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들판에도 가을 수확기는 옵니다. 그때 알곡이 되어 곡간에 자리 잡아야 한다는 교훈을 다시 한 번 되새기게 하는 계절입니다.

▲ 노규수 <법학박사, 해피런(주) 대표>
▲ 노규수 <법학박사, 해피런(주) 대표>

번잡했던 추석이 지났습니다. 닷새간 이어진 황금연휴기간동안 전국 고속도로는 북새통이라며 교통정보를 알려주는 방송들도 덩달아 북새통이었습니다. 

그만큼 8월 한가위는 흩어진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여 조상에 차례를 올리고, 서로의 안부를 묻는 전통적인 명절이지요. 하지만 세상의 이치라는 것이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있는 법인가 봅니다. 

고속도로 휴게소마다 음식물 쓰레기로 몸살을 앓는다고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몰려 쓰레기가 나오는 것은 당연하겠지만, 문제는 고향 부모님의 정성마저 쓰레기장에 처박히는 신세가 된다는 것이지요. 

무슨 얘기냐 하면... 고향 부모님이 싸주신 먹거리들, 이를테면 장아찌다, 부침개다, 전이다 하는 것들을 마지못해 받아오고는 길거리에 슬며시 버린다는 것입니다. 은은한 아파트에 시골구석의 퀴퀴한 냄새를 풍길 수 없다는 생각인가 봅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누구는 버리기까지 하는 그 작은 밑반찬 음식마저도 서로 시샘하는 형제들끼리는 싸움으로 번진다는 것이지요. 

이를테면 누구는 일찍 와서 제사상 차리느라 힘들게 일만 하는 대신 누구는 먹기만 하고, 싸가기만 한다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것입니다. 

또한 막내네 집에는 고춧가루를 서 말씩이나 주면서 맏아들에게는 묵은 김치 한 조각 먹어보라는 말씀도 안하신다는 부모님에 대한 불평의 소리도 들립니다.

▲ 추석음식(사진=제주중문횟집 운해횟집 블로그)
▲ 추석음식(사진=제주중문횟집 운해횟집 블로그)

가정만 그런가요? 회사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송편 하나도 안 되는 작은 이권에 목숨 거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조금만 참고 기다리면 자신도 곧 먹을 수 있는데, 그것을 못 참고 마음이 상해 얼굴이 붉을락 푸르락입니다. 

부모님 입장에서 보면 자식 중에 누구를 더 주고 덜 주고 하는 경우란 없습니다. 

지금 당장은 형편상 막내에게만 떡을 준다고 하더라도, 얼마 지나지 않아 큰놈도 주고 작은 놈도 줍니다. 안 주면 부모 마음이 오히려 더 아프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밤새 절구질을 해서라도 떡을 빚으시는 것입니다.

정상적인 시스템을 통해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 역시 누구를 더 주고 덜 주는 식의 편파적인 경영관리나 고객관리는 있을 수 없습니다. 

형평의 원칙상 그럴 수 없을뿐더러 임직원이나 관계자, 협력업체는 물론 고객 한 사람 한 사람이 기업에 필요한 인적 자산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당장 눈앞에 보이는 이익이 없어진다고 오해하게 되면, 기업의 인적 자산이라는 그들의 표정이 180도 바뀝니다. 사소한 욕심이 앞서기 때문이지요. 

그럴 때 아주 모진 사람도 있습니다. 모두가 보는 앞에서 “나 단단히 화났다!”는 식으로 불만을 나타냄으로써 조직 전체의 분위기를 차갑게 합니다.

예수는 이 같은 세상의 풍조를 알곡과 쭉정이에 비유했습니다. 즉 가을 타작 시 “알곡은 모아 곡간에 들이고, 쭉정이는 꺼지지 않는 불에 태우시리라”라는 구절이 성경에 기록되어 있는 것이지요.

▲ 단원 김홍도 '타작'(국립중앙박물관 소장)
▲ 단원 김홍도 '타작'(국립중앙박물관 소장)

따라서 참다운 신앙생활을 하는 알곡과 같은 신자는 세상에서 중요한 곳, 즉 곡간에 자리 잡을 것이고, 그렇지 못한 신자는 자리를 잡지 못한 채 쓸모없는 쭉정이처럼 불에 태워질 것이라는 경고입니다.

아마 유산을 유언으로 남겨야 할 부모의 심정도 그와 마찬가지일 겁니다. 자신이 준 부침개 한 조각도 고마워하며 유용하게 쓰는 자식에게는 더 많은 유산을 주고 싶을 것입니다.

반면 음식을 고속도로 쓰레기장에 버리는 자식에게는 유산을 남겨주기가 쉽지 않을 것입니다. 부모 재산을 가볍게 여겨 쉽게 탕진해버릴까 걱정이 앞설 테니까요.

환생어다욕(患生於多慾)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근심은 탐욕이 많은데서 생긴다는 뜻이지요. 탐욕이 많으면 근심이 생긴다는 뜻과 같습니다. 

올해도 추석이 지났습니다. 곧 인생의 들판에도 가을 수확기는 올 것입니다. 

그때 알곡이 되어 곡간에 자리 잡아야 한다는 교훈을 다시 한 번 되새기게 하는 계절입니다. 일단 사소한 욕심부터 훌훌 털어버릴 수 있는 아량을 가져야겠군요. 

◇노규수 : 1963년 서울 출생. 법학박사. 2001년 (사)불법다단계추방운동본부 설립 사무총장. 2002년 시민단체 서민고통신문고 대표. 2012년 소셜네트워킹 BM발명특허. 2012년 대한민국 신지식인 대상. 2012년 홍익인간 해피런㈜ 대표이사. 2013년 포춘코리아 선정 ‘2013 한국경제를 움직이는 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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