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찌라시효과’로 인해 좋은 사람이 피해를 입는 사례가 결코 있어서는 안된다

▲ 노규수 <법학박사, 해피런(주) 대표>
▲ 노규수 <법학박사, 해피런(주) 대표>
물론 진실도 많다. 하지만 필자가 지난 1998년부터 불법 다단계판매 추방을 위한 시민운동을 벌일 때 가장 곤혹스러울 때는 허위정보로 면담을 요청해올 때다.

그런 분들의 말은 대부분 엇비슷하다. 자신이 피해자라는 사실을 보다 강조하기 위해 어느 회사는 피라미드 회사고, 그 밑에 있는 아무개가 돈 벌게 해주겠다며, 상품도 안 주고 내 돈을 빼앗아 갔다는 식이다.

그런 식으로 접수된 기업이 피라미드 회사라면, 당시 대한민국의 모든 다단계판매 회사는 피라미드여야 했다. 필자와 친지들이 꾸린 시민운동 본부에 피해사례가 접수되지 않은 회사는 단 한 곳도 없었기 때문이다.

당시 필자 역시 단 한 곳의 피라미드 회사라도 이 땅에서 발붙이지 못하도록 뿌리를 뽑겠다는 신념으로 가득 차 있었다. 친지들과 밤새도록 30만 건이 넘는 피해사례를 분석하며 더 이상의 피해자가 없기를 기도했다.

그렇듯 진실을 추구하고, 잘못된 것을 바로 잡아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것이 사회 정의를 위한 길이다.

하지만 자신의 잘못을 남에게 전가시키거나, 남의 사소한 약점을 교묘히 이용해 자신의 이익을 취하려는 행위는 결코 온당치 못하다. 자신이 보호받고자 한다면 타인의 권리나 인권도 존중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현장에 시체가 많아 수습하거나 구조하려고 하는데 현장 책임자가 방해해 아무런 일을 못한다.”

많이 인용되고 있는 허위정보 사례, 즉 짜라시 내용 중의 하나다. 2014년4월16일 오전 8시30분 경 진도 앞바다에서 벌어진 세월호 침몰사건, 당시 시신이라도 빨리 인양되기를 바랐던 온 국민들을 충격에 빠뜨린 괴담이었다.

결국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가 이 같은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정보통신망법 위반 등)로 A(31)씨를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고 발표함으로써 소문은 어느 정도 잦아들게 됐지만, 이후에도 세월호 관련 악성 루머는 끊이지 않고 이어졌다.

이 같은 찌라시나 사설정보지는 지금도 증권가에 다양하게 유통되고 있다. 또한 자신의 정보력을 과시하기 위해 이런 찌라시 내용을 은밀히 여기저기 퍼 나르는 사람도 있다.

“찌라시에는 유명인의 사생활 엿보기처럼 선정적인 내용이 많다. 근거도 출처도 불분명하다. 그래서 기사화할 수도, 정보로 분류하기도 힘든 ‘풍문’이 대부분이다. 다시 말해 찌라시는 허깨비 같은 존재다. 알맹이가 없거나 근거가 없거나...”

신문에 보도된 어느 언론인의 말이다. 그 허깨비가 개인의 인생을 위협하기도 하고 시장과 민주주의의 근본 가치를 교란하기도 한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경찰이 수사를 해도 찌라시를 최초로 유포한 사람을 찾기란 쉽지 않다고 한다. “마치 유령처럼 복제되고 증폭되고 흔적을 지워 가며 유통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연예인 최진실이 자살한 이유는 악플(인터넷 글에 대한 악성 댓글) 때문이라는 것인데, 그 악플의 대부분은 찌라시 내용과 같은 허위정보들로 인한 것들이었다.

따라서 찌라시와 같은 거짓정보에 현혹되어서는 안 된다. 무심코 던진 돌 하나가 개구리를 죽인다는 말이 있듯이 잘못된 정보로 인해 남은 물론 자신도 파멸에 이를 수 있다. 그것이 정보화 사회의 악성 바이러스라는 ‘정보의 비대칭’으로 변질돼 모두가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래서 경제학에서는 ‘개살구시장(lemon market)’이라는 말도 생겨났다. 중고차시장에서 거래가 시작되면 정보의 비대칭 문제로 인해, 상대적으로 품질이 좋은 중고차는 사라지고 흔히 ‘개살구’라고 불리는 질 나쁜 중고차만 거래되는 현상이다.

이를 영국의 경제학자 그레샴(Thomas Gresham)은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Bad money drives out good if their exchange rate is set by law)”는 말로 표현했다. 가짜가 진짜를 몰아낸다는 말이다.

따라서 자본주의 시장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갈릴레이(Galileo Galilei)가 “그래도 지구는 돈다”고 말한 것처럼 진실이 존중되고 보호받아야 한다. ‘좋은 기업’이, ‘좋은 사람’이 피해를 입어서는 안된다.

2017년에는 부디 진정한 정보화 사회가 이룩됨으로써 좋은 기업과 좋은 사람들을 통해 침체된 경기가 회복되기를 기대한다.

필자 노규수 : 1963년 서울 출생. 법학박사. 2001년 (사)불법다단계추방운동본부 설립 사무총장. 2002년 시민단체 서민고통신문고 대표. 2012년 소셜네트워킹 BM발명특허. 2012년 대한민국 신지식인  대상. 2012년 홍익인간 해피런㈜ 대표이사. 2013년 포춘코리아 선정 ‘2013 한국경제를 움직이는 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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