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사관학교 졸업성적 1~3등을 여성 생도가 차지... 경제계 기업계에서도 여성 리더를 중시하는 시각 가져야

▲ 노규수 <법학박사, 해피런(주) 대표>
▲ 노규수 <법학박사, 해피런(주) 대표>
모계(母系) 중심, 즉 여성 중심으로 태동한 인류의 사회구조에 대한 반발 때문이었을까? 성리학(性理學)이 지배한 조선조 500년은 지독히도 여성을 차별한 시기였다. 인격적인 모독으로 보아도 무방할 정도다.

그래서일까... 임윤지당(任允摯堂. 1721~1793)은 여성으로서 남성의 전유물이던 유교 성리학을 연구했다. 그녀는 후대 사람들이 “조선조 여성으로서 형이상학적 철학과 역사를 통찰했던 매우 희귀한 존재”라고 평가할 만큼 학문적인 업적도 쌓았다.

“여자도 교육과 수양을 통해 성현(聖賢)이 될 수 있다.”

임윤지당이 남성 중심의 조선사회에 던진 말이다. 임윤지당을 기리기 위해 원주시가 8월초 그녀의 초상화 그리기 작업에 착수했다는 소식이다. 원주는 그의 시댁, 평산 신씨가 살던 고을이다.

이슬람처럼 여성이 외출할 때 얼굴을 장옷으로 가리도록 한 조선이라는 나라... 1392년 조선을 건국한 신진세력들이 전 왕조인 고려를 부정하는 것은 다 좋았다고 치자.

소위 역성혁명으로 새로운 나라를 세우다보니, 민심을 얻을 수 있는 새로운 국가경영의 이념이 필요했던 것인데, 그들은 조선의 통치이념으로 불교 대신 유교 성리학을 내세웠다.

문제는 성리학적 위계질서의 강조였다. 세상은 모두 기(氣)에 의해 구성된 것으로, 우주 만물은 맑음과 흐림, 무거움과 가벼움 등에 따른 기(氣) 차이에 따라 차별성과 등급성을 갖는다는 시각이었다.

그 배경은 바로 이(理)였다. 즉 모든 만물에는 위계적 질서라는 하늘의 이치(理致)가 내재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理)의 구체적 행동강령이 삼강오륜(三綱五倫)을 비롯한 유교적 윤리도덕으로 나타났다.

더 나아가 품계에 의한 관료적 통치 질서, 양반과 상놈 또는 사농공상에 위한 신분계급적 사회질서, 아들과 장남 중심의 가부장적 가족질서를 포함하는 명분론적 서열이 조선사회의 통치 프레임이었던 것이다.

그 위계적 질서에 의해 남자를 보필해야 하는 여자들은 인간다운 대우를 받지 못했다. 여필종부(女必從夫)라 하여 여자는 모두 남자의 종(從)으로 살아야 하는 것이 당시의 윤리도덕이었다.

그 구체적인 실천조항이 삼종지도(三從之道)다. 즉 여자가 어려서는 아버지의 뜻을 따라야 한다는 재가종부(在家從父), 시집가서는 남편을 따라야 한다는 적인종부(敵人從夫), 남편이 죽으면 아들을 따라야 한다는 거사종자(去死從子)다.

그 고리타분한 남존여비 사상이 조선 500년을 지탱하다보니 여자 눈에는 눈물이 마를 날이 없었다. 시집을 가면 벙어리 3년, 귀머거리 3년, 소경 3년이라 하여 말도 못하고, 듣지도 못하고, 보지도 못하는 반신불수로 살아야 했다.

그 기간 동안에 시댁에 우환이 생기면 모두 며느리 탓이었다. 시아버지가 병이라도 들라치면, 며느리 관상에 기가 센 나머지 시아버지를 위에서 누르는 형국이라는 것이다. 그렇게 매도당하면 친자식들마저도 어머니를 우습게 여기게 된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한국사회의 여성 지위가 크게 변했다. 여성의 사회 진출이 늘어나면서, 여성들의 실력이 남자들 못지않거나 오히려 낫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그래서 남녀평등(男女平等)이란 말은 ‘남자가 여자에 비해 평균적으로 등신’이라는 뜻이란다.

임윤지당이 여자도 교육과 수양을 통해 성현이 될 수 있다고 한 때문이어서인지 금녀의 벽이 허물어지고 있다. 공군사관학교가 1997년 처음 여학생을 입학시키고 나서 군 장교의 길은 여자들에게 활짝 열렸다.

지난 2월24일 육군사관학교 졸업식에서는 졸업성적 1, 2, 3등을 모두 여생도가 휩쓰는 사건도 발생했다. 공부만 잘한다고 되는 것이 아닌, 학과 성적 50%에 군사 역량 25%, 신체 역량 15%, 내무생활과 리더십이 10% 반영되는 다면 평가 결과다.

2007년 여성의 판검사 임용비율이 남성을 넘어선 이후 법조계의 여성파워는 나날이 증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미 우리 사회는 여성들의 능력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시대가 됐다. 하지만 경제계, 기업계에서는 아직도 여성 임원들이나 CEO가 크게 늘어나지 않고 있다.

이것 역시 조속히 불식돼야 한다, 남성들과 똑 같은 기회와 역할을 주어서 여성들의 실력이 좋으면 그것을 응당 인정해 주어야 한다. 총 들고 싸우는 군대의 리더도 여성이 될 수 있는데, 기업에서의 역할은 그 이상 잘 할 수 있을 것이다.

필자는 여성들의 능력을 잘 안다. 한국사회가 좀 더 발전하려면 고리타분한 성리학적 여성차별을 빨리 벗어던져야 한다. 우리 회사 조직에서도 많은 여성 리더들과 여성 CEO가 배출돼 세계시장 개척에 나설 수 있기를 기대한다.

◇노규수 : 1963년 서울 출생. 법학박사. 2001년 (사)불법다단계추방운동본부 설립 사무총장. 2002년 시민단체 서민고통신문고 대표. 2012년 소셜네트워킹 BM발명특허. 2012년 대한민국 신지식인  대상. 2012년 홍익인간 해피런㈜ 대표이사. 2013년 포춘코리아 선정 ‘2013 한국경제를 움직이는 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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