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날 때 빈손으로 가자... 인간으로 태어나게 해준 天.地.人에 빚을 갚는 마음이 홍익인간 사회를 위한 윤리경영의 기본!

▲ 노규수 <법학박사, 해피런(주) 대표>
▲ 노규수 <법학박사, 해피런(주) 대표>
내 마음대로 돈 벌 수 있고, 내 마음대로 쓸 수 있는 경제체제가 자본주의다. 그것을 보장하는 정치체제가 바로 자유민주주의다.

그런 면에서 한국은 자본주의 국가이자 자유민주주의 국가로 볼 수 있다. 비록 법률적 규정에 따라 일부 행위는 제한받을지언정 내 돈을 내 마음대로 쓰는 데는 그리 큰 불편이 없다.

하지만 돈 많은 사람들에게 법률규정 이전에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 우리 사회다. 외국도 마찬가지다. 미국과 같이 자본주의가 발달한 나라일수록 더 심한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고, 또한 실천하고 있다.

그렇다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란 무엇인가?

그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많은 말을 했지만, 우리나라에서 거론된 몇 가지 사례를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13년 전인 2004년12월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란 무엇인가』라는 보고서를 발간한 적이 있다.

그에 대한 해답으로 제시한 것은 바로 ‘이윤창출’이었다. “기업이 영속적으로 존재하기 위해서는 이윤창출을 저해할 수 있는 별도의 책임이나 의무를 기업에 강요하거나 기대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었다.

이익이 나야 경영자도 살고, 직원도 살고, 투자도 하고, 고용도 늘리고, 기부도 할 수 있는 것이니 ‘이윤창출’이야말로 가장 큰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시각이다.

당연하다. 더구나 당시는 IMF구제금융 사태가 막바지로 치닫고 있을 때여서 그 같은 ‘윤리규범’이 더욱 필요했을 것이다. 1997년 말에 터진 IMF는 한보철강과 기아자동차의 대형부실 사태가 타 기업, 타 업종, 은행 등 금융권에 연쇄적으로 옮겨 붙어 줄도산이 남으로써 나라 전체가 휘청거릴 때였다.

당시 정부는 부실기업을 살리고, 쓰러진 기업의 종업원들에게 일자리를 주기 위해 천문학적인 공적자금을 투입해야 했다. 막대한 국민의 혈세조차 모자라 결국은 IMF 등으로부터 202억 달러에 이르는 급전을 긴급히 빌려다가 ‘국가도산 위기’를 막았던 것이다.

그러니 그때 망하지 않은 회사, 즉 평소 이윤을 창출해 국민세금을 축내지 않은 기업이 칭찬의 대상이 됐다. 그중의 한 회사가 현대자동차였다. IMF당시 자칫 외국으로 팔려나갈 위기에 있던 기아자동차를 인수한 것도 현대자동차다.

그때 현대차 노조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고 나섰다. 결코 ‘이윤창출’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즉 창출된 이윤을 사회에 돌려주어야 하는 만큼 사회공헌기금 출연을 의무화해 규정으로 명시하자는 입장이었다.

노조의 주장은 논란거리가 됐다. 우선 경총이 주장한 “별도의 책임이나 의무를 기업에 강요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과 상반된다. 이를테면 정치자금과 같이, 힘 있는 자가 기업의 이윤을 ‘사회공헌기금’이라는 명목으로 빼앗아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그것이 어찌 자본주의냐는 지적도 있었다. 기업이건 개인이건 사회적 책임은 자신이 기뻐서 해야 하는 것이지 법적으로 규제하거나, 강제로 부과하는 것은 결코 사회적 책임이 아니라는 시각이다.

일반적으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란 기업이 생산 및 영업활동을 하면서 사회 전체의 이익을 동시에 추구는 활동을 말한다. 즉 취약계층에 일자리나 사회서비스를 제공하고, 창출된 이익을 사업자체나 지역공동체에 재투자, 사회적 목적 달성을 위해 사용하는 것이다.

지난 7월27일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기업 총수들과 간담회를 가지면서 초청대상자에 오뚜기 함영준 회장을 포함시켜 눈길을 끌었다. 자산 규모로 따지면 100위권에도 들지 못하는 기업이지만, ‘사회적 책임’이 우수하기에 참석했다는 것이다.

공적을 보니 상속세 1500억 원을 다 내겠다고 신고하고, 거의 모든 직원을 정규직으로 채용하고 있으며, 심장병 어린이 수술비용 지원과 장애인 재활지원 사업 후원 등 사회공헌 활동 역시 꾸준히 하고 있다는 것이다.

상속세나 증여세를 안내고 2세 3세들에게 편법 재산증여를 하려다 덜미를 잡힌 일부 대기업들이 배워야 할 모범사례라는 평이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내 재산의 출처가 사회에 있으니 소유권도 사회에 있다는 공유의 개념이다.

필자는 그것이 바로 사회적 책임윤리라는 생각이다. 이 세상에 있을 때 빌려 쓰는 것일 뿐, 저 세상으로 가져 갈 수는 없는 것이 재산이니, 고맙게 썼으면 떠날 때 다시 사회에 반납해야 하는 것이다.

필자가 친지들과 함께 기업과 땅을 열심히 일구고 있는 것도 사회에 진 빚을 모두 갚기 위함이다. 떠날 때 홀가분하게 빈손으로 가려는 것이다. 인간으로 태어나게 해준 하늘과 땅과 사람들에게 빚을 갚으려는 심정이 홍익인간 사회를 위한 윤리경영일 것이다.

◇노규수 : 1963년 서울 출생. 법학박사. 2001년 (사)불법다단계추방운동본부 설립 사무총장. 2002년 시민단체 서민고통신문고 대표. 2012년 소셜네트워킹 BM발명특허. 2012년 대한민국 신지식인  대상. 2012년 홍익인간 해피런㈜ 대표이사. 2013년 포춘코리아 선정 ‘2013 한국경제를 움직이는 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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