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인이 만인을 상대로 싸워 이겨야 하는 약육강식의 전쟁터에서 벗어나라. 그리고 만인이 1인을 사랑하는 화합의 공동체로 들어가라.

▲ 노규수 <법학박사, 해피런(주) 대표>
▲ 노규수 <법학박사, 해피런(주) 대표>
무토 마사토시(武藤正敏) 전 일본대사가 지난 2월 일본으로 돌아가 썼다는 <한국인으로 태어나지 않아서 좋았다>라는 책이 최근 논란이 되고 있다.

외국인을 보면 “한국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질문하고는, 입에 바른 칭찬듣기를 좋아하는 우리들 입장에서는 무토 대사의 말에 크게 실망하는 사람들이 많은 모양이다.

무토 전 대사는 한국의 대학 입시전쟁, 취업난, 결혼난, 노후불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 가장 높은 자살률 등의 문제점을 거론하며 “한국은 가혹한 경쟁사회다. 나는 한국인으로 태어나지 않아 정말 좋았다고 생각한다”고 분명히 밝혔다.

그의 표현대로 ‘가혹함’만 뺀다면 한국적 경쟁사회가 그리 나쁜 것은 아닐 것이다. 그 같은 경쟁구도로 인해 저개발 후진국에서 선진국으로 진입한 유일한 나라가 한국이고,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주는 나라로 변한 유일한 나라가 한국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나만 살겠다”는 가혹한 생존경쟁이 주는 메마름, 그로 인해 서로 돕고 격려하며, 양보하고 배려하는 한국적 정(情)의 문화가 점점 훼손되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무토 대사의 말처럼 우리나라는 2003년 이후 무려 14년간이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 ‘자살률 1위’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나라다. 일본의 자살률을 추월한지 이미 오래다.

2016년에도 인구 10만 명당 자살률은 28.7명이나 됐다. 2위인 일본의 18.7명에 비해 엄청난 차이다. 하루 평균 40여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목숨을 스스로 버리는 심각한 상태에까지 온 것이다.

그것은 왜 일까? 안명옥 국립중앙의료원장이 발표한 ‘자살의 원인 분석 : 자살영향 요인 모델’ 논문에서 제시한 몇 가지 이유들을 보면 다음과 같은 것들 때문이다.

즉 정신과 전문의 신승철 박사는 “급속한 산업화와 공업화, 고도성장 끝에 찾아든 극심한 경제불황”이... 고대 의대 정신과 이민수 박사는 “전통적인 가족문화의 붕괴, 급변하는 사회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상실감, 과정보다는 결과를 중시하는 목표지향적 인간관계”가 자살의 원인이 되고 있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생물심리학적 요인(유전적 요인과 성격적 특성)과 경기침체 등 사회경제적 요인 중 80%는 우울증을 거쳐 자살에 이르게 되며, 나머지 20%는 충동적인 상태에서 자살에 이르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 결과 21세기 현재 한국에서는 거의 모든 기층 공동체가 전면적으로 해체되어 대다수 한국인들은 완전한 고립체가 되었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다른 자본주의 국가들 역시 “현대인은 만인이 만인을 죽이려 드는 약육강식의 전쟁터에서 살아남기 위해 홀로 분투하고 있다”는 지적이다.(김태형 <싸우는 심리학> 참조)

한편 기독교에서는 대부분 자살을 살인으로 보는 시각이다. 인간이 세상에 자의로 온 것이 아니라면 세상을 떠날 때에도 하나님의 명령이 있을 때만 떠날 수 있다는 것이다.

로마 가톨릭 역시 인간이 자유의지를 남용해 자신의 생명을 해치는 자살을 가장 큰 죄악으로 판단한다. 인간 생명의 주인은 오직 하느님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떤 형태든 자살은 합리화될 수 없다. 그러니 자살을 예방하기 위한 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종교적 믿음도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국가 정책적으로는 ‘만인이 만인을 죽이려 드는 약육강식의 전쟁터’를 사랑과 평화의 장으로 이끌 수 있는 사회안전망의 확충이 시급한 실정이다.

‘사회안전망’이란 모든 국민을 실업 빈곤 재해 노령화 질병 등의 사회적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말한다. 하지만 국민들로부터 세금을 왕창 거두어 사회복지에 쏟아 붓는다고 해서 자살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될 수 있을까?

필자는 지난 1998년부터 20년에 가까운 세월을 서로가 서로를 돕고 사는 홍익인간 사회를 외치며 살아왔다.

톨스토이가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라고 질문하며, 그 대답으로 “사람은 사랑으로 산다”고 말한 것처럼 “만인은 1인을, 1인은 만인을 사랑하는 홍익인간의 사회”를 한국적 삶의 모델로 추구해온 것이다.

‘자살’이란 글자를 한 번만 뒤집어 보고 생각하자. ‘살자’라는 글자가 나오지 않는가?

그렇게 생각하면 누구나 홍익인간 사회의 주역이 될 수 있다. 그 때의 세상은 분명 만인이 함께하는 사랑의 별자리 ‘자미원’으로 변해 있을 것이다. 그곳은 당신 주변에 만인의 응원군이 함께 하는 화합의 공동체 사회다.

◇노규수 : 1963년 서울 출생. 법학박사. 2001년 (사)불법다단계추방운동본부 설립 사무총장. 2002년 시민단체 서민고통신문고 대표. 2012년 소셜네트워킹 BM발명특허. 2012년 대한민국 신지식인  대상. 2012년 홍익인간 해피런㈜ 대표이사. 2013년 포춘코리아 선정 ‘2013 한국경제를 움직이는 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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