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를 통해 서로 협력하고 힘을 모아 같이 가고자 한다면, 갈 길을 모른다고 솔직하게 고백하십시오. 그것이 함께 가는 길입니다.

 

▲ 노규수 <법학박사, 해피런(주) 대표>
▲ 노규수 <법학박사, 해피런(주) 대표>

완연한 가을입니다. 결실의 계절이라고 합니다. 봄에 뿌린 씨앗이 힘겨웠던 여름을 이겨내고 이제 그 마지막 열매를 세상에 내어 놓으려 합니다.

하지만 어두운 소식도 들리는군요. 며칠 전 부산에서 벌어진 일가족 4명의 살인사건입니다. 인간이 과연 어디까지 잔인할 것인지 치를 떨게 합니다.

보도를 통해 아시겠지만 지난 10월24일, 32살 범인이 같이 동거했던 여자친구의 집으로 찾아가 여자친구는 물론 그녀의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를 끔찍하게 차례차례 살해한 사건이 일어난 것입니다.

맹자(孟子)는 인간의 심성이 착하다고 했습니다. 불인지심(不忍之心), 즉 남의 고통과 괴로움을 보고 참지 못하는 마음 때문이라 했지요. 하지만 이번 사건을 보면 생각을 달리하게 합니다. 순자(荀子)가 인간은 원래 악하다고 본 것이 더 적절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입니다.

맹자와 순자 중에 누가 과연 맞는 말을 한 것일까요? 하지만 두 사람 모두 인간이 함께 사는 사회를 보다 아름답고 풍요롭게 가꾸기 위해 사람의 본성을 분석한 것이라고 합니다. 단지 방법론만 차이가 있는 것이지요.

▲ 맹자(좌측)와 순자. 대륙의 전쟁기인 춘추전국 시대를 거쳐온 그들은 세상을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지 고민했던 시대의 지성이었다.
▲ 맹자(좌측)와 순자. 대륙의 전쟁기인 춘추전국 시대를 거쳐온 그들은 세상을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지 고민했던 시대의 지성이었다.

맹자는 원래의 착한 본성으로 돌아가라는 뜻에서 사람들에게 성선설(性善說)을 말했습니다. 남을 험담하거나 남의 것을 빼앗으려 하지 말고, 내가 먼저 칭찬하고 인정을 베풀며 살라는 것이지요.

순자 역시 주변을 아름답게 만들기 위해, 이기적인 심성이나 사나운 성질을 버리도록 가르쳐 함께 어울리며 살아가야 한다고 말했지요. 그래서 인지성악 기선자위야(人之性惡 其善者僞也)라고 했습니다. 원래 악한 것이나, 후천적인 노력으로 선해지도록 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그래서 사회적 준법정신이나 예절교육이 필요하다고 했지요. 사람들이 각자 자신의 심성을 조절하지 못하거나, 나만 좋으면 그만이라는 생각에서 말하고 행동하면 남과 충돌하기 때문입니다.

공동체나 협동조합 운영, 기업 경영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느 한 사람의 이기적인 심성이나 사나운 성질로 인해 조직 전체가 영향을 받는 경우가 있습니다. 남을 업신여기거나 남 잘된 것을 눈뜨고 못 보는 심리, 순자의 말대로 ‘사양하는 마음’이 없기 때문이지요.

그런 사람은 기쁨을 함께하지 못하고 슬픔을 같이 나누지 못합니다. 오히려 남 잘 되는 것을 시기하고 질투합니다. 남이 힘들고 어려워 울고 있을 때, 오히려 못났다고 손가락질 합니다.

지나친 비약일지 모르지만, 그런 사람들은 정도의 차이만 달랐지, 부산 살인사건의 범인 심리나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세치 혀로 이 사람 저 사람을 공격하고 못살게 합니다. 정신적 살인행위지요.

청와대 게시판에는 못된 사람을 처벌해달라는 국민청원이 쇄도하고 있습니다. 마찬가지입니다. 공동체 단체나 기업, 학교에서도 이런저런 잘잘못을 어떤 사람이 하고 있으니 조치를 취해달라는 말이 난무합니다.

착하게 살자는 성선설의 맹자나, 악한 마음을 버리자는 성악설의 순자가 살아 돌아와도 세상의 잘잘못을 모두 해결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 단풍이 물든 가을 아스팔트 길... 하지만 인생에는 비바람 몰아치는 자갈길, 진흙길도 즐비하다.(사진=다음카페 추억은 영원히)
▲ 단풍이 물든 가을 아스팔트 길... 하지만 인생에는 비바람 몰아치는 자갈길, 진흙길도 즐비하다.(사진=다음카페 추억은 영원히)

따라서 인간이 알아야 할 것은 ‘자신이 모른다는 것을 아는 것’입니다. 다 아는 것처럼 말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소크라테스는 “너 자신을 알라”고 제자들을 가르친 것입니다.

시각장애인들에게 죄송한 말씀이지만, 자신이 못 본다는 사실을 알아야 앞으로 갈 수 있는 이치입니다. 그래야 주변 친지들이 같이 가는 법이니까요. 그렇지 않고 다 보인다고 말하면 굳이 친지들이 그 사람과 같이 갈 필요가 없습니다.

옛 성현들은 이 같은 인간의 어리석음을 콕 찝어 과생어경만(過生於輕慢), 즉 “스스로 잘난 체하고 남을 하찮게 여기는데서 허물이 나온다”며 경계했습니다. 또한 죄생어부인(罪生於不仁)이라 하여 “죄악은 어질지 못하는데서 생긴다”고 경고했습니다.

인생길은 멀고 험합니다. 아스팔트길만이 아니고, 울퉁불퉁 자갈길이 있고, 강물이 있으며, 낭떠러지도 있습니다.

공동체를 통해 서로 협력하고 힘을 모아 같이 가고자 한다면, 갈 길이 안 보인다고 솔직하게 고백하십시오. 그것이 함께 가는 길입니다.

◇노규수 : 1963년 서울 출생. 법학박사. 2001년 (사)불법다단계추방운동본부 설립 사무총장. 2002년 시민단체 서민고통신문고 대표. 2012년 소셜네트워킹 BM발명특허. 2012년 대한민국 신지식인 대상. 2012년 홍익인간 해피런㈜ 대표이사. 2013년 포춘코리아 선정 ‘2013 한국경제를 움직이는 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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