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스타일부터 애니팡까지 우리를 웃게 해준 핫 아이템들

 
 
연말이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다사다난’이라는 표현이 그 어느 해보다 절실하게 와 닿았던 2012년. 연말 최대 이슈였던 대선이 끝나면서 이제 한해를 조용히 되돌아보고 희망찬 새해를 맞이하기 위한 계획과 정리의 시간들로 분주할 때이다.

올해는 그야말로 ‘푸어(Poor)’의 전성시대였다. 스펙푸어부터 시작해서 워킹푸어, 허니문푸어, 하우스푸어, 베이비푸어, 에듀푸어, 실버푸어에 이르기까지 생애주기에 따라 거치는 관문마다 어려운 상황에 처해지는 국민들이 넘쳐나고 있다는 현실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처럼 지독한 경기 불황은 사회, 문화 전반에도 큰 영향을 주었다. 소비심리 위축으로 주머니를 닫아버린 사람들은 반값 세일에 열광했고, 각박해진 살림살이에 마음은 ‘치유’를 원했다. 또한 애니팡, 드래곤 플라이트와 같은 게임으로 잠깐이나마 현실의 고단함을 잊었고, 강남스타일 속 말춤을 따라하며 웃음을 되찾으려 했다. 90년대를 추억하는 다양한 상품들의 등장과 1000만 관객 동원에 성공한 영화 두 편은 어떠한가? 팍팍해진 우리네 살림살이에 그나마 작은 위안이 되지 않았던가?
 
2012년 지독한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도 대한민국 사회와 문화적 콘텐츠를 풍요롭게 만들어준 화제의 키워드들을 정리해보았다.
 
대한민국은 힐링이 필요해~
2012년 몸과 마음이 지친 국민들은 ‘힐링’이라는 단어에 열광했다. 몸이나 마음의 치유를 뜻하는 ‘힐링(Healing)’은 TV 예능프로그램에서부터 음악, 연극, 여행, 서적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우리의 마음을 어루만졌다.
 
 
 
SBS TV의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는 요란하거나 선정적인 내용 없이 그야말로 마음 속에 담아 두었던 이야기를 편안하게 이끌어냄으로써, 이야기를 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 모두의 마음을 정화시켜 주는 새로운 포맷의 토크쇼이다. 답답한 스튜디오 세트장을 벗어난 야외 녹화에 편안한 옷차림, 캠핑 의자 등의 소품은 출연자들을 무장해제 시키기에 그만이다. 고소영, 김하늘 등 그동안 토크쇼 출연을 꺼려해 왔던 톱스타부터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등 정치인까지 출연하여 TV 예능프로에서는 볼 수 없었던 진솔하고 친근한 모습을 선보여 시청자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얻었다.
 
 
 
힐링을 테마로 한 서적들의 인기 또한 열풍이었다. 혜민스님의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을 시작으로 ‘아프니까 청춘이다’ ‘달팽이가 느려도 늦지 않다’ ‘세상 모든 행복’ ‘세상에 예쁜 것’ 등 많은 힐링 관련 서적들이 베스트셀러에 이름을 올렸다.
뿐만 아니라 생활 속 화두로 떠오른 힐링 열풍은 캠핑과 여행상품의 호황으로도 이어졌다. 올 한 해 동안 옥션에서는 캠핑용품이 5만개나 팔려나가며 전체 매출 순위 10위에 올랐다. 또 해외여행보다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은 제주여행 상품이 인기를 모았으며, 마음을 안정시켜주는 대표적인 홈 프래그런스 용품인 향초도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강남스타일? Oh No! 이제는 월드스타일!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빼고 2012년을 말할 수 있을까? 2012년 한국이 낳은 최고의 히트상품인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세운 진기록들은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광풍 그 자체였다.
 
 
 
우선 20일 현재 유튜브 조회수 9억8900건을 넘어서며 10억 뷰를 바라보고 있다. 이는 역대 최다 조회수이며, 2012년 유튜브 톱 비디오에 칼리 래 젭슨(Carly Rae Jepsen)의 ‘콜 미 메이비(Call Me Maybe)’ 뮤직비디오와 함께 뽑혔다. 또 미국 빌보드 차트에서 7주 연속 2위를 차지하는 등 전 세계적으로 많은 인기를 누린 가운데, 빌보드가 싸이의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를 2012년 유튜브의 트렌드를 이끈 영상이라고 밝혔다. 뿐만 아니다. 최근 미국 음악 전문방송 MTV는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올해의 바이럴 센세이션’으로 선정했다.
 
아시아 쪽도 사정은 마찬가지. 중국 최대 SNS 웨이보에서 실시한 올해의 유명 인물 조사에서 싸이는 1위에 등극했다. 이 설문 조사에는 현지 네티즌 4억여 명이 참여했으며 이 가운데 싸이는 1억 900여 만 표를 얻어 압도적인 표 차이로 1위에 올랐다. 다음커뮤니케이션은 지난 10일 종합, 인물, 문화, 방송, 생활 등 총 25개 분야로 나누어 ‘2012 올해의 검색어’를 발표한 결과, 2012년 네티즌들이 가장 많은 관심을 모았던 이슈 검색어가 ‘강남스타일’로 선정됐다고 밝혔다.
 
이처럼 전 세계를 흔들어놓은 ‘강남스타일’의 인기 요인은 언어의 장벽을 뛰어넘은 시각적 웃음 코드와 함께 듣기만 해도 몸을 들썩이게 만드는 반복적 리듬과 말춤에 있다는 분석이다. 또 유튜브와 트위터는 ‘강남스타일’을 세계 최고의 음악으로, 가수 싸이를 세계 최고의 가수로 만드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군대를 2번이나 다녀온 불운의 사나이에서 세계를 누비며 진정한 월드스타로서 우뚝선 B급 문화의 대표주자 싸이의 화려한 비상은, 올 하반기 국민들에게 시원한 웃음과 자부심을 안겨주기에 충분했다.
 
응답하라 1990년대, 90년대 감성 복고 대유행
올 상반기에 개봉해 40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모은 ‘건축학개론’을 시작으로 40대 초반 꽃미남 4인방이 등장한 ‘신사의 품격’, 그리고 90년대 ‘빠순이(열광적 팬)’ 문화에 대한 향수를 그린 ‘응답하라 1997’에 이르기까지 2012년은 온통 90년대의 감성이나 추억을 자극하는 프로그램들이 넘쳐났다. 또 90년대가 ‘한국 가요의 황금기’였던 만큼 90년대 노래 리메이크가 잇따랐고, 90년대 스타들이 함께하는 기획 무대도 화제가 되었다. 이러한 현상은 비단 문화에만 국한되지 않고, 드라마나 영화 속에 등장했던 90년대의 아이템들이 다시 상품으로 등장해서 높은 판매고를 기록했고, 중고 시장에서도 활발한 거래가 이루어졌다.
 
▲ 90년대 복고열풍의 주역들인 영화 '건축학개론', 드라마 '응답하라 1997', '신사의 품격'
▲ 90년대 복고열풍의 주역들인 영화 '건축학개론', 드라마 '응답하라 1997', '신사의 품격'
그렇다면 2012년에 왜 1990년대식 복고가 핫하게 떠올랐던 것일까? LG경제연구원은 ‘문화와 소비를 주도하는 대한민국 30대의 가치관과 라이프스타일’이라는 보고서에서 “최근 사회 중진세력으로 자리한 397세대(30대·90년대 학번·70년대 출생)가 우리 사회의 변화를 주도하는 세대로서 주목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즉 90년대에 20대를 보낸 세대들은 이제 30대 후반, 40대 초반의 나이에 진입했다. 90년대의 청년들은 정치적 이념적 속박에서 벗어나 처음으로 문화를 통해 스스로의 정체성을 표현한 세대로, 당시 10~20대 시절을 보낸 현재의 30~40대가 사회의 주소비층이 되면서 과거의 추억과 관련된 문화상품을 적극 소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90년대는 격변의 시기였던 만큼 ‘서태지와 아이들’로 대변되는 창의적 콘텐츠가 수없이 쏟아졌으며, 콘텐츠가 매우 다양하고 퀄리티 역시 높기 때문에 2012년에 와서도 왕성하게 소비될 수 있었다. 문화의 르네상스 시대로 불리던 90년대의 다양한 추억들이 30, 40대에게는 잊고 있던 감성을 불러일으키고, 신세대에게는 새로운 자극으로 다가가 올 한해 우리를 행복하게 해주었다.
 
주머니가 얇다고? 반값 할인이 있잖아~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았던 서민들은 올 한해 소셜커머스와 온라인몰을 중심으로 출시된 반값 제품으로 실속을 챙겼다. 이른바 ‘간장남녀’로 불리는 실속파 짠돌이, 짠순이들은 합리적인 소비로 불황의 긴 터널을 극복해나갔다. TV에서 시작된 반값 열풍은 IT기기·가구 등 다양한 상품군으로 확대됐다. 이에 주요 온라인몰들은 이 같은 땡처리 행사를 상시 코너로 전환, 정착시켰다.
 
옥션은 올 한해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모았던 상품들을 대상으로 2012년 쇼핑화두와 히트상품을 분석한 결과, 저렴하지만 소비할 만한 가치가 있는 일명, ‘칩시크’(Cheap-Chic) 상품이 온라인몰의 소비트렌드를 이끈 핵심 화두로 꼽혔다고 29일 밝혔다. 특히 옥션이 단독으로 선보인 ‘에이뷰TV’를 비롯한 중소기업TV는 디지털TV 교체 수요와 맞물려 1만6000대가 팔려나가며 전체 히트상품 중 18위에 올랐다. 한편 고물가에 업소용 상품을 찾는 알뜰족들이 늘면서 ‘리필타입 샴푸’(17위)도 2만 박스나 팔려나갔으며, 수입브랜드 화장품에 품질비교 공개 도전장을 내는 등 화제를 모은 ‘미투(Me-too) 화장품’(19위, 1만5000개)도 불황형 상품으로 떠올랐다.
 
▲ 스타벅스는 올 여름 창립 13주년을 맞아 창립기념일 당일 3시간 동안 50% 할인 이벤트를 실시했다
▲ 스타벅스는 올 여름 창립 13주년을 맞아 창립기념일 당일 3시간 동안 50% 할인 이벤트를 실시했다
G마켓은 12월3일부터 7일까지 ‘굿시리즈 슈퍼위크’를 진행해 눈길을 끌었다. G마켓이 반값할인을 콘셉트로 올해 초부터 진행했던 ‘굿시리즈’ 가운데 고객 반응이 뜨거웠던 제품들을 다시 한 번 초특가로 판매한 것. 그동안 굿시리즈는 TV, 소파, 자전거, 비데 등 다양한 제품들을 선보이며 알뜰 소비자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11번가는 ‘반값 할인’ 소셜커머스보다 한 수 위의 ‘반의 반값’ 할인 혜택을 내세운 파격 할인 기획전 ‘쇼킹딜’을 지난 8월 공식 오픈했다. 6가지 유, 무형의 상품을 매주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 3일간 판매하는 ‘쇼킹딜’은 OK캐시백, 쿠폰 등 11번가의 마케팅 인프라를 최대한 활용해 할인에 할인을 더할 수 있어, 단순 특가 중심으로 운영하는 소셜커머스보다 구매 혜택이 높은 것이 장점이다.
이러한 반값 할인 경쟁은 연말을 맞아 피크를 이루고 있다. 패션·뷰티 아이템부터 생활용품·가전기기, 가족 단위 여행 할인 혜택까지 다양한 분야의 반값할인 행사가 펼쳐지고 있다. 기업마다 연말 반값 세일을 다수 진행하고 있어 소비자로서는 조금이나마 경제적으로 여유롭고 행복한 연말을 보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민게임 ‘애니팡’,  우리 모두 팡팡!
 
 
삼성경제연구소는 인터넷 회원 1만9701명과 전문가를 대상으로 조사한 올해 히트상품 1위 결과를 발표했다. 1위는 싸이의 강남스타일이며, 2위는 모바일 메신저 게임 애니팡이다.
선데이토즈의 ‘애니팡’은 지난 7월 출시 이후 3개월 만에 이용자수 2000만 명을 넘어섰다. 하루 이용자수도 1000만 명, 동시접속자 300만명을 돌파했고, 월 매출 100억원을 기록하며 ‘국민게임’ 반열에 올라섰다. 삼성경제연구소 관계자는 “카카오톡을 이용해 자신과 친구의 주간 게임 순위를 실시간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이 돋보인다”며 “‘애니팡’이 하트를 얻기 위해 지인을 초대하는 점 등이 재미를 배가시킨 것 같다”고 설명했다.
 
애니팡이 이처럼 국민게임까지 오르게 된 것은 스마트폰의 보급과 함께 ‘카카오톡’이라는 모바일 SNS 덕분이다. 스마트폰의 터치 기술은 게임 조작을 단순하게 만들었다. 손가락 하나로 아이콘을 ‘끌어서 놓기’만 해도 돼 언제 어디서나 남녀노소 쉽게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여기에 ‘카카오톡’ 플랫폼은 게임의 재미를 배가 시켰다. 700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한 ‘카카오톡’은 혼자가 아닌 지인들과 연결돼 경쟁하면서 게임을 하는 재미를 안겨줬다. 게임의 코인과 같은 메시지 ‘하트’는 여기저기서 날라오면서 게임에 관심이 없던 이들의 마음을 흔들어 놓기도 했다.
 
‘애니팡’의 성공에 힘입어 캔디팡, 드래곤 플라이트, 모두의 게임 등이 합세하며 모바일게임 시장은 급속도로 커졌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우리나라 모바일게임 시장 규모는 6328억원으로 지난해 4236억원이었던 시장이 50% 가까이 커졌다.
 
김수진 기자 sjkimcap@beauty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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