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대서사시를 쓰기에는 아쉬운 무언가...

▲ 영화 '클라우드 아틀라스'
▲ 영화 '클라우드 아틀라스'
영화 ‘클라우드 아틀라스’에 대한 기대는 남달랐다. 공중파 방송 ‘무릎팍 도사’에 할리우드 감독 ‘워쇼스키’ 남매가 출연하며 영화와 본인들의 인생사에 대해 털어놓은 후 주요 포털의 검색어는 ‘클라우드 아틀라스’와 배두나, 워쇼스키 감독의 이름으로 뒤덮였다.

누구나 아는 SF계의 대표적인 영화 ‘매트릭스’의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우리나라 여배우 배두나가 주연으로 출연한다는 소식만으로도 ‘클라우드 아틀라스’는 작년부터 화제를 불러 모았다. 또한 전 세계를 매료시킨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한 탄탄한 스토리에 영화 ‘향수’를 만든 톰 티크베어감독까지 가세해 특유의 감각적인 영상까지 더한 ‘클라우드 아틀라스’는 확실하게 2013년 최고의 화제작으로 뽑혔다.

지난 2012년 12월 감독들과 주연배우들의 내한기자회견과 함께 공개된 ‘클라우드 아틀라스’는 감독들의 역량이 부풀려진 소문만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듯 명성 그대로의 스케일을 보여줬다. 19세기부터 가까운 미래까지 약 500년의 시공간을 넘나들며 펼쳐지는 여섯 개의 각기 다른 장르와 스토리가 한 편의 거대한 서사로 관통되며 관객들에게 다양한 생각과 감동을 선사한다. 워쇼스키 감독은 탁월한 영상능력과 특유의 철학적인 사유를 이번 영화에서도 멋지게 조화시켰으며 톰 티크베어 감독은 ‘향수:어느 살인자의 이야기’에서 선보인 자신만의 감각적인 영상미를 이번 영화를 통해서도 유감없이 실력을 발휘한다.

6개의 이야기가 병렬구조로 되어있는 원작소설과는 달리 세 명의 감독은 영화 ‘클라우드 아틀라스’를 6개의 각기 다른 이야기를 ‘모자이크 구성’으로 연출했다. 앤디 워쇼스키 감독이 “6개의 이야기가 복잡하게 얽혀있는 원작을 하나하나 분리해내서 다시 하나의 흐름을 가질 수 있게 합하는 힘든 작업을 해냈다”라고 밝힌 것처럼 쉬운 일을 아니었을 것이다. 하나의 영화 안에 미스터리, 로맨스, 스릴러, 코미디, SF, 판타지까지 6개의 장르를 알맞게 넣고 각 장르를 잇는 장치와 인물의 설정까지 정리하는 일은 말 그대로 또 다른 혁명이라고 불릴 만큼 혁신적인 작업이다.

▲ 영화 속 인물들의 특수분장은 놀라운 수준이다
▲ 영화 속 인물들의 특수분장은 놀라운 수준이다
특히 각 시공간을 잇는 배우들의 파격적인 연기와 변신은 놀랍다. 톰 행크스를 비롯해 할 베리, 짐 스터게스, 배두나, 벤 위쇼, 휴 그랜트, 수잔 서랜든, 휴고 위빙, 짐 브로드벤트, 제임스 다시 등은 각기 다른 6개의 시간과 공간 속에서 시대, 나이, 인종, 성별을 초월해 다양한 캐릭터를 보여준다. 배우들의 완벽한 변신은 분장팀과 미술팀의 큰 과제였으며 성별은 물론, 골격까지 완벽하게 바꾸기 위해 제작진은 다양한 가발과 분장 등과 함께 보철기구들까지 동원했다. 그 결과 촬영장에 함께 있던 배우들끼리도 서로 알아보지 못할 만큼 놀라운 변신을 이뤄냈다. 실제로 영화를 관람한 관객들도 엔딩 크레딧에 등장한 배우들의 변신을 보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또 하나의 화제는 대한민국 대표 여배우 중 하나인 배두나의 할리우드 진출작이라는 점이다. 이미 몇 개의 일본 영화에 출연하며 글로벌 배우로의 입지를 다진 배두나는 워쇼스키 감독이 보낸 시나리오를 보고 직접 연기한 촬영 영상을 보내고, 직접 오디션을 보러 홀로 시카고로 날아가는 열정을 보였다.

▲ 배두나가 ‘손미451’로 등장하는 네오서울의 이미지
▲ 배두나가 ‘손미451’로 등장하는 네오서울의 이미지
확실히 배두나가 열성적으로 임할 만큼 영화 속 비중 또한 작지 않다. 톰 행크스를 비롯한 감독들이 입을 모아 “클라우드 아틀라스의 영혼”이라고 말할 만큼 작품 전체의 중심에 서 있는 인물이 배두나가 연기한 ‘손미’이다. 손미가 등장하는 이야기는 6개의 파트 중 가장 미래지향적이고 또한 ‘네오 서울’이라는 가상의 도시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야기이기에 거의 모든 등장인물이 동양권 인물, 특히 한국인으로 등장한다.

하지만 영화가 공개된 후 몇 차례 논란이 있었던 것처럼 확실히 ‘네오 서울’의 분위기는 홍콩과 일본의 모습이 반반씩 섞여있는 모습이고 등장하는 한국인들의 모습도 눈이 옆으로 길게 찢어진 전형적인 서양인들의 생각 속에 있는 동양인의 모습을 띄고 있어 영화를 보며 다소 우스운 생각이 들었다는 관객들의 말도 이해가 간다.

또 한 가지 아쉬운 점은 6가지 이야기가 쉴 새 없이 펼쳐지며 관객을 이야기의 흐름 속으로 몰아넣지만 한 번 스토리를 놓치면 따라가기 쉽지가 않다는 점이다. 영화의 중심 주제인 ‘인연’, ‘업보’, ‘윤회’ 등을 모두 살피고 이해하면서 영화를 관람하기에는 3시간이라는 긴 상영시간과 복잡한 구조가 관객들의 머리를 아프게 한다. 차라리 6개의 이야기가 독립되어 구성된 옴니버스 식 영화였다면 6개의 서로 다른 장르를 취향에 따라 즐기면 되겠지만 ‘클라우드 아틀라스’는 6개의 이야기 곳곳에 다른 이야기로 이어지는 연결고리를 배치해 놨다. 일부러 하나로 이어지게 연결해 놓은 영화를 독립시켜 보기도 어려운 일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영화를 보고도 따로 설명을 듣지 않는다면 감독들이 정성스럽게 배치해 놓은 이야기를 연결하는 상징들을 알아채기도 쉽지 않다.

▲ 6개의 이야기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는 '클라우드 아틀라스'
▲ 6개의 이야기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는 '클라우드 아틀라스'
‘클라우드 아틀라스’, ‘아바타’를 넘어설 영화의 등장이라는 찬사와 함께 관객들에게 공개된 영화의 성적이 기대보다는 신통치 않다. 감독이 욕심을 부린 것이든 관객들이 감독의 스토리를 따라가지 못한 것이든 새로운 시도와 아이디어로 무장한 영화인 것만은 틀림없지만 ‘아바타’를 넘어서기에는 무언가 아쉬운 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 아쉬움은 배두나와 톰 행크스를 같은 스크린 안에서 볼 수 있다는 것으로 달래야 할 것 같다.

한줄 평: 3시간을 영화를 보고 나왔는데 예고편만 보고 나온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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