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쓰는 목적이 사람답게 살기 위한 것이라면, 돈을 대하는 데에도 주변 사람들에게 신뢰감을 주는 예가 필요하다

▲ 노규수 <법학박사, 해피런(주) 대표>
▲ 노규수 <법학박사, 해피런(주) 대표>

고위 공직자들이 낙마(落馬)하는 이유는 돈에 대한 예(禮)가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내 돈이 아닌데 내 돈과 같이 쓰는 것이 문제가 되는 것이지요. 보통사람들에게도 그 예는 필요합니다.

사람이 돈을 버는 이유는 단 한 가지, 사람답게 살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우선은 그 돈으로 기초생활에 필요한 의식주(衣食住)를 해결해야 되겠지요. 나머지는 모두 그 이후입니다. 그런데 궁금한 점이 있습니다. 왜 ‘의,식,주’라는 순서일까요? 

중요도로 본다면 ‘먹는 것’이 당연히 먼저일 것입니다. 옷이야 며칠 안 입어도 그만이겠지만, 사흘 굶어서 도둑질 안 하는 사람이 없을 만큼 ‘먹는 것’은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욕구입니다. 그렇다면 ‘식,의,주’가 돼야 하는 것 아닐까요? 

예(禮) 때문이라고 합니다. 사람이 동물과 다름을 구분하는 기준이 되는 것이 바로 예절을 안다는 점이지요. 그래서 옛날부터 예를 중시했고, 예절을 나타내는 시각적 기준은 옷 입고 갓 쓰는 의관(衣冠)이었습니다. 

그렇듯 의(衣)를 앞세운 의식(衣食)이라는 단어, 즉 의복과 음식이란 말이 옛날부터 원래 있었습니다. 문헌에 처음 등장한 것은 중국 한(漢)나라 때의 책 식화지(食貨志)에 ‘의식’족이지영욕(衣食足而知榮辱)이라고 기록된 것이라고 합니다. 

‘옷과 먹을 것’이 충족되어야 명예를 존중하고 부끄러움을 알아 예절을 갖춘다는 의미입니다. 명예와 부끄러움을 얘기한 것에서 2000년 전의 고대인들이 의복(衣)을 음식(食)보다 앞에 둔 이유를 감히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의식(衣食)에 주(住)를 붙인 ‘의식주’라는 말은 비교적 근래에 나왔다고 합니다. 또 현대에는 교통과 통신을 모두 아우르는 뜻의 행(行)을 붙여 ‘의식주행(衣食住行)’이라는 말도 나왔습니다. 그것이 인간의 기본생활이 된 것입니다. 

따라서 ‘의식주행’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인간은 돈을 벌려는 것이지요. 사람답게 살려는 돈의 사용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서입니다. 

하지만 조건이 있습니다. 돈을 벌고 쓰되 예(禮)를 갖추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특히 매일 만나는 사람 앞에서 ‘돈에 대한 예’는 매우 중요합니다. 우선 한 회사에서 같이 근무하는 친지들에게 참다운 사람모습을 보여주는 것이지요. 

돈에 대한 기본적인 예는 공과 사를 명확히 구분하는데 있습니다. 돈의 소유권이 어디에 있는지 아는 것입니다. 회사 식당 테이블에 5만 원권 한 장이 떨어져 있다면, 누가 잃어버렸더라도 그 돈의 주인은 분명히 있을 것입니다. 내 돈인지, 네 돈인지... 아니면 회사 공금인지... 

그 중에서 특히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이 공금입니다. 그 돈은 소유권이 회사(조직)로 되어 있는, 네 돈이나 내 돈이 아닌 공동의 돈입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공금을 쓸 때 쉽게 예절을 잊어버리는 것 같습니다. 내 돈을 쓸 때는 아까운 마음에, 네 돈을 쓸 때는 허락을 받거나 눈치가 보여서 조심조심 쓰지만, 공금(公金)은 마구 써버립니다. 주인 없는 공돈인 공금(空金)으로 보는 것이지요. 

해외여행을 간다고 가정해 봅시다. 예약 순서상 ‘의식주행’의 차례가 바뀌는데, 어디서든 아무런 절약정신이 보이지 않습니다. 예가 없다는 것이지요. 

우선 행(行)입니다. 공금으로 간다면 비싼 비즈니스클래스 항공권이나 퍼스트클래스로 끊습니다. 내 돈으로 갈 때 평소에는 이코노믹을 타던 사람이었습니다. 

다음은 주(住)입니다. 숙박도 별 다섯 개짜리 특급호텔을 예약합니다. 평소 내 돈으로 잘 때는 비즈니스호텔이나 모텔(유스호스텔, 민박, 캡슐호텔 등) 급에서 자던 사람도 말입니다. 

다음은 식(食)입니다. 해당 나라의 최고급 요리가 밥상에 오릅니다. 내 돈으로 먹을 때는 짜장면이던 사람이 공금이라니까 비싼 코스요리를 시키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마지막으로 의(衣)입니다. 행사용 단체복이라면 브랜드를 굳이 따질 필요가 없고, 또한 공금이라 아낄 법도 한데, 부득부득 비싼 일류 브랜드로 선택합니다. 

조직에서 공금을 아끼면 아낄수록 그 혜택은 자신에게 돌아옵니다. 하지만 겉보기에 ‘내 돈’은 아닌 것 같고, 행여 그 돈이 ‘네 돈’으로 갈세라 팍팍 써버리는 사람이 의외로 많습니다. 

돈을 버는 목적이 사람답게 살기 위해서라고 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돈에 대한 예를 먼저 갖출 줄 알아야 하는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세상을 사는 ‘의식주행’의 기본이자, 많은 사람들에게 신뢰감을 주고,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는 지혜가 될 것입니다. 

◇노규수 : 1963년 서울 출생. 법학박사. 2001년 (사)불법다단계추방운동본부 설립 사무총장. 2002년 시민단체 서민고통신문고 대표. 2012년 소셜네트워킹 BM발명특허. 2012년 대한민국 신지식인 대상. 2012년 홍익인간 해피런㈜ 대표이사. 2013년 포춘코리아 선정 ‘2013 한국경제를 움직이는 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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