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감고 코끼리 만지는 식으로 현대 중국을 이해하려고 한다면, 중국과의 교류는 언제나 과녁을 벗어날 수 있다.

▲ 노규수 <법학박사, 해피런(주) 대표>
▲ 노규수 <법학박사, 해피런(주) 대표>
필자가 어렸을 때만 해도 짜장면은 엄연한 중국요리의 하나였다.

먹고 살기 힘들었던 시대라 그랬던지 평소에는 그리 쉽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아니었던 것이다. 생일이나 졸업식, 입학식이나 돼야 먹는 ‘행사용 음식’일만큼 귀했다.

그러니 당시 고급요리에 속한 탕수육이나 팔보채, 양장피 등을 서민들이 먹기란 하늘의 별따기였다. 짜장면이 아닌 것을 주문하라고 한다면, 고작 짬뽕이나 우동, 잡채면, 야끼만두(야끼는 일본어 yaKi[燒き]에서 온 말이라고 한다)였을 정도로 중국음식의 이해 범위는 그리 크지 않았다.

그러니 지금도 중국음식을 대라고 하면 짜장면과 짬뽕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그렇다면 생각해보자. 가장 잘 안다는 외국 음식, 즉 중국 음식을 과연 우리가 어느 정도 알고나 먹고 있는 것인지...

중국인들은 다리 넷 달린 것은 책상, 날아다니는 것은 비행기를 제외하고는 다 먹는다는 우스갯소리를 하고 있지만, 실제 우리는 중국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것이 문제다.

중국 음식은 지역마다 모두 다르다고 한다. 하지만 크게 분류하여 네 가지 특성이라도 알아야 한다는 것이 필자의 소견이다. 이른바 북경요리, 상해요리, 광동요리, 사천요리가 바로 그것이다.

자료를 보니... 북경요리는 수도 북경을 중심으로 남쪽으로는 산동성, 서쪽으로는 산서성 태원(太原)까지의 요리를 포함한다. 북경이 원(元) 명(明) 청(淸)시대 3대 왕조의 수도였기에 궁정요리인 만한취엔시(滿漢全度 : 만주, 중국, 몽골요리 총집결의 뜻)가 발달했다.

북방의 한랭한 기후로 인해, 추위에 견디기 위해 기름기를 많이 사용한 고칼로리 음식이 발달되어, 강한 화력을 이용한 튀김과 볶음요리가 정해진 순서로 나오는 것이 일품이다.

이른바 중국식 코스요리인 셈이다. 그래서 만한취엔시 상이 제대로 차려지면, 무려 180여 가지 이상의 음식이 사흘에 걸쳐 나온다고 하는데, 아무리 황제 앞이라 하여도 음식상을 두고 점잔을 빼거나 내숭을 떨지 않고 모두 즐겁게 먹었다고 한다.

상해요리는 중국 중부지방의 대표적인 요리로써 남경(南京), 상해(上海), 양주(揚州), 소주(蘇州) 등지의 요리를 총칭한다.

양자강 유역에서 나오는 풍부한 해산물과 미곡, 따뜻한 기후를 바탕으로 이 지방의 특산물인 의유(醫油)를 사용하여 만드는 것이 특징이다. 맛이 비교적 담백하고 기름기가 많으며 진하다.

광동요리는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중국요리로 광주(廣州), 조주(潮州), 동강(東江)지방의 요리라고 한다. 또한 전세계 차이나타운에서 먹을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인 중국요리다. 약간 달짝지근하면서 깔끔한 맛을 내며, 탕수육, 팔보채 등 우리에게도 친숙한 요리가 많다.

16세기 이후 외국 선교사와 상인들의 왕래가 빈번하였기 때문에 전통요리에 서양요리법이 결합하여 독특한 특성을 띠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특히 해산물요리에 능한데, 조미료를 중시하며 향기롭고, 개운하고, 부드럽고, 미끈거리는 것이 특징으로 맛이 담백하다.

사천요리는 중국 내륙요리의 진수로 알려져 있다. 중국 서부지역의 요리를 대표하며 양자강 상류 산악지대인 사천(四川), 운남(雲南), 귀주(貴州)지방의 요리가 이에 속한다.

주로 산악지대이기 때문에 향신료, 소금절이, 건조시킨 저장식품이 발달했다고 한다. 조리방법에서는 살짝 볶거나 부치고, 천소(千燒, 맛술로 맛을 내고 그 국물이 없어질 때까지 약한 불로 조리는 요리)하는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이 정도의 상식은 고작 장님 코끼리 만지기 식이라고 한다. 제대로 아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따라서 중국과의 진정한 교류협력을 위해서는 먹거리 하나에도 보다 광범위한 연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필자 회사는 곧 중국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중국에 현지법인을 낼 예정이다. 식당 하나를 내도 최소한 중국의 먹거리 문화를 알아야 하듯이, 중국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에 대한 심층 있는 연구와 접근법이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홍익인간이라는 공존번영의 원칙을 갖고 있다. 그것이 중국 진출의 무기라면 무기다. 따라서 함께 중국 개척길을 떠나는 친지들과 짜장면 대신 무엇을 먹어야 할 것인지 이제는 필자가 고민해야 할 때다.

◇노규수 : 1963년 서울 출생. 법학박사. 2001년 (사)불법다단계추방운동본부 설립 사무총장. 2002년 시민단체 서민고통신문고 대표. 2012년 소셜네트워킹 BM발명특허. 2012년 대한민국 신지식인  대상. 2012년 홍익인간 해피런㈜ 대표이사. 2013년 포춘코리아 선정 ‘2013 한국경제를 움직이는 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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