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과학이 대우받고, 혁신과 장인정신이 대세가 되길...

 
 
대한민국 화장품산업은 60년이라는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100년 이상의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갖고 있는 세계 화장품 선진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장족의 발전을 거듭해 왔다.

화장품시장은 매년 크게 성장해 세계 12위 안에 랭크됐으며 세계 100대 기업에도 다수의 화장품기업들이 포진해 최근 아시아 1위 기업의 꿈을 꾸는 기업도 생겨났다.

또한 화장품기술 역시 발전의 발전을 거듭하며 이제는 아시아에 맹주로 일본과 경쟁하면서 화장품기술을 중국 등에 전수하는 수준까지 올라섰다.

하지만 화장품산업이 아름다움을 만드는 장인정신에서 출발한 해외 화장품 선진국들의 화장품사들과 달리 소위 ‘판매’를 위한 산업으로 발전해 온 태생탓으로 오늘날 대한민국 화장품산업은 한단계 성숙해질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포기하는 상황을 맞고 있다.

이른바 화장품산업을 형성하는 기본 요소인 제품력과 마케팅, 유통 중 마케팅과 유통이 강조되며 제품력에 대한 연구개발 노력이 한계에 부딧치고 있는 것이다.

컬러와 향수를 제외한 전 화장품 분야에서 우수한 기술적 성장은 이루었지만 장인 정신이 없는 트렌드 제품만이 성행하는 현상이 대세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국내 화장품 제조사 스스로가 화장품을 만드는 과학자가 아닌 제품을 찍어내는 기술자의 입장에서 화장품산업을 바라보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그 어떤 제조사도 자사의 연구원들에 대해 과학자로 접근하지 않는다. 이는 화장품 제조사의 연구인력들이 기초과학 보다는 화장품 제조 기술에 머물고 있는 현실을 보아도 알 수 있다.

화장품 제조 기술의 평준화는 대한민국 화장품산업의 발전을 만들었지만 다른 의미에서 더 이상의 발전을 기대하기 힘들게 하고 있다.

2012년 대기업들이 대거 화장품산업에 뛰어들면서 큰 기대를 모았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결과들을 만든 것도 대한민국 화장품산업의 한계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마케팅과 유통에만 의존하다보니 혁신이라는 이름의 제품들은 거의 찾아 볼 수 없었다. 그나마 LG생활건강이 선보인 냉동화장품 프로스틴 정도만이 ‘혁신’이라는 말에 어울리는 제품이었다.

최근 한 술자리에서 나드리화장품을 인수한 질병 관리 및 진단기기 전문업체 에스디바이오센서의 조영식 전 대표에 대한 이야기가 화두가 되었다.

당시 화장품 관련 업계 종사자들은 두 가지 주장으로 의견이 엇갈렸다. 국내 최초의 진단시약 사업을 통해 혁신을 만든바 있는 조 대표의 화장품시장 진출은 국내 화장품산업에 커다란 혁신을 가져올 것이란 주장과 그 역시 국내 화장품 업계 흐름에 순종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주장이었다.

특히 조 대표가 생화학 박사라는 측면은 화장품 업계의 기초과학의 중요성에 대한 이야기까지 발전하며 토론의 주된 주제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끝내 답을 찾을 수 없었다. 다만, 나드리화장품을 인수해 새로운 제품을 만들 수 있다는 것에는 동의했지만 근본적으로 시작할 유통이 없기 때문에 브랜드숍으로 갈 수 밖에 없고, 현재 브랜드숍 시장이 ‘혁신’ 보다는 ‘마케팅’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그 역시 어쩔 수 없을 것이란 예측이 우세했다.

물론, 이것은 정답이 아니다. 해답은 2013년 눈으로 확인 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만큼 대한민국 화장품 업계의 유통은 의지만으로 변화시키기 어려운 환경이란 것을 세삼 느끼게 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이것이 비단 유통만의 문제일까에 대해서는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화장품 제조 원가를 소비자가격의 7% 이하로 관행처럼 정하는 제조사의 문제, 기초과학 전공자 보다 기존 화장품 업계 종사자를 선호하는 기업의 문제, 새로운 제품 개발보다 트렌드 제품을 OEM 생산하는 판매사들의 문제 등 구조적인 곳에서 찾을 수 있는 원인은 여러 가지이기 때문이다.

 
 
결국 원론적인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총체적인 문제는 바로 기업들의 ‘장인정신의 부제’가 아닐까. 판매와 수익 창출에만 급급하다보니 ‘여성들의 건강한 아름다움을 만들고 싶다’는 장인정신을 찾을 수 없게 된 것이 아닌가싶다.

이것이 다시 최근 화장품 업계의 안전성 문제를 만들어 내고 대한민국 화장품산업 발전의 한계성을 보여주는 대목은 아닐까. 또한 ‘혁신’보다는 ‘만족’으로 시장 리드형 기업이 종적을 감추고 트렌드 제품만을 반짝 출시하는 오늘날 대한민국 화장품시장을 만든 것은 아닐까.

불과 몇년전만 해도 국내 화장품을 대표하는 제품으로 한방화장품이 꼽혔다. 하지만 최근 이러한 논의는 더 이상 화두가 되지 못하고 있다. 화장품 수출에 대한 기사는 한류 열풍에 의존한 인기 연예인들을 내세운 화장품 일색이 된지 오래기 때문이다.

혹자는 빠른 길이 있는데 굳이 돌아갈 필요가 있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빨리 가는 길은 돌아오는 길도 빠른 것이 세상 이치다. 그동안 화장품 업계에도 수많은 기업들이 빠르게 성장했다 빠르게 무너진 사례가 적지 않다.

2013년 화장품 업계는 조금은 느리지만 화장품시장에 이른바 ‘혁신’이란 이름으로, 기초과학을 토대로 건강한 아름다움을 만들고 싶은 장인정신이 녹아 있는 제품들이 대세를 이루는 한단계 진일보한 시장이 되길 소망해 본다.
 

 
 

 

 

최지흥 기자 jh9610434@beauty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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