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란 인간과 인간이 교류하면서 생겨나는 라이프스타일... 좋은 사람과 가까이 하면 그 사람과 비슷하게 닮게 된다.

▲ 노규수 <법학박사, 해피런(주) 대표>
▲ 노규수 <법학박사, 해피런(주) 대표>

지금은 4대 국경일이 있지만, 우리에게는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4대 명절도 있습니다. 설날과 한식, 단오, 추석입니다. 

그 중에서 음력 5월5일 단오를 가장 양기(陽氣)가 강한 명절로 선조들은 꼽았습니다. 금년 단오절이 양력 6월18일이고, 낮이 가장 길다는 하지가 6월21일이고 보면, 양(陽) 즉 태양이 가장 강한 날이 맞기는 맞습니다. 

그래서 단오절에는 조선팔도 여기저기서 씨름판이 벌어졌습니다.

울퉁불퉁한 남정네들이 웃통을 벗어던지고, 샅바를 맨 후 힘과 기술을 겨루었는데, 우승자인 천하장사에게는 황소 한 마리가 주어지곤 했습니다. 

동네 처녀들은 창포로 머리를 감고 그네를 뛰었습니다. 그래서 ‘춘향전’이라는 한국판 러브스토리도 탄생하게 된 것이죠. 

단오절에 이몽룡이 남원 광한루에 갔다가 그네 뛰는 춘향이를 보고 홀딱 반하게 된 사연입니다. 당시로서는 가히 신분을 뛰어넘는 애정행각이었고, 드라마틱한 스토리로 인해 오늘날까지 한국인들의 가슴 속에 살아 있습니다. 

이몽룡을 만나던 날 춘향이 역시 창포를 삶은 물로 머리를 감아 검은 윤기가 더했을 것입니다. 꽃창포의 꽃말도 ‘기쁜 소식’이라는 군요.

창포는 민간에서 널리 쓰였습니다. 여자들이 창포뿌리를 잘라 비녀로 만들어 머리에 꽂으면 두통과 재액(災厄)을 막을 수 있다고 했고, 남자들은 단오날 창포뿌리를 허리에 차고 다니면 벽사(辟邪)의 효험을 본다고 믿었습니다. 

창포의 근본적인 용도는 약재였습니다. 선조들은 화담(化痰. 담이나 가래를 삭임), 개궁(開窮. 답답하고 막힌 곳을 뚫음), 건비(健脾. 비장(지라)이 허한 것을 튼튼하게 함), 이습(利濕. 몸이 저리고 뼈마디가 쑤심을 개선)의 효능이 있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또한 전간(癲癎. 경련이나 의식 장애 따위의 발작), 경계건망(驚悸健忘. 가슴 두근거림과 건망증), 신지불청(神志不淸. 정신과 지각이 또렷하지 못함), 설사이질, 류머티스성 동통(疼痛. 쑤시고 아픔), 옹종(癰腫. 종기나 종창), 개창(疥瘡. 기생충에 의한 피부질환) 등을 치료한다고 했지요.

그런 의미에서 문화는 즐기고 향유할 때 존속하고 발전합니다. 의학과 제약도 문화에서 나올 수 있는 것이지요. 또한 문화적 배경이 풍성해야 춘향전과 같은 소설문학도 나오고, 춘향가와 같은 음악도 나올 수 있을 것입니다. 그것이 사람 사는 향기겠지요. 

하지만 단오절 행사는 점점 누그러져 젊은 사람들은 그런 날이 있는지 없는지 조차도 아리송한 상황입니다. 청소년들은 단오절이 뭔지도 모른 채 그날 컴퓨터 게임에 빠져 놀 수도 있을 것입니다. 

후손들을 위해서 단오와 같은 우리의 전통 명절 정도는 가르쳐야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서 강릉시가 나섰습니다. 단오절을 보존 발전시키기 위한 프로젝트를 꾸준히 추진한 결과 2005년11월에 강릉단오제를 유네스코 인류문화유산 대표목록에 등재시킬 수 있었습니다. 강릉지역의 문화적 독창성과 예술성을 인정받은 것이지요.

이에 발끈한 것이 중국입니다. 즉시 유네스코에 이의를 제기했습니다. 중국에서 유래한, 중국 고유문화인 단오를 한국이 가로채 자국의 문화인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는 지적이지요. 

하지만 유네스코의 입장은 다릅니다. 강릉단오제는 그 기원이 비록 중국이라 할지라도 단오제를 지내는 문화와 미풍양속은 서로 다르다는 것입니다. 한국은 자신들이 스스로 발전시킨 단오의 고유문화를 근거로 신청한 것이라 하자가 없다는 판단입니다. 

필자는 지난 단오절에 친지들과 함께 필자 회사에서 운영하는 충주자연호텔(문강유황온천호텔) 연밭과 그 주변에 토종창포와 꽃창포(아이리스)를 심었습니다. 내년부터는 함께 머리도 감을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건강식품의 약재 원료로도 활용할 계획입니다. 

문화란 인간과 인간이 교류하면서 생겨나는 라이프스타일입니다. 좋은 사람과 가까이 하면 그 사람과 비슷하게 닮아간다는 것이 인류 역사의 교훈이지요. 

그래서 필자 회사는 홍익인간이라는 공동체의 삶과 가치를 추구하며, 그것을 하나의 기업문화로 키워나가고 있습니다. 충주에 심은 창포를 통해 홍익인간 정신의 의미를 더 많은 친지들이 이해할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노규수 : 1963년 서울 출생. 법학박사. 2001년 (사)불법다단계추방운동본부 설립 사무총장. 2002년 시민단체 서민고통신문고 대표. 2012년 소셜네트워킹 BM발명특허. 2012년 대한민국 신지식인 대상. 2012년 홍익인간 해피런㈜ 대표이사. 2013년 포춘코리아 선정 ‘2013 한국경제를 움직이는 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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