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심을 연못에 던져야 합니다. 마음을 흐리는 어린아이와 같은 욕심을 내려놓을 때라야 진흙 속에서도 연꽃은 피어나지요.

 

▲ 노규수 <법학박사, 해피런(주) 대표>
▲ 노규수 <법학박사, 해피런(주) 대표>

10여 년 전 베스트셀러에 오른 후 지금까지 꾸준히 읽히고 있는 <내려놓음>이라는 책을 독자들도 잘 아실 것입니다.

저자는 몽골에 파견된 이용규 선교사님입니다. 서울대 학사와 석사, 하버드대 박사 출신이면서도 모든 것을 훌훌 내려놓고 미국 보스턴 케임브리지연합장로교회의 평신도 선교사가 되어 몽골로 떠나신 분이지요.

책 제목과 같이 그는 독자들에게 내려놓으라고 말합니다. 그는 아들 동연이의 예를 들었습니다.

동연이가 두 살 때 함께 장난감 가게에 간 일이 있다고 합니다. 동연이는 자신이 좋아하는 버즈 장난감을 두 팔로 꼭 움켜쥔 채 나오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장난감을 갖기 위해서는 그것을 계산대에 올려놓고 점원이 바코드 판독기로 읽게 해야 했습니다.

점원이 동연이의 팔에서 장난감을 넘겨받으려 했을 때, 동연이는 울며 장난감을 꼭 쥔 채 내려놓으려 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장난감이 진정한 자기 것이 되게 하기 위해서는 잠시 계산대에 내려놓아야 한다는 사실을 몰랐던 것이지요. 결국 동연이는 장난감을 가슴에 안은 채로 계산대 위에 올라가야 했다고 합니다.

이용규 선교사님이 내려놓으라고 한 것은 인간의 욕심이었을 것입니다. 그것을 내려놓기 전에는 진정한 우리 것을 얻을 수 없다고 말합니다. 더 움켜쥐려 하면할수록 그것들은 진정한 우리 것이 되지 못한다는 뜻입니다.

“우리 안에는 아주 작은 어린아이가 있다. 인정받고 싶어 울고 있는 아이다. 그 아이는 욕구가 채워지지 않을 때 우리 속사람을 힘들게 하고 괴롭힌다.”

<내려놓음>에 나오는 한 구절입니다. 그렇습니다. 우리 안을 차지하고 있는 동연이와 같은 욕심꾸러기 어린아이를 내려놓아야 마음이 평안해집니다.

불가에서는 그것을 ‘방(放)’이라고 합니다. 통제 당했던 것을 풀고 나오는 해방(解放)이나 석방(釋放)과 같은 뜻입니다. 구속과 속박에서 벗어나는 일입니다.

사무량심(四無量心)에서는 이를 욕심을 버린 상태인 ‘사(捨)’라고 표현합니다. 모든 중생에게 즐거움을 주고 괴로움과 미혹을 없애주는 자(慈)·비(悲)·희(喜)·사(捨)의 네 가지 무량심(無量心)의 하나이죠.

그렇듯 언제나 평온하고 집착이 없는 마음이 사(捨)의 상태입니다. 사무량심(捨無量心)의 뜻으로 탐욕이 없음을 근본으로 하여 모든 사람을 평등하게 보고, 미움과 가까움에 대한 구별을 두지 말고 대하라는 가르침입니다.

그것이 바로 사랑이고 자비입니다. 기독교나 불교가 추구하는 것이 결코 다르지 않습니다. 진리는 기독교에서도 진리고, 불교에서도 진리입니다. 비록 올라가는 길은 다를지라도 정상(頂上)은 단 한 곳입니다.

그래서 크리스마스 때 조계종 총무원장이 명동성당을 방문해 아기예수에게 경배 드리고, 석가탄신일에 추기경이 조계사를 방문해 연등을 밝히는 것은 구원(救援)을 찾는 종교인의 당연한 행동입니다.

‘어린아이’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는 종교인일수록 내 믿음은 좋고, 네 믿음은 나쁘다고 시비를 겁니다. 하지만 “너나 잘 믿으세요” 입니다. 누가 누구를 사이비니, 미신이니 비난할 수 있겠습니까. 오만(傲慢)을 내려놓아야 합니다.

그것을 다짐하는 것이 ‘방생(放生)’입니다. 석가탄신일을 맞아 필자는 회사를 같이 운영하는 전국의 회원 친지들과 함께 방생 행사를 가지려 합니다.

우선 충청도 수안보의 야생농장 자미원에서 100여 가지 나물로 인류화합의 백초비빔밥을 빚은 후, 충주자연호텔(유황온천호텔) 부근에 조성한 1,200평 규모의 연꽃밭에 1천여마리의 비단잉어를 방생할 예정입니다.

지난주에는 연꽃밭 주변에 야생화 1,000여 뿌리를 사다 심었습니다. 그 중 일부는 원예종묘사에서 팔다 남아 버려질 운명의 야생화였습니다. 말라비틀어져 죽기 직전이었지요. 진정한 방생은 인간과 동식물의 새 생명을 살리는 뜻 깊은 일이라고 들었습니다.

그것이 방(放)이고 사(捨)이니, 이용규 선교사님이 말씀하시는 ‘내려놓음’의 진리와 같습니다. 이제 마음 한 구석을 차지하고 있는 ‘욕심꾸러기 어린아이’를 내려놓을 때입니다.

아마도 내년 여름에는 진흙 속에서도 피어나는 연꽃을 충주자연호텔 앞에서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모두가 연꽃이 되어 연등(燃燈)처럼 어둔 세상을 밝게 비추는 친지들의 모습이 기대되는군요. 홍익인간 정신이 바로 그런 것이겠지요.

◇노규수 : 1963년 서울 출생. 법학박사. 2001년 (사)불법다단계추방운동본부 설립 사무총장. 2002년 시민단체 서민고통신문고 대표. 2012년 소셜네트워킹 BM발명특허. 2012년 대한민국 신지식인 대상. 2012년 홍익인간 해피런㈜ 대표이사. 2013년 포춘코리아 선정 ‘2013 한국경제를 움직이는 인물’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작권자 © 뷰티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