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익하지 않은 말을 함부로 하지 말고, 나와 관계없는 일에 부질없이 참견하지 말라.
인간이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은 기본 심리입니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말은 그 때문이지요.
그래서 ‘옷이 날개’라고도 합니다. 모자를 써도, 넥타이나 스카프 하나를 매도 나름대로는 신경을 쓰게 됩니다. 겉으로는 애써 무관심한 척 하는 사람일수록 외모에 더 신경을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멋쟁이라 그럴까요?
아닙니다. 보통의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대부분 그렇습니다. 특히 여성분들이 새 옷을 사러 전문매장이나 백화점을 가면 이집 저집 들리는 것은 기본입니다. 남편이 멋모르고 따라 갔다간 이내 기진맥진하게 되지요.
사겠다고 쉽게 결정을 못하는 것은 차라리 다행입니다. 백화점 직원에게 미안할 정도로 수없이 이 옷 저 옷을 입었다 벗었다 하고는, 아무런 표정도 없이 안사겠다고 돌아서면 쫓아간 사람의 얼굴이 붉어집니다. 되레 미안해서요.
그러니 말입니다. 누가 새 옷을 입거나 새 모자를 쓰면 절대 트집 잡지 마십시오.
그 것을 살 때 부부가 얼마나 생각하고 고생했는지 아시지요? 잘 어울린다거나 예쁘다는 말은 못할망정 오지랖 넓게 잘못 샀다거나 비싸게 주고 샀다는 둥 아는 체를 하면 민감한 사람에게는 간섭이 될 수 있습니다.
“너나 잘하세요!”
이런 말을 들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옷이라는 것이 참견하는 사람에게 잘 보이려는 것도 있겠지만, 대부분 자기만족을 위한 것이기 때문이지요.
오죽하면 옛 성현들의 가르침인 명심보감에 이런 말이 있겠습니까. 무익지언막망설(無益之言莫妄說)이고, 부간기사막망위(不干己事莫妄爲)라...
유익하지 않은 말을 함부로 하지 말고, 나와 관계없는 일에 부질없이 참견하지 말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11월도 하순이면 이제 겨울에 들어서는 길목이군요. 예전 같으면 동절기를 넘기 위해 난방용 연탄을 들이느라 집집마다 분주할 때입니다. 김장도 해야 하니까요.
연탄을 때던 그때 그 시절에는 집집마다 대문 앞에 큰 연탄재 쓰레기통이 있었습니다. 젊은 사람들은 잘 모르겠지만, 요즘 아파트단지 앞에 설치된 공용 음식물쓰레기 처리기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였지요.
그게 우리네 골목의 풍경이었습니다. 더러는 어느 집 앞 연탄재가 뒹굴 거려 다니는 행인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때도 있었고, 술 먹은 사람이나 성질이 고약한 사람인 경우 집주인이 보란 듯이 연탄재를 발로 차버리기도 했습니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마라! / 너는 누구에게 /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시인 안도현이 쓴 ‘너에게 묻는다’라는 시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시인은 이어 묻습니다.
지금까지 당신은 단 한 번이라도 연탄 한 장과 같은 불꽃같은 정열로 그 누구에게 뜨거운 관심과 애정을 쏟아 부어 본 적이 있는가? 혼신의 힘을 다하여 남을 위한 삶을 살아 본적이 있는가?
그러니 열심히 살아온 당신은 가족과 친지들에게 사랑과 관심을 듬뿍 나누어 주십시오. 이빨 사이에 낀 고춧가루는 조용히 말해주어야 합니다. 그것은 참견이 아닌 사랑이지요.
식당에서도 양말이 펑크 난 친지를 보면 웃지 마시고 24시편의점으로 가서 한 켤레 사다 조용히 건네주십시오. 2~3천원의 양말 값이 아닌, 2~3억원의 사랑이 될 것입니다.
그러니 더더욱 남 말 하는 것은 주의하셔야 합니다. 그 사람은 옷 하나를 사도 열심히 고르는 사람이니까요. 색깔이 바랜 느낌의 옷을 좋아할 수도 있는데, 왜 그런 옷을 입느냐고 핀잔을 준다면 지나친 ‘오지라퍼’가 되는 것입니다.
◇노규수 : 1963년 서울 출생. 법학박사. 2001년 (사)불법다단계추방운동본부 설립 사무총장. 2002년 시민단체 서민고통신문고 대표. 2012년 소셜네트워킹 국제BM발명특허. 2012년 대한민국 신지식인 대상. 2012년 해피런㈜ 대표이사. 2013년 포춘코리아 선정 ‘2013 한국경제를 움직이는 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