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코리아도전기-미스코리아 할까 말까?

 
 
<미스코리아 2010 한국대회> 미스코리아도전기 - 미스코리아 할까 말까?

때는 2010년 5월, 졸업도 했겠다. 집에 있는 것이 눈치 보여 아침, 저녁 타임으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었지만 아침, 저녁으로 일하자니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평생 이렇게 아르바이트를 하며 살 수도 없고 앞으로 난 어떻게 살아야하나 내 꿈은 배우인데, 연기를 하고 싶어도 학교를 졸업하고 나니 쉽지 않았다.

시간 날 때마다 이리저리 인터넷 서핑을 해가며 앞으로 내가 뭘 하며 살아야하나 찾아보는 것도 하루 일과 중의 하나였다. 그러다 문득 5월이면 미스코리아 대회를 했었던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역시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이미 지역대회가 진행되고 있었다.

내가 사는 경기 지역도 모집 중이었다.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고 조용히 한 번 신청해볼까? 아니야, 내가 무슨 미스코리아냐...혹 나간다한들 예쁘게 살 빼서 내년에 나가야지". 마음속에서 온갖 생각이 수없이 교차하다가 결국 출전을 포기했다.

다시 아르바이트를 하며 하루하루를 보낼수록 내 꿈과 관련 없는 일들(물론 경험만큼 연기하는 데 좋은 것은 없지만)을 하며 이렇게 시간만 보낼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고, 지푸라기라도 잡아보고 싶은 심정으로 미스코리아 대회를 다시 검색해보았다.

그런데 경기지역접수가 마감이 된 것이다. 아! 이렇게 또 하나의 기회를 놓치는구나 생각하던 중에 학교 연고로도 출전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난 서울지역 원서접수 마감을 한 시간 남겨놓고 급작스럽게 지원하게 되었다.

정말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고 예선에서 떨어지게 되면, 나 혼자만 아는 비밀로 평생 가져가려고 했다.

때는 6월 3일, 접수를 해놓고도 갈까 말까를 얼마나 고민했는지 모른다. 막상 신청은 해놓았지만 예선에서 탈락하게 되면 자신감을 잃게 될까봐 두려웠던 것 같다.

정말 오랜 고민 끝에 후회를 하더라도 해보고 후회하자는 생각이 들어 난 엄마에게 친구와의 약속이 있다는 거짓말을 하고 신도림으로 향했다. 다행히도 예선은 준비할 것이 많이 없었다. 흰색 민소매티에 핫팬츠, 그리고 메이크업을 하지 않은 얼굴. 예선 장소에 도착하니 어디 숨어있었는지 정말 예쁜 친구들이 많았다.

혹시나 아는 사람을 만날까봐 얼마나 조마조마했는지 모른다. 겉으로 보이는 내 자신이 아직은 준비가 안됐다는 생각에 부끄러웠던 것 같다. 대략 100명 정도 되는 내 또래의 친구들이 예선심사를 받기 위해 준비하고 있었다.

번호추첨을 했는데 내 번호는 48번, 빠르지도 않고 그렇다고 너무 뒤도 아니어서 괜찮다는 생각을 했다. 10명씩 끊어서 심사를 받았다. 떨지 않으려고 했지만 심사를 받고 있다 생각하니 무척이나 떨렸다.

자기소개도 하고 질의응답 하면서 점점 자포자기 상태가 되었던 것 같다. 이렇게 잘난 친구들 사이에서 내가 무슨 수로 예선 통과를 할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고 벽 쪽에 예선 합격자를 공지했다는 통보를 받았다.

"내 이름은 없을 거야, 그래 좋은 경험 이었다 생각하자. 처음부터 나와 미스코리아는 맞지 않았어". 스스로 내 자신을 달래며 발걸음을 집으로 옮길까 하다 그래도 어떤 친구들이 합격 했나 확인은 하고 싶어 벽 쪽으로 향했다. 그런데 내가 잘못본건가. 내 이름이 합격자 명단에 버젓이 있는 게 아닌가.

100명 정도 되는 친구들 사이에서 26명 안에 내 자신이 포함된 것이다. 기쁘기도 기뻤지만 이제 본격적으로 지역본선을 준비해야한다는 걱정과 부담이 날 괴롭혔다. 주변에 미스코리아 대회를 나갔던 언니라던가 관련 정보를 아시는 분이 있었더라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련만 아무도, 아무것도 날 도와줄 수 있는 그 무엇도 없었다.

얼떨결에 다시 본선대회 참가번호와 드레스를 추첨했다. 참가번호는 11번, 드레스는 바다빛깔의 튜브 탑 드레스였다. 예선합격이 나에게 뭔가 부담스러운 선물 같았고, 드레스 시안과 번호표를 가지고 집에 돌아가 한참을 고민하다 엄마에게 내 드레스 시안을 보여주며 "나 이거 입을 거야"라고 한마디를 했다.

엄마는 내가 그냥 예쁜 드레스를 입고 싶은 줄로만 생각하시고 "누가 입혀준다던?"이라고 말하셨다. "아니, 나 미스코리아 대회 나가. 예선 합격 했어" 지금 생각해보면 꽤 잘난 척하며 말했던 것 같다.

지역 본선 대회는 6월 18일. 남은 시간은 15일. 그래! 한 번 준비해보자. 할 수 있어.

 *이 연재는 2010 미스코리아 미 하현정 씨가 2011년에 작성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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