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화장품 브랜드, 미국·유럽 유력 유통점 속속 진출

근 몇 년간 국내 화장품산업은 중국을 기반 삼아 전에 없는 성장세를 구가했다. 그러나 대(對)중국 수출 비중이 40%를 넘어서면서 지나친 편향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아졌고 실제로 지난해 말 한반도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THAAD) 배치를 둘러싼 한·중 갈등이 첨예해지자 이같은 우려는 현실화됐다.

최근 들어 사드 갈등이 완화될 조짐을 보인다는 희망 섞인 전망이 나오긴 하지만 아직 상황은 안개 속이다. 혹 정치적 갈등이 해소된다하더라도 예전과 같은 황금기를 되찾을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그렇지 않아도 중국 편향 극복이 시급한 상황이었던 만큼 이번이 산업의 체질을 강화하는데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는 의견마저 나온다.

자의반 타의반으로 '탈(脫) 중국'에 나선 화장품기업들은 '포스트 차이나' 찾기에 여념이 없다. 전 세계 곳곳으로 국내 브랜드들이 진출하고 있는 가운데 최대 화장품시장이자 화장품산업 선진국으로 꼽히는 미국과 유럽 지역 진출 사례가 잇달아 관심을 끈다.

▲ 클라뷰
▲ 클라뷰

최근 새 신부 차예련을 전속모델로 발탁해 화제를 모은 클라뷰(KLAVUU)는 미국에서도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어 더욱 눈길을 끈다.

클라뷰는 지난해 말 온라인 뷰티 셀렉트숍인 소코글램(Soko Glam)을 통해 미국 시장에 진출했는데 베스트셀러 제품인 '화이트펄세이션 진주 마스크팩'을 비롯해 클렌징폼, 클렌징 오일, 아쿠아 쿠션 등 진주 성분 화장품들이 현지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는 것이다.

현지 소비자들은 클라뷰 제품의 빼어난 품질과 고급스러운 디자인에 높은 점수를 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호평에 힘입어 클라뷰는 이번엔 소코글램의 뉴욕 블루밍데일즈(Bloomingdales) 백화점 팝업스토어에도 참여하며 판매망 확대의 기회를 잡았다.

특히 클라뷰는 블루밍데일즈 팝업스토어와 함께 홍콩의 헬스앤뷰티숍인 컬러믹스 60여 매장 진출도 확정지어 기쁨이 배가됐다. 클라뷰 김현배 대표는 "올 하반기 국내 오프라인 매장 오픈에 앞서 해외 고객들과의 오프라인 접점이 확대돼 'K-뷰티' 브랜드로의 입지를 굳힐 수 있어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 비타브리드
▲ 비타브리드

화장품 브랜드 비타브리드를 운영하는 현대아이비티는 미국의 고급 백화점인 바니스뉴욕과 브랜드 독점계약을 맺었다. 바니스뉴욕은 미국 뷰티·패션시장의 트렌드를 이끄는 백화점으로, 그간 여러 브랜드를 글로벌 명품 반열에 올리며 명성을 높여왔다.

국내 화장품기업 중 바니스뉴욕과 '브랜드 독점계약(Brand Exclusive Agreement)'을 체결한 곳은 현대아이비티가 처음이다.

'브랜드 독점계약'이란 일정 기간 브랜드 전체에 대한 독점권을 부여받는 최고 수위의 파트너십 계약이다. 브랜드 메이커로서 세계적 역량을 인정받는 바니스뉴욕이 자사 비용을 투입해 광고와 홍보, 이벤트, 스타마케팅 등을 진행하는 것으로, 그만큼 브랜드의 잠재력을 높이 인정받았음을 의미한다.

현대아이비티는 오는 8월부터 미국 뉴욕 맨하탄 중심가와 LA 비버리힐즈 등 미국 주요 도시에 위치한 바니스뉴욕 14개 전점에서 비타브리드 주력 제품인 헤어와 페이스를 포함해 출시 예정인 품목까지 브랜드 전 제품을 공급하기로 했다.

현대아이비티 오상기 대표는 "이번 바니스뉴욕 브랜드 독점계약은 국내 대기업 화장품 브랜드들도 못해낸 국내 최초의 글로벌 명품 브랜드 탄생 신호탄이며 'K-뷰티' 산업의 기적이다"고 자평했다.

▲ 시크릿네이처
▲ 시크릿네이처

한국화장품은 자연주의 화장품 브랜드 시크릿네이처(secret nature)를 앞세워 미국 대형 도소매(Wholesale)몰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한국화장품은 지난 3월 캐나다 허드슨베이 백화점 온라인몰과 73개의 오프라인 매장에 시크릿네이처의 화산재 라인, 프롬 제주 라인 등을 성공적으로 론칭시킨 바 있다.

이어 4월에는 미국의 대형 유통업체인 코스트코와 생활잡화 할인점인 티제이맥스, 마샬 등에 입점하며 미국 시장에 첫발을 내디뎠다. 때마침 미국 시장에서 'K-뷰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이달에는 세계 최대 유통 업체인 월마트 입점까지 확정했다.

한국화장품은 다가오는 하반기에도 로드앤테일러, 놀스트롬, 딜리아드 등 허드슨베이그룹 계열사 백화점과 타겟, 월그린과 같은 화장품 전문 유통매장 입점을 추진, 미국 내 판매망 확보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시크릿네이처의 미국 총판을 책임지고 있는 소피아 구 사장은 "'시크릿네이처'가 건강하고 안전한 제품을 소비하는 글로벌 뷰티 트렌드에 부합하는 데다 가격 대비 제품력이 뛰어나 짧은 시간 안에 미국 내 주요 유통 채널에 입점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 라라폭스
▲ 라라폭스

아이올리 또한 메이크업 브랜드 라라폭스(LALAFOX)를 미국 월마트에 입성시켜 주목받고 있다. 온라인몰 활성화에 사활을 걸고 있는 월마트가 라라폭스의 가격 대비 높은 품질과 알찬 품목 구성, 시각적 연출 역량을 높이 사 거래가 성사됐다는 설명이다.

라라폭스는 오는 8월 중 월마트 온라인몰은 물론 4,600여개에 달하는 오프라인 매장 가운데 1,000여 곳에서도 판매가 시작될 예정이다. 공급 제품은 립 메이크업, 베이스 메이크업, 마스크팩, 클렌징 등에 걸쳐 52종에 이르며 향후 품목 수와 판매 매장을 늘려갈 방침이다.

화장품산업의 본산인 유럽에서도 국내 화장품 브랜드들이 연달아 유명 백화점과 화장품 편집숍에 입점하면서 시장 개척에 활기를 띠고 있다.

▲ 설화수
▲ 설화수

아모레퍼시픽은 오는 9월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백화점 갤러리 라파예트에 간판 브랜드인 설화수의 단독 매장을 오픈하기로 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이 백화점의 단독 매장을 통해 아시아의 지혜를 기반으로 '조화와 균형'의 아름다움을 선사하는 브랜드 철학과 제품력을 선보인다는 의지다.

이를 실현할 제품으로는 설화수의 글로벌 베스트셀러이자 스테디셀러인 '윤조에센스'와 인삼의 생명력을 담은 안티에이징 아이템인 '자음생크림'이 첫 손에 꼽힌다.

매장 인테리어에도 한국적 색채를 한껏 가미할 방침이다. 한방(韓方)을 모티브로 한 디자인에 인삼, 자음단 등 브랜드의 전통을 담은 원료도 전시할 계획으로 한국을 대표하는 화장품 브랜드로서의 철학과 진정성을 전면에 앞세우겠다는 것이다.

특히 아모레퍼시픽은 과거 프랑스 화장품시장에 야심차게 진출했다가 고배를 마신 이력이 있는 만큼, 이번 설화수 매장 오픈의 의미가 더욱 각별하다. 아모레퍼시픽은 1988년 저자극 화장품 브랜드 순(SOON)을, 1990년에는 프랑스법인까지 설립하고 리리코스를 현지 론칭한 바 있다. 그러나 현지화에 실패하며 두 브랜드는 철수의 운명을 맡았다.

이후 아모레퍼시픽은 프랑스의 향수 시장 개척에 매진해왔으나 'K-뷰티'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설화수를 앞세운 화장품 재도전의 기회를 잡게 됐다. 설화수는 갤러리 라파예트 오프라인 단독 매장은 물론 이 백화점의 온라인몰에도 동시 입점할 예정이다.

▲ 토니모리
▲ 토니모리

지난해 6월 국내 화장품 브랜드로는 처음으로 세포라 유럽 전 매장 입점이라는 쾌거를 올린 토니모리는 올 하반기부터 세계 최대 규모의 드럭스토어인 부츠(Boots)에도 진출한다.

부츠는 영국 내 매장 수만 2,500여 개로, 현지 최대 헬스앤뷰티 유통 채널로 꼽힌다. 토니모리는 지난해 11월 영국의 럭셔리 백화점인 셀프리지 4개점에 입점한 바 있지만 현지에는 세포라 매장이 없는 터라 매스티지 화장품시장 공략에는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이번 부츠 입성을 통해 보다 폭넓게 시장 개척에 나설 수 있게 됐다.

그간 세포라 매장에서 매스티지 브랜드로서의 인지도를 착실히 쌓아온 토니모리는 유럽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팬더의 꿈 시리즈'를 비롯한 마스크팩 등 다양한 제품을 부츠에 선보일 계획이다.

토니모리 관계자는 "영국 진출을 통해 유럽 지역 내 매스티지 'K-뷰티' 브랜드의 선두로 한걸음 더 나아가게 됐다"며 "전 세계적으로 화장품시장의 본고장이라 불리는 유럽 지역에서 끊임없는 확장을 통해 'K-뷰티'의 우수성을 전파하겠다"고 말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작권자 © 뷰티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