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익인간 사회는 아픈 사람, 배고픈 사람, 외로운 사람들이 쉴 수 있는 곳... 사람을 겉모습으로 평가하는 곳이 아니다.

▲ 노규수 <법학박사, 해피런(주) 대표>
▲ 노규수 <법학박사, 해피런(주) 대표>

얼마 전 모 TV프로그램에서 실시한 첫인상 실험이 있었다. 어느 사람이 추리닝 복을 입었을 경우와 말쑥한 정장을 입었을 경우 사람들은 그를 어떻게 평가하는가에 대한 테스트였다.

결과는 예상대로였다. 옷이 날개라는 말이 맞는지, 분명히 동일한 인물임에도 불구, 정장을 입었을 때 그에 대한 사람들의 호감도가 훨씬 높았다. 겉모습만 보고 평가하는 세태를 보여주는 사례였다.

며칠 전 필자는 SNS를 통해 동영상 하나를 보고 많은 감동을 받았다. 노숙자로 변한 외국 어느 교회 신임목사의 이야기였다.

일요일 교회 입구에 한 걸인이 쭈그려 앉아 30분간이나 도와달라는 말을 하고 있었으나 모두가 외면했다. 예배시간이 되고, 새로 오신 목사님을 소개해드리겠다는 안내가 나오자 사람들은 모두 단상을 주시했다.

그때 교회 중앙통로를 지나 십자가가 걸린 강단에 오르는 사람, 다름 아닌 교회입구에서 구걸하던 그 걸인이었다. ‘노숙자 목사’는 단상에 올라 방금 전 자신이 겪은 경험을 말했다.

“교회를 얼마나 오래 다녔는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구원받았다는 것도 중요하지 않습니다. 당신이 무엇을 하고 어떻게 사람들을 대하는지 그것이 중요한 것입니다.”

사람들은 부끄러움에 고개를 숙였다. 흐느끼는 사람도 많았다.

그래서일까? 80~90년대 코미디의 황제 이주일은 “못 생겨서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잘난 체 하는 사람들에 대해 “니가 잘 났으면 얼마나 잘 났느냐?”고 호통하는 날카로운 풍자였다.

그렇다. 잘났으면 잘난 값을 해야 한다. 그래서 못생긴 얼굴로 인해 한동안 정상적인 방송데뷔가 어려웠던 이주일이 못생겨서 죄송하다고 말했던 것이다.

그의 말은 시대의 유행어가 됐다. 전두환 노태우 군사정권이 들어서 강압정치를 해도 잘난 사람들은 모두 손 비비며 아부하고 있던 그때 그 시절, 서민들은 TV앞에 앉아 못생겨서 죄송하다는 그의 익살에 박수를 치며 울분을 달래야 했다.

이주일의 말은 사람을 대할 때 외모로만 평가하지 말라는 것이다. 정 그러려면 잘난 사람이 먼저 나서보라는 것이다.

2000년 전에 기록된 성경도 그와 똑 같은 가르침을 전하고 있다. 야고보서(2:1~4)의 기록은 매우 직설적이다.

“내 형제들아 사람을 외모로 취하지 말라. 만일 금가락지를 끼고 아름다운 옷을 입고 들어오는 자에게는 여기 좋은 자리에 앉으소서 하고, 또 더러운 옷을 입은 가난한 사람이 들어올 때에는 너는 거기 섰든지 내 발등상 아래 앉으라 하면, 너희끼리 서로 구별하며 ‘악한 생각’으로 판단하는 자가 되는 것이 아니냐?”

그러니 사람을 차별하지 말라는 것이다. 영국 생물학자 사이먼 와트(Simon Watt)는 <못생긴 동물보호협회(The Ugly Animal Preservation Society)>라는 단체를 만들고, 생태계를 위해 모든 생물종이 살아갈 수 있도록 환경보호 활동을 벌이고 있다.

앞서 예로 든 ‘노숙자 목사’ 역시 “사랑은 부족한 사람에 대한 차별이 없을 때라야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실증 설교다.

세상은 많은 사람들이 산다. 또 공동체에는 여러 사람이 각양각색의 옷을 입고 참여한다. 물론 그런 자리에 노숙자 행세가 좋다는 것은 아니다. 같은 값이면 당연히 깔끔하게 입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지 못할 경우는 얼마든지 있다. 실패로 고난에 빠질 때도 많다. 그것은 현재 옷 잘 입고 있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누가 언제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홍익인간 사회는 배고픈 사람, 약한 사람, 외로운 사람이 쉬는 곳이다. 그들의 허기를 채워주는 곳이다. 최소한 사람을 겉모습으로 차별하는 자리는 절대 아니다.

이번 봄에는 서로가 사랑하는 홍익인간 정신이 판문점 평화의집에도, 수안보 자미원에도, 노인 요양원에도 가득 깃들기를 기대한다.

●노규수 : 1963년 서울 출생. 법학박사. 2001년 (사)불법다단계추방운동본부 설립 사무총장. 2002년 시민단체 서민고통신문고 대표. 2012년 소셜네트워킹 BM발명특허. 2012년 대한민국 신지식인  대상. 2012년 홍익인간 해피런㈜ 대표이사. 2013년 포춘코리아 선정 ‘2013 한국경제를 움직이는 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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