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는 인간 사회를 구성하는 근간... 부모님에 진 빚을 조금이라도 갚아야 하는 것이 천륜이다.

▲ 노규수 <법학박사, 해피런(주) 대표>
▲ 노규수 <법학박사, 해피런(주) 대표>

6.25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 성탄절을 앞둔 겨울밤에 일어난 일이다. 한 여인이 출산을 앞두고 산 너머 사는 미국인 선교사 부부의 도움을 받으러 눈길을 넘어가고 있었다.

그런데 가는 길에 진통이 와서 다리 밑에 앉아 아기를 출산하고 만다. 추운 날씨에 아기를 보호하기 위해 자신의 모든 옷을 벗어 어린 생명을 감싸고, 안타깝게도 본인은 추위에 쓰러지게 된다.

다음날 선교사가 다리를 지나가다 아기의 울음소리를 듣고 가보니 여인은 가슴을 드러낸 채 얼어 죽어 있었다. 밤새 아기를 지키다가 결국 자신의 목숨을 희생시킨 것이다.

“저의 부모님은 누구십니까?”

선교사 집에서 자란 그 아들이 점점 커가면서 선교사 부부에게 던진 질문이었다. 그로 인해 세상에 알려진 이 이야기는 국내외 기독교 사회에서 신앙 간증으로 흔히 인용되곤 한다.

그렇듯 불가에서는 인(因)과 연(緣)으로 이루어진 인연(因緣)을 중시한다. 그 아기가 살아난 것 자체가 인연의 결과였던 것처럼 모든 인생은 인연을 무시해서는 존재할 수 없다고 보는 것이다.

인연은 상대적 의존관계를 말한다. 그 아기가 존재할 수 있었던 인은 어머니고, 연은 선교사 부부다. 인은 아기를 태어나게 한 직접적인 원인이고, 연은 인과 협동하여 결과를 만드는 간접적인 원인이다.

따라서 인연은 모든 것을 지배한다. 존재하는 모든 것의 원인이다.

예를 들어 수안보 자미원에서 자라는 야생 약초들의 인은 씨앗 즉 종자고, 연은 바람과 비, 나뭇잎이 썩어 만들어진 퇴비 등이다. 아무리 인이 좋다고 하더라도 좋은 연을 만나지 못하면 열매를 맺을 수 없다.

아기를 살리기 위해 추운 겨울밤을 알몸으로 버티다 죽은 어머니!

세월이 흐른 어느 추운 겨울 날, 결국 그 인의 이야기를 전해들은 아들은 선교사의 안내로 어머니가 묻힌 시골 야산의 눈 덮인 무덤가를 찾아간다.

장성한 아들은 흐느껴 울다 그 누구의 시선도 의식하지 않고 알몸이 되도록 옷을 하나하나 벗어 어머니의 무덤을 덮기 시작했다.

“어머니! 그동안 얼마나 추우셨어요?”

6.25전쟁 중에 전선에서 사라진 아버지의 소식은 감감하지만, 그 인의 끈에서 부모님에게 효도할 기회조차 가질 수 없었던 아들의 눈물은 그칠 줄을 몰랐다.

인연의 법칙에서 효(孝)는 인간 사회를 구성하는 근간(根幹)이 된다. 뿌리 근(根)자에 줄기 간(幹)자를 써서 사건이나 사물의 본바탕이나 중심을 이르는 말로 쓰인다.

따라서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에서 반드시 지켜야 할 도리의 근간이 바로 효도다. 그것이 흔들리면 가정은 무너진다. 그래서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를 천륜(天倫)이라고 말한다.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얼어 죽은 어머니와 같은, 인자(因子)의 희생의 빚을 누구나 지고 있다.

부모님에게 진 빚을 조금이라도 갚아야 하는 것 또한 천륜이다. 그것을 모르거나 도외시한다면 짐승만도 못한 인간으로 전락될 수 있다.

2018년 새해가 되면서 남북대화 조짐이 무르익고 있다. 평창올림픽 공동입장은 물론 이산가족 상봉 문제도 논의될 것이라는 소식이다. 그렇게 되면 부모님 소식에 목말라 하는 남북 이산가족들에게 한 가닥 희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전쟁을 일으킨 세력에 대한 책임만은 반드시 물어야 한다. 그 아기의 아버지를 잃고, 어머니마저 추위에 죽게 한 원인 또한 전쟁책임 세력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겨울이 부모님에 대한 효도를 다시 깨우치는데 좋은 시기다. 부모님이 안 계신 사람들은 자녀들을 데리고 산소를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우리들 대부분의 부모님들은 자식들을 위해 추위에 떨며 사셨던 '희생자 인생'이었던 것이다.

◇노규수 : 1963년 서울 출생. 법학박사. 2001년 (사)불법다단계추방운동본부 설립 사무총장. 2002년 시민단체 서민고통신문고 대표. 2012년 소셜네트워킹 BM발명특허. 2012년 대한민국 신지식인  대상. 2012년 홍익인간 해피런㈜ 대표이사. 2013년 포춘코리아 선정 ‘2013 한국경제를 움직이는 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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