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인은 만인을 위하여, 만인은 일인을 위하여’ 라는 협동조합 정신이라면 남북 화해협력도 거뜬히 만들어낼 수 있다

 

▲ 노규수 <법학박사, 해피런(주) 대표>
▲ 노규수 <법학박사, 해피런(주) 대표>

사람이 사는 방법은 여럿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주변 사람을 보듬으며 함께 손잡고 가는 것이겠지요.

“삶이 힘든 사람끼리 도우며 살자! 서로의 부족한 점을 채워주고 합하여 힘 센 사람들에게 괄시받는 일이 없도록 잘 살아 보자!”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의 모임 협동조합의 변함없는 목표입니다. 그래서 협동조합은 보다 많은 사람들을 참여시키기 위해 1인1표의 의결권을 갖습니다. 1844년 세계 최초로 설립된 영국 로치데일협동조합 때부터 내려오는 전통이지요.

돈이 있는 사람이나 없는 사람이나 조합원이라면 누구나 평등하다는 논리입니다. 이 세상은 돈이 중심이 아니라 사람이 중심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1인은 만인을, 만인은 1인을 위한 상부상조 시스템이 협동조합 운영체제지요. 물론 협동조합 출자금 비율에 따라 잉여 성과금을 분배받기는 합니다만, 그 같은 의사결정 과정도 1인1표의 민주적 절차에 따르게 되어 있습니다.

금년 여름에 우리는 시대의 영웅을 만났습니다. 바로 목촌(牧村) 전준한(錢俊漢. 1898~1967) 선생!... 우리나라의 웬만한 인물사전에는 아직 이름도 올라있지 않은 분입니다.

▲ 목촌 전준한 선생. 일제하 식민지시대 보릿고개에 신음하던 농민들의 땟거리를 위해 소셜 네트워크를 결성, 한국 최초의 협동조합을 이끈 선각자였다.(사진=한국일보)
▲ 목촌 전준한 선생. 일제하 식민지시대 보릿고개에 신음하던 농민들의 땟거리를 위해 소셜 네트워크를 결성, 한국 최초의 협동조합을 이끈 선각자였다.(사진=한국일보)

하지만 올 7월23일 경북 안동시에서는 그 분의 공적을 기리는 ‘제1회 전준한 사회적경제 대상’ 시상식이 열렸습니다. 올 첫 수상자로 강대성(60) 사단법인 굿피플인터내셔널 상임이사가 선정됐지요.

행사 주최 측(한국일보, 경상북도)에서는 목촌 선생을 ‘우리나라 최초의 민간 협동조합 창시자’라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91년 전인 1927년 경북 상주군 함창면에서 농민들을 주축으로 한 함창협동조합을 발족시킨 것이죠.

목촌은 동경 유학을 중단하고 함창으로 왔다고 합니다. 1인은 만인을 위하여, 그리고 만인은 1인을 위하여 함께 살기 위한 협동조합과 홍익인간의 이념을 실천하기 위한 것이었죠.

그의 행적에 대해 일제 고등경찰의 필독서였던 ‘고등경찰요사’에서는 ‘전준한은 조선 최초의 민간 협동조합을 만들었고, 이것이 성공하자 조선 땅에 협동조합운동 열풍이 불었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한국일보 2018년7월24일자 참조)

1920년대 동경 유학생이던 목촌 선생의 눈에는 세계의 강국으로 발전한 일본의 농민과 똥구멍이 찢어지도록 가난한 조선의 농민이 크게 비교됐을 겁니다.

그래서 지역민들과 힘을 합쳐 협동조합을 만들고, 봄철에 풀뿌리 캐먹던 춘궁기를 버틸 수 있도록 농민들에게 조(좁쌀)를 저가로 판매하기 시작했지요.

또한 문맹을 퇴치하기 위해 야학을 운영하는 등 지역공동체 형성과 가난한 농민 구제에도 활발한 활동을 펼쳐나갔습니다.

인근에 곧 그 소식이 알려졌습니다. 함창 주변지역인 김천, 군위, 안동은 물론 멀리 충청남도, 경상남도에까지 퍼져 나갔지요. 그에 영향을 받아 ‘우리도 서로 돕고 살자’는 농민조합이 1930년에는 전국에 100개를 웃돌았다고 합니다.

▲ 세계 최초의 협동조합인 영국의 ‘로치데일공정선구자조합’을 소개한 책. 먹고 살기가 힘들었던 직물공장 노동자들이 모여 공동소비를 통해 소득을 창출한 첫 사례이기도 하다.
▲ 세계 최초의 협동조합인 영국의 ‘로치데일공정선구자조합’을 소개한 책. 먹고 살기가 힘들었던 직물공장 노동자들이 모여 공동소비를 통해 소득을 창출한 첫 사례이기도 하다.

목촌 선생과 함창협동조합이 추구한 행복공동체 운동은 일제 수탈로 고통 받는 민간경제를 일으키고, 고리대 추방과 민중의 경제자립심을 심어준 일대 경제혁명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만인을 위해 목촌 선생 한 분이 뿌린 협동조합의 씨앗이 70년대 이후 ‘새마을운동’이라는 한국의 공동체 문화로 발전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 분의 영향을 받은 때문일까요? 북한 보다 못살던 남한이 북한보다 더 잘 살게 된 시기가 70년대 중반부터입니다. 새마을운동이라는 지역공동체 운동 때문이지요.

남한에서는 ‘1인은 만인을, 만인은 1인을 위하여’ 라는 동네별 협동조합 운동이 일어난 반면, 북한에서는 백두혈통의 1인 독재체제를 위한 동네별 인민반장의 감시체제가 강화되었기 때문에 국가 경제력이 역전된 것이라고도 말합니다.

최근 남한정부가 북한이 핵개발을 포기할 경우에 대비해 남북경제협력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남과 북이 서로 헐뜯지 말고 협동조합의 원리로 화해협력 할 수 있다면, 세계의 그 어떤 강국도 이겨낼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큽니다.

‘일인은 만인을 위하여, 만인은 일인을 위하여’ 라는 협동조합의 잘살기 운동이 냉전의 이념체제도 넘어설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군요. 방법은 딱 한 가지, 누구든지 욕심을... 아주 조금만, 반숟가락 만큼만 내려놓으면 됩니다.

이제는 서민들과 영세상공인들을 위한 행복공동체 운동이 적극 추진되어야 할 때입니다.

▲ 협동조합을 소개하고 있는 국내발행 서적들. 사람 중심의 구성체를 지향하고 있다는 점에서 소셜 네트워크 성격이 강하다.
▲ 협동조합을 소개하고 있는 국내발행 서적들. 사람 중심의 구성체를 지향하고 있다는 점에서 소셜 네트워크 성격이 강하다.

◇노규수 : 1963년 서울 출생. 법학박사. 2001년 (사)불법다단계추방운동본부 설립 사무총장. 2002년 시민단체 서민고통신문고 대표. 2012년 소셜네트워킹 BM발명특허. 2012년 대한민국 신지식인 대상. 2012년 홍익인간 해피런㈜ 대표이사. 2013년 포춘코리아 선정 ‘2013 한국경제를 움직이는 인물’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작권자 © 뷰티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