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깨끗하다는 인식은 버릴수록 좋다. 그것이 피해자가 조속히 상처를 치유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 노규수 <법학박사, 해피런(주) 대표>
▲ 노규수 <법학박사, 해피런(주) 대표>
사랑은 위대한 힘이다. 그러니 “죄 없는 사람이 간음한 여인을 돌로 치라”는 예수의 사랑이야 더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남녀 간의 원초적 사랑 역시 인류 사회를 발전시키는 원동력이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남성들의 성적 탐욕에 만신창이가 되어버린 눈물의 인생도 있다. 국가와 사회가 지켜주지 못해 희생당해야 하는 기구한 삶도 있다.

아마도 침략 역사의 희생양으로 살아온 일부 일본군위안부 할머니들의 경우가 그럴 것이다. 또한 인간지옥 북한을 탈출하려다 중국 인신매매 조직의 올가미에 걸려 혼절을 잃고 당한 일부 탈북민도 그럴 수 있을 것이다.

어디 그 뿐인가. 한 가정을 파괴하고, 우리 사회를 멍들게 하는 성폭력의 희생양이 된 많은 여성들이 어쩌면 우리 주변에서 아직도 몸서리치는 삶을 살 수도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송백권 사건’이다. 1971년 당시 아홉 살이었던 동네 여자어린이를 성폭행한 송백권이 20년 후 그 피해 여성에게 살해된 경우다.

피해 여성은 성인이 되어 결혼을 했으나, 송백권에게 당한 트라우마로 인한 발작증세로 정상적인 부부생활을 할 수 없었다.

결국 스스로 이혼을 결심했다. 그러나 상처가 아물었을 것이라 생각한 후의 두 번째 결혼도 마찬가지였다. 남편과 부부관계를 갖게 되었지만 그때마다 어린 시절의 악몽이 떠올라 소리를 지르고 남편을 밀쳐대는 발작 증세가 더 심해질 뿐이었다.

부모와 남편에게 성폭행 피해사실을 알리고, 남편도 불가피한 그 상황을 이해했으나 소용이 없었다. 그럴수록 남편과의 사이는 멀어져 갔다.

이 모든 불행의 씨앗이 어린 시절 성폭행 때문이라고 생각한 그녀는 1991년1월30일 고향마을을 찾아가 20년 전 ‘이웃집 아저씨’였던 송백권을 칼로 살해하기에 이르렀다.

한 맺힌 그녀는 당시 법정에서 “나는 짐승을 죽인 것이지 사람을 죽인 것이 아니다”라고 진술함으로써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다. 자신을 지켜주지도 못하고,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강간범을 처벌해주지도 않는 나라 법을 대신해 아동 성폭행 피해자가 스스로 ‘징벌’에 나섰다는 점에서다.

그녀 두 번째 남편의 이해심은 컸다. 비록 아내의 살인죄를 막을 수는 없었다고 하더라도 그녀의 상처를 보듬으려는 사랑의 노력이 컸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는 이제 성폭력을 예방하고 근절시킬 수 있는 다양한 해법들을 내놓아야 한다. 또한 피해여성들이 하루 빨리 상처를 잊고 살아갈 수 있도록 그들을 보듬어 안는 사랑을 더 넓게 확산시켜야 한다.

가정의 달이었던 지난 5월24일... 해군본부 소속 한 여성 대위가 자신의 원룸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직속상관인 모 대령으로부터 성폭행당한 사건의 결과다.

또한 지난 7월11일에는 형부의 성폭행으로 낳은 아들을 살해한 지적장애 여성에게 대법원이 징역4년을 판결한 사실이 언론에 보도됐다. 형부의 얼굴을 닮은 아들에 대한 미움이 쌓인 범죄라는 것이다.

누구나 성폭행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 또한 알게 모르게 성폭행을 당해 고민하는 여성들도 주변에 많을 것이다. 누가 이들에게 손가락질을 할 것인가? 이제 그들을 위한 우리 사회의 폭넓은 포용정신과 치유프로그램이 바로서야 할 때다.

기혼남성의 85%는 혼전 성경험이 있고, 유부남의 30~45%는 바람을 피우고 있었다. 또한 유부녀의 30%가 외간남자와 성관계를 맺었다는 내용도 있다.

이는 요즘 얘기가 아니다. 70년 전인 1948년 미국에서 발표된 킨제이보고서에 나온 조사결과다. 2017년 한국의 실정은 어쩌면 70년 전 미국사회보다 더 심할 수도 있다.

아름다운 사랑과 성(性)은 보호받고 존중되어야 한다. 그것은 누구에게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당신이 성폭력의 가해자 편에 서지 않으려면, 나만 아름답고 깨끗한 사랑을 한다는 인식은 빨리 버릴수록 좋다. 그것이 오히려 주변 친지들을 향한 성폭력을 예방하고, 피해자의 상처를 치유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노규수 : 1963년 서울 출생. 법학박사. 2001년 (사)불법다단계추방운동본부 설립 사무총장. 2002년 시민단체 서민고통신문고 대표. 2012년 소셜네트워킹 BM발명특허. 2012년 대한민국 신지식인  대상. 2012년 홍익인간 해피런㈜ 대표이사. 2013년 포춘코리아 선정 ‘2013 한국경제를 움직이는 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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