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한국영화가 선전했던 2012 승승장구한 그 비결은?
■흥행대박, 1000만 관객 시대 개막
2012년에는 두 편이나 되는 1000만 관객들의 사랑을 받은 영화가 등장했다. 최동훈 감독의 ‘도둑들’과 추창민 감독의 ‘광해, 왕이 된 남자’가 그 주인공이다. 2012년 7월25일 개봉한 도둑들은 김윤식, 전지현, 이정재, 김혜수, 김수현 등 연기파 배우들이 총출동하며 개봉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마카오를 배경으로 다이아몬드를 훔치기 위한 도둑들의 치밀한 신경전과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스토리, 능청스럽고도 매력적인 전지현의 연기와 김윤식의 카리스마, ‘해품달’로 인기스타의 반열에 합류한 김수현까지 혼신을 다한 배우들의 열연은 1000만이라는 관객을 영화관으로 불러들이는데 성공했다.
■한국영화의 눈부신 선전, 할리우드는 블록버스터로 간신히 체면치레
올해 영화 흥행순위 10위까지 중 한국영화는 7편 헐리우드 영화는 3편으로 유난히 한국영화의 흥행 성적이 좋았다. 1위와 2위를 차지한 1000만 관객 영화 ‘도둑들’과 ‘광해’를 감안하고도 헐리우드 영화중 순위권에 오른 영화는 3위를 차지한 ‘어벤져스’, 5위의 ‘다크나이트 라이즈’, 7위에 자리한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등 대규모의 제작비를 들인 헐리우드 액션 히어로 영화였다. 반면 한국 영화는 갱스터인 범죄와의 전쟁, 사극 광해, 판타지 멜로영화 늑대소년, 로맨틱 코미디 내 아내의 모든 것, 코믹물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등 다양한 장르에서 선전했다.
‘건축학개론’은 특이하게도 남성관객을 불러들여 흥행을 이룬 영화로 수지와 한가인을 오가는 아련한 첫사랑의 추억과 함께하며 400만이라는 관객이 극장을 찾았다. 영화 속 등장한 20~30대의 향수를 자극한 ‘전람회’의 노래와 복고패션 등은 큰 인기를 끌었으며 주인공의 친구로 약 15분가량 출연했던 조정석은 ‘납득이’캐릭터를 유행시키며 새로운 충무로의 신데렐라로 떠올랐다. 덕분에 조정석은 올해 청룡영화상 ‘신인남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코믹영화는 언제나 성공한다? 코믹계의 대부들 재등장
한국영화가 2012년 1년 누적 관객 1억 명이라는 대기록을 세울 수 있던 원동력에는 1000만 관객 영화 2편의 힘도 컸지만 40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가 무려 6개나 됐다는 점이 큰 도움이 됐다. 특히 한동안 침체됐던 코미디물의 부활이 반가웠다.
2012년 상반기는 ‘댄싱 퀸’이 관객들의 웃음을 책임졌다. 자연스럽고 익살스러운 황정민의 연기와 아직도 상큼하고 귀여운 매력을 발산하는 엄정화의 코믹연기가 합쳐져 한바탕 웃음을 선사했으며 ‘오랜 꿈을 쫒는 사람에게 나이는 중요하지 않다’는 잔잔한 감동까지 선사하며 2012 첫 번째 400만 관객 영화의 주인공이 됐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오래된 코미디 시리즈 ‘가문의 영광’이 돌아왔다. 무려 10년 만에 시리즈 최초작인 ‘가문의 영광’의 스토리를 이어나가는 ‘가문의 귀환’은 주인공으로 돌아온 정준호의 재등장과 유동근, 성동일 등 유쾌한 매력을 뽐내는 배우들의 결합으로 한 해의 마지막을 웃음으로 마무리 중이다.
■대한민국을 들썩이게 한 영화들
2012년엔 유난히 논란거리를 가진 영화들이 많이 등장했다. 올 한해를 들썩이게 한 영화들은 무엇이 있을까?
상반기를 뜨겁게 만들었던 영화로는 ‘부러진 화살’과 ‘은교’가 있었다. 2007년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석궁 테러 사건’을 재조명하며 사법부의 이중적인 판결과 사회 권력층의 모순된 모습을 가감 없이 그리며 완성된 수작에 관객들은 343만이라는 스코어로 화답했다.
여고생과 노인의 사랑이라는 파격적인 소재로 화재를 모은 ‘은교’는 박범신의 원작을 바탕으로 박해일과 김고은, 김무열의 삼각관계를 아름답게 그려내는 성과를 이뤄냈다. 과감한 노출과 청순한 매력의 여고생을 연기했던 김고은은 2012년에만 총 5개의 신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상영 일주일만에 감독이 스스로 영화 상영을 마감해 논란을 불러일으킨 영화도 있다. 민병훈 감독은 11월15일 개봉한 영화 ‘터치’를 일주일 만에 조기 조영했다. 민 감독은 “내 영화는 관객들이 사랑해주지 않아서 내린 것이 아니라 공평하지 못한 출발을 했기 때문”이라며 “영화의 첫 날부터 바로 교차상영으로 아침, 밤, 심야시간 편성이 돼 있거나 서울 쪽 극장은 아예 편성도 되지 않아 관객의 볼 권리가 없어졌다”라는 이유를 밝혔다. 영화계의 불공평한 배급 시스템에 대해 경종을 울리는 감독의 판단이었다.
한국영화가 큰 성과를 거둔 2012년 물론 많은 호재들이 많았지만 대형배급사와 제작사간의 갈등, 대규모 영화와 작은 규모의 영화들의 불공평한 상영 등 논란거리도 많은 한 해였다. 2013년에는 올해와 같이 풍성한 결실을 맺는 가운데 영화계의 만연했던 각종 문제들도 다시 한 번 뒤돌아보고 해결해 나가는 한해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