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나 학과 같이 천백 년을 변치 말고 존중하며, 아름답게 살자는 ‘심미적 감수성’이 홍익인간들의 삶의 지혜일 듯

▲ 노규수 <법학박사, 해피런(주) 대표>
▲ 노규수 <법학박사, 해피런(주) 대표>

간혹 세상 살기 어렵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좋을까요?

그 질문에 대한 해답을 성현들의 가르침에서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기독교에서는 사랑을, 불교에서는 자비를, 유교에서는 인(仁)의 생활을 강조함으로써 세상의 많은 사람들이 이를 따르고 있지요. 

예수와 부처, 공자의 가르침이 결코 다른 것이 아닙니다. 같은 뜻입니다. 참 진리이니까요. 그렇다면 다시 생각해 봅시다. 사랑이나 자비, 인을 실천하는 삶이란 과연 어떤 것일까요? 

공자님 말씀으로만 보면, 그것은 ‘인자기언야인(仁者其言也認)’이라 하여, “말하는 것을 신중히 하는” 생활입니다. 사랑의 말 한 마디가 상대방에게 힘을 주지만, 증오의 말 한 마디는 평생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기는 법이니까요. 

따라서 경솔한 말버릇을 고치고, 반드시 실천할 수 있는 말을 가려서 하는 것이 사랑과 자비를 실천하며 어질게 사는 방법이 될 것입니다. 돈 한 푼 안 들어가는 일이니 누구나 할 수 있지요. 

이를 종합하여 도올 김용옥은 ‘인(仁)’이란 ‘느낄 줄 아는 것’이라고 해석했습니다. 아름다움과 추함, 선과 악을 느낄 줄 아는 것, 또한 그것을 인정(認定)하는 ‘심미적 감수성’이 인(仁)이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상대방의 장점, 아름다운 모습을 느끼고 존중하는 자세야말로 사랑이고, 자비이며, 인(仁)인 것이지요. 반대로 불인(不仁)은 마비나 무방비 상태를 말합니다. 즉 신경마비나 뇌성마비와 같이 아무것도 느낄 수 없는 무감각함이지요.

다시 정리한다면 아름답고 선하게 사는 것이란 바로 ‘상대방을 존중하며 말조심하는 것’이고, 그것이 곧 사랑과 자비, 인의 실천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우리 조상들은 인을 생활화하기 위한 ‘심미적 감수성’을 연마하기 위해, 자연에서도 아름다움을 찾아 배우려고 했습니다. 윤선도(尹善道,1587~1671)의 시조 오우가(五友歌)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물(水)과 바위(石), 소나무(松), 대나무(竹), 달(月)이 다섯 친구 오우(五友)입니다. 오우가라는 시조를 지을 때인 1642년은 병자호란의 포로가 되어 청나라로 끌려간 조선 백성들이 탈북자처럼 죽음을 무릅쓰고 우리나라로 도망쳐 나올 때죠. 

하지만 무심한 조정은 청나라의 보복이 두려워 압록강 입구에서 이들을 붙잡아 청나라 포로로 다시 북송시켰습니다. 백성 사랑의 아름다움이란 결코 없었습니다. 

이를 본 윤선도는 소나무를 일컬어 “더우면 꽃피우고 추우면 잎 지거늘, 솔아 너는 어찌 눈서리 모르는가? 구천(九泉)에 뿌리 곧은 줄 그로 하여 아노라”고 하며, 소나무의 지조와 절개, 눈서리를 이겨내는 강인한 자세를 노래했습니다. 의리 없고 나약한 조선 정부를 질타하려는 역설적인 모습도 엿보이는 군요. 

그 때문일까요? 36년간이나 일제 침략시대를 산 후손들은 “남산 위에 저 소나무 철갑을 두른 듯 바람서리 불변함은 우리 기상일세!”라는 애국가를 부르며, 온 국민이 지금도 강철 같은 소나무의 기개를 배우려 하고 있습니다. 

선조들은 소나무에 어울리는 동물을 학(鶴)으로 봤습니다. 조선 영조 때 유중림은 1776년에 지은 ‘증보산림경제(增補山林經濟)’라는 책에서 학을 “선인(仙人)이나 시골에 사는 늙은이(野老)의 반려자가 될 만하다”며 신선과 같은 동물, 즉 선금(仙禽)이라고 지칭했으니까요. 

그래서 화가들은 소나무와 학을 같이 화폭에 담아 그리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학수송령도(鶴壽松齡圖)입니다. 학이나 소나무와 같이 천백 년을 변치 말고 존중하며, 아름답게 살자는 주제를 담고 있지요. 그것이 사랑과 자비, 인을 위한 ‘심미적 감수성’일 겁니다. 

그런 그림 중에 화제(畵題)를 ‘송조학자(松操鶴姿)’라고 한 관제(寬齊) 이도영(李道榮)의 1922년 작품 송학도(松鶴圖)가 회자되고 있습니다. 소나무의 꿋꿋한 지조와 절개, 함께 살아가려는 학의 우아한 자태를 표현한 그림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얼마 전 한 친지로부터 松操鶴姿(송조학자)라고 쓴, 묵향 가득한 서예작품을 선물 받았습니다. 너무 귀한 글이기에 필자 회사의 충주 야생농장 ‘자미원’ 섬김이방 입구 복도에 걸었습니다.

고객과 친지를 향한 섬김의 정신을 되새기기 위해서지요. 기독교의 사랑, 불교의 자비, 유교의 인(仁)과 같은 어울림의 삶이 홍익인간(弘益人間) 실천사상일 것입니다. 그것을 아는 것이 심미적 감수성일 거구요. 

세상이 격변하고 있습니다. 그럴수록 친지들끼리라도 소나무와 학처럼 말없이 서로 도우며, 꿋꿋하고 아름답게 살아가는 것이 무정한 세월을 이겨내는 삶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노규수 : 1963년 서울 출생. 법학박사. 2001년 (사)불법다단계추방운동본부 설립 사무총장. 2002년 시민단체 서민고통신문고 대표. 2012년 소셜네트워킹 BM발명특허. 2012년 대한민국 신지식인 대상. 2012년 홍익인간 해피런㈜ 대표이사. 2013년 포춘코리아 선정 ‘2013 한국경제를 움직이는 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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