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도 결실이 필요합니다. 사랑은 모든 결실을 더욱 풍성하게 할 겁니다. 서먹했던 사람이 있다면 먼저 손을 내밀어 화해하십시오.

 

▲ 노규수 <법학박사, 해피런(주) 대표>
▲ 노규수 <법학박사, 해피런(주) 대표>

지루했던 여름의 끝자락입니다. 무더위와 가뭄을 식혀줄 소나기가 그리웠던 7.8월이었지만, 태풍마저도 비껴가는 날씨가 그저 아쉽기만 했습니다.

그런 가운데 지난 8월20일부터 26일까지는 금강산에서 제21차 남북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열렸습니다. 두 차례에 걸친 이번 여름 행사에 남북 합쳐 모두 170가족 510여명이 만났습니다. 

그 중에는 1.4후퇴 때 두 살배기이던 아들을 떼어놓고 홀로 월남한 91세 아버지가 평생을 가슴에 묻고 살았던 75세 아들을 만났습니다. 또한 90세 남쪽 형과 86세 북측 동생은 6.25 한국전쟁 당시 각각 국군과 인민군으로 총부리를 겨눴다가 만났습니다. 

이들이 그리워 한 것은 세월이 갈수록 희미하게 잊혀져버릴지 모른다는 혈육 간의 사랑이었습니다. 

“사랑의 힘은 죽음보다 강하다(Love is stronger than death)” 

프랑스 속담이라고 하지만, 평소 톨스토이가 즐겨 말한 때문인지 톨스토이의 어록에도 올라 있습니다. 전 세계가 인정하는 러시아의 대문호, 위대한 예술가이자 사상가였던 그의 신념이 ‘사랑’이었기 때문이었을 겁니다. 

톨스토이는 헤엄을 못 치는 아버지가 자식이 물에 빠진 것을 보고 구하기 위해 물속에 뛰어드는 것은 사랑의 감정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그처럼 나 자신을 버릴 수 있는 것이 사랑입니다. 생의 마감을 예상하고 있던 톨스토이 역시 모든 것을 던지기로 했습니다. 죽기 1년 전인 1909년 자신의 저작권 모두를 기부하고 나섰던 것이지요.

예술가에 있어서 작품의 저작권은 자신의 피와 살, 혼과 영이 어우러져 녹아있는 삶 그 자체입니다. 기업인이 평생 피땀 흘려 모은 돈처럼 예술가에게 작품은 곧 전 재산이지요. 그것을 사회에 기부하려고 한 것은 바로 사랑 때문이었습니다. 

사람은 사랑을 하고 있다는 자각이 있을 때 자신의 삶을 ‘긍정’한다고 합니다. 죽음까지 초월할 수 있는 힘이 나오는 것이지요. 내가 아닌 다른 존재, 다른 사람 없이 이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라는 사실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사랑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닙니다. 사랑할 대상자가 있어야 사랑하는 것입니다. 그 대상자는 이산가족들이 찾는 헤어진 혈육이 될 수 있습니다. 또한 범위를 넓혀 위대한 성인이나 톨스토이와 같이 세상의 형제 친지들일 수 있습니다. 

톨스토이는 인간의 삶에 끼어드는 불필요한 문제와 모순들은 오직 이러한 사랑으로만 해결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사랑은 자신만을 위해서는 약해지지만, 남을 위해서는 강해지는 속성을 지녔기 때문이라는 것이지요.

필자 역시 저 혼자만을 위한 회사경영이라면 마음이 약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친지들은 물론 그 후손들을 위한 ‘사랑의 경영’이라고 생각하기에 더 강해질 수 있었고, 매일매일 일이 더 즐거워지는 것입니다.

“사람은 왜 사랑을 하는가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할 수 있다. 강력한 동기를 가지고 살아가는 일은 혼자서는 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사랑이 필요한 시간』(와이즈베리刊. 2016)을 쓴 일본 작가 사이토 다카시의 말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타인과의 차이를 인정하고 사랑하는 과정에서 에너지를 얻는다고 합니다.  

그의 말이 사실이라면 사람은 늘 사랑을 해야 합니다. 가정에서는 가족을, 회사에서는 친지를, 사회에서는 동료 선배 후배 친구를 사랑해야 긍정적인 생활이 가능한 것입니다. 

하지만 사랑에도 방법이 있습니다. 톨스토이의 말처럼 나를 내려놓을 때 가능한 법이지요. 문득 이해인 수녀님의 시 <내 마음 속의 사랑>의 한 구절이 떠오르는 군요. 

“내 마음에 기쁨이 없을 때면, 나는 늘 남을 보았습니다. // 남이 내 기쁨을 빼앗아 가는 줄 알았기 때문입니다. // 그러나 이제 보니 나에게 기쁨과 평화가 없는 것은 남 때문이 아니라 내 속에 사랑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결실의 계절 가을이 오고 있습니다. 인생에도 결실이 필요합니다. 사랑은 모든 결실을 더욱 풍성하게 할 겁니다. 그동안 서먹했던 사람이 있다면 먼저 손을 내밀어 화해하십시오. 이 가을이 가기 전에... 

◇노규수 : 1963년 서울 출생. 법학박사. 2001년 (사)불법다단계추방운동본부 설립 사무총장. 2002년 시민단체 서민고통신문고 대표. 2012년 소셜네트워킹 BM발명특허. 2012년 대한민국 신지식인 대상. 2012년 홍익인간 해피런㈜ 대표이사. 2013년 포춘코리아 선정 ‘2013 한국경제를 움직이는 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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