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옷 구매에 대한 고정관념 변화…한국 시장 확산은 미지수

[뷰티한국 최지흥 기자]“옷 이제는 빌려 입으세요~”

최근 세계적인 내수 침체로 소비문화에 변화가 찾아오면서 일본에서 의류 대여서비스가 인기를 얻고 있어 주목된다.

모바일과 온라인 쇼핑 확산으로 매장에서 옷을 입어보고 제품을 온라인에서 구매하는 소비 문화가 정착된데 이어 이제는 입어 본 옷을 대여해 입는 서비스 이용 고객들이 크게 늘고 있는 것.

KOTRA 후쿠오카 무역관이 일본 패션섬유 전문 신문인 센켄신문의 조사를 분석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일본 패션시장 규모는 9조6000억엔(약 96조원)이며 그중 전자상거래가 차지하는 부분은 7250억엔(약 7조2500억원)으로 나타났다.

특히 일본의 패션 대여사업의 시장규모는 현재 약 1000억원대에 불과하지만 최근 시장에서 큰 인기를 얻는 기업이 다수 등장하고 있어 큰 성과가 기대되고 있다.

최근 화제를 모으는 것은 인터넷을 통해서 매일 입는 평상복을 정액제로 무제한으로 빌릴 수 있는 서비스다.

이제까지 일본의 의류 대여 서비스는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관혼상제 등 특별한 행사를 위한 것이 대부분이었지만 최근 정액제 이용자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일례로 남성 전용 패션 대여서비스 'leeap'의 경우는 월 1만2700엔(약 12만7000원)으로 캐주얼 복장(옷+패션아이템) 2세트가 집으로 배달되고 기간 내에 반송하면 또 다른 세트를 무제한으로 빌릴 수 있는 서비스로 인기가 좋다.

전문 스타일리스트와 LINE을 통해 용도나 행선지, 취향 등을 공유하면 스타일리스트가 어울리는 옷을 보내주며 한 번 보내주는 의류 세트의 일반 판매가는 3만~6만엔(약 30~60만 원)으로 구매하는 것보다 경제적이라고 느끼는 고객이 많다.

30~40대의 직장인 이용자가 주 고객층이며 자신이 입을 옷을 고르는 일에 스트레스를 느끼는 고객이 많이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또한 이 서비스는 대여 서비스뿐만 아니라 마음에 든 옷을 구매할 수도 있어 서비스 개시 2년이 지나자 이 서비스를 통해 코디한 복장을 구매하는 수요가 차츰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성 전용 대여 서비스 'airCloset' 역시 2015년 2월에 서비스를 시작해 현재 회원수만 약 10만명에 달하고 있으며 30대 직장 여성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좋아하는 패션스타일, 이미지를 등록하면 전문 코디네이터가 선정한 옷과 패션아이템을 세트로 3벌 보내주며 마음에 들지 않으면 평가와 추가요청 사항을 기재해 반송하면 그것을 반영한 새로운 옷을 보내 주는 서비스다. 월정액 서비스로 운영되며 반환 기한이 없고 반환 시 세탁을 할 필요가 없는 점이 특징이다.

2개월 미만의 짧은 주기로 신상품을 사들여 고객의 수요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해 인기를 얻고 있으며 이 곳 역시 대여뿐만 아니라 구매도 가능한 것이 강점이다.

최근에는 패션대여 전문 애플리케이션도 등장했다. 패션사이트 ’Let Me Know‘에서는 2016년 12월에 스마트폰을 통한 패션 대여서비스를 오픈했다.

이 사이트가 제공하는 애플리케이션 ‘메차카리’를 통해 실제 모델이 착용한 대량의 코디네이트 사진을 참고해 한 번에 3벌을 빌릴 수 있다.

메차카리는 오픈 약 1개월 만에 회원 수 약 5000명을 기록, 그 중 60%는 기존에 Let Me Know를 이용해본 일이 없는 고객들이다.

비용도 기존 서비스 보다 저렴하다. 월 5800엔(약 5만8000원)의 정액 요금을 내면 이용기간 중 총 3벌의 범위 내에서는 몇 번이든 교환이 가능하며 반환용 전표와 봉지가 같이 달려있어서 반환 시에는 세탁을 하지 않고 가까운 편의점에 그대로 내놓으면 된다.

빌려주는 옷이 모두 새 옷인 점이 큰 특징이며 반환된 옷은 검사 후에 중고 옷으로 이 회사가 운영하는 별도 사이트에서 판매된다.

협업을 통한 마케팅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airCloset사는 일본을 대표하는 부동산 중개기업 '에이블'과 협업, 에이블을 통해 임대 계약을 한 여성 고객에게 무료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SUSTINA('14년 창업)사는 셰어하우스를 대여하는 ‘DK하우스’와 손을 잡고 셰어하우스 안에서 의류 대여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인터넷 도메인 서비스기업 GMO그룹(2000년 창업, 매출액 약 1조4000억원)은 직원 복리후생의 하나로 의류대여 기업 ’EDIST. CLOSET‘과 계약해 대여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 같은 서비스의 일본 내 인기는 정기적으로 전문가에게서 개별적인 조언을 얻을 수 있는 점이 큰 요인으로 분석된다.

일반 고객이 접하기 어려운 서비스였던 ‘개인전용 코디네이터’를 인터넷을 통해 저렴한 가격으로 스타일리스트를 활용, 전문가가 고른 옷을 입을 수 있는 점이 큰 매력이 되고 있는 것.

또한 ‘옷은 옷가게나 백화점에 가서 입어본 후 마음에 든 옷을 산다’는 기존의 상식이, 전자상거래 및 스마트폰 등 IT기술의 보급으로 인해 변화되면서 패션 대여 서비스가 인기를 얻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관련 서비스 성공은 아직 미지수로 시장 진출에 신중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KOTRA 후쿠오카 무역관에 따르면 일본은 한국과 달리 다양한 품목에서 중고품 시장이 일반화되어 있어 패션 대여서비스가 인기를 얻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례로 중고서적 매입/판매 기업 'BOOK OFF'는 900개 이상의 점포를 운영하며 매출 765억엔(약 7650억원)을 기록하는 등 일본시장에서는 완전히 자리를 잡은 기업이지만 한국 진출에 실패(‘06년 진출, 2014년 폐업)한 바 있다.

이는 중고품을 구매하고 소유하는 것이 일반화돼 있지 않은 한국의 특징이 반영된 결과로 볼 수 있다.

또한 중고제품(옷, 가전제품, 가구, 스포츠용품, 잡화 등)이 거래되는 리사이클 숍이 일본에서는 약 2조5000억원의 시장규모를 형성하고 있으나 한국에서는 흔치 않은 것도 주목할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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