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에 걸친 불굴의 집념... 결국 그는 바위언덕을 잘라 후손이 행복으로 가는 길을 열었다

▲ 노규수 <법학박사, 해피런(주) 대표>
▲ 노규수 <법학박사, 해피런(주) 대표>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는 없다는 말은 차라리 부드러운 표현일 것이다. 낙숫물이 바위를 뚫는다고까지 했다.

학생이 공부를 하던, 사업자가 사업을 하던 중단 없이 도전하는 끈기만 있다면, 결코 이루지 못할 목표가 없음을 이르는 말이다. 더구나 그 일에 세상을 변화시키겠다는 사명감이 있다면 더더욱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실제 인도에서는 현대판 우공이산(愚公移山), 즉 노인이 산을 파 옮겼다는 전설 같은 사례가 아직도 화제가 되고 있다.

1960년 인도 비하르 주의 작은 마을에서 일어난 일이다. 26세의 남편 다슈라트 만지(Dashrath Manjhi)가 망치와 정, 삽과 곡괭이를 들고 바위산 언덕으로 달려갔다. 수십km나 길게 늘어진 바위언덕의 중간 허리를 잘라 언덕 너머의 도시와 직선으로 이어지는 길을 내겠다는 것이었다.

그 바위언덕으로 인해 아내 팔구니(Falguni)가 목숨을 잃었다고 생각했다. 아내는 병이 들어 한시라도 빨리 병원에 가야 할 형편이었다. 그러나 의사를 보려면 80km나 길게 이어진 바위언덕(hillrock)을 돌아가야 했고, 결국 그의 아내는 병원으로 가는 도중에 죽어야 했다.

마치 이런 경우다. 서울 마포 공덕동 집에서 남편이 아내를 급히 여의도에 있는 병원으로 데려가야 했는데, 한강의 깊은 강줄기가 가로막혀 있는 것이다. 배도 없고 다리도 없어, 아내를 수레에 싣고 병원까지 가려면 멀리 팔당대교까지 올라가 돌아와야 하는 거리...

노상에서 아내의 죽음을 그렇게 지켜봐야 했던 남편이 눈물을 흘리며 삽과 곡괭이를 들었다. 한강 밑으로 마포에서 여의도에 이르는 직선 지하터널을 뚫겠다고 나선 꼴이다.

모두가 무모한 짓이라고 말렸지만, 독기서린 남편은 막무가내였다. 홀로 피 눈물 흘리며 맨 손으로 돌을 깨고 또 깼다. 그 도전의 세월이 무려 22년... 1982년에 마침내 바위언덕의 허리가 잘렸고, 그 마을은 비로소 산 너머의 세상과 소통하는 길이 열렸다.

이후 다슈라트 만지의 고향마을에는 변화가 찾아 왔다. 도시문명이 주는 혜택을 모른 채 수천 년을 살아야 했던 마을사람들은 이후 5km만 걸으면 병원에 갈 수 있었고, 교육을 받을 학교나 소득을 올릴 공장에도 다닐 수 있게 됐다.

그에 대한 보람과 사명감으로, 다슈라트 만지는 2007년 73세의 일기로 눈을 감을 때까지 쉬지 않고 그 바위 길을 갈고 다듬었다고 한다.

그의 아들과 후손들은 아버지(할아버지)의 손때가 묻은 곡괭이와 망치, 바위를 깨뜨리던 정을 지금도 간직하고 있다. 안타깝게도 그가 살아있을 때는 실감하지 못했지만, 지역사람들은 이제 그의 업적을 높이 치하하고 있다.

필자가 새삼 다슈라트 만지의 이야기에 감동을 받는 이유가 있다. 6년 전인 2011년 4월, 친지들과 함께 달랑 2,000만원을 들고 서울지하철 봉천역부근 지하사무실에서 ‘가장 모범적인 회사’ 창업을 선언했던 사명감 때문이다.

“불법 다단계판매, 방문판매에 빠져 가정이 파괴되고 목숨까지 잃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앞으로도 우리와 같은 피해자가 또 나타날 것입니다. 서민 회원들이 함께 살 수 있는 공존의 홍익인간 시스템을 만들어 후손까지 경제적 궁핍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협력해 나갑시다.”

우리는 그렇게 다짐했다. 1998년부터 친지들과 함께 불법다단계판매 추방 시민운동에 나선지 13년 만의 일이다. 가장 모범적인 공동체회사를 만들어 실의에 빠진 다단계판매 피해자들과 후손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겠다는 의지였다.

소수 1%의 사람들만 혜택을 누리는 견고한 ‘바위언덕’을 깨뜨려 모두가 혜택을 누릴 수 있는... 홍익인간의 세상으로 가는 ‘소셜 네트워킹’의 길을 내겠다는 다짐이었다.

물론 도중에 포기하고 떠난 친지들도 있다. 하지만 지난 6년의 세월동안 발전을 거듭해 500배의 성장을 이루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따듯한 자본주의’에 이르는 ‘홍익인간의 길’을 온전히 내기에는 아직도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그래서 우리는 또 사명감을 다짐했다. 지난 4월4일 전국의 친지들과 함께 가진 창업6주년 기념식이 바로 그 자리다.

아내의 죽음을 사회발전의 힘으로 승화시키기 위해 홀로 피 흘리며 바위산을 깎는 다슈라트 만지의 망치소리가 그날 모두의 가슴에 울려 퍼진 것은 물론이다.

필자 노규수 : 1963년 서울 출생. 법학박사. 2001년 (사)불법다단계추방운동본부 설립 사무총장. 2002년 시민단체 서민고통신문고 대표. 2012년 소셜네트워킹 BM발명특허. 2012년 대한민국 신지식인  대상. 2012년 홍익인간 해피런㈜ 대표이사. 2013년 포춘코리아 선정 ‘2013 한국경제를 움직이는 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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