술적 사상의 창작이 무엇인지, 그리고 고도한 정도는 어느 정도를 말하는지에 관하여는 실무적으로는 규범을 해석하여 사실관계에 적용하는 법원의 판단에 맡겨져 있다.

다만 분명한 것은 발명은 어떤 기술적 과제를 해결하는 것에 그 목적이 있다는 점, 발명은 기술적 사상의 창작행위라는 점이다.

발명은 우선 그 정의에 충실하게 자연법칙의 인과적 이용이어야 하는데 향수의 제작과정에는 인간의 상상력과 선택의 요소가 다분히 내재하고 있다.

여러 종류의 향료를 배합하여 하나의 향기를 만들어 내는 데에는 조향자의 향에 대한 과거의 기억, 컨셉(concept)에 근거한 상상력 및 그 상상력을 바탕으로 한 재료의 선택 및 배합비율의 선택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발명은 기술적 사상의 창작이어야 한다. 기술이란 국어적 의미에 따르면 과학이론을 실제로 적용하여 자연의 사물을 인간생활에 유용하도록 가공하는 수단이다.

향수는 신체 또는 사물에 향을 내는 도구로 이용되므로 인간생활에 유용한 수단의 하나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향수를 하나의 화학적 합성물의 하나로 단정 짓는다면 화학물의 합성결과라고 치부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조향사가 향수를 제작할 때에는 아름다운 향을 창조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므로 이는 특허법에서 추구하는 도구적인 의미에서의 기술적 사상의 발명이라는 측면과는 거리가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와 같은 논리는 기능적이고 도구적인 유용성을 중시하는 특허법과 전달적인 의미를 중시 하는 저작권법의 특성을 비교하여 볼 때도 뒷받침될 수 있다.

향수의 창작은 특히 근·현대에 이르러 조향사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는 소통적인(communicative)인 의미가 두드러지고 있어 기술적 창작(technical creation)보다는 미적 창작(esthetic creation)에 가깝다.

저작물의 종류 중에도 과학적이고 기술적인 성격을 갖고 있는 것들이 있다. 예를 들면 건축물과 컴퓨터프로그램과 같은 것이다.

심지어는 건축물의 설계도와 같은 경우 설계도 제작자의 창조적 개성이 드러난 표현에 대하여 기능적 저작물로서 보호한다.

따라서 문제가 되는 대상에 과학적이고 기술적인 성격이 있다고 하여 무조건 저작권법의 보호대상이 아닌 특허법의 보호대상이라고 보는 것은 신중히 검토하여야 할 문제다.

이 점에서 향수는 물론 향수의 포뮬러(formula)도 조향사의 창조적 개성이 드러난 부분에 대하여는 저작물로서 보호될 수 있는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향수와 향수의 포뮬러(formula)는 창작활동의 목적과 저작권법에 의하여 보호될만한 창작적 노력 내지 개성을 인정할 수 있는 한 저작권법상 저작물로서 보호되어야 할 것이다.

 
 
현지원 변호사/법학박사(Ph. D)

 대한변호사협회 회원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원

 대한변호사협회 법제연구원 연구위원

 사단법인 장애인법연구회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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