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TRA 미국 로스앤젤레스무역관, 한풀 죽은 K-뷰티 분석 결과 발표

 
 

[뷰티한국 최지흥 기자]2015년 중국발 사드 정국 이후 수출 다각화에 나선 국내 화장품 기업들이 새로운 시장으로 주목했던 미국 시장에서 K-뷰티 성장세가 주춤하고 있다는 분석 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2018년 미국의 화장품 수입 시장에서 한국은 전년대비 약 25% 증가한 5억1158만 달러 규모의 화장품을 미국에 수출한 것으로 기록되며 그 규모는 매년 꾸준히 상승해 왔지만 현지 마케팅 부족, 일본과 오스트레일리아 화장품의 인기, 제조에 대한 신뢰성 감소, 치열한 마스크팩 과열 경쟁 등으로 한풀 꺾기고 있는 것.

실제로 최근 미국에 진출한 국내 중소 화장품 브랜드는 “최근에는 K-뷰티에 편승한 마케팅과 진출 전략 보다는 현지화 전략을 통한 접근이 유통 확장에 더욱 유리한 상황”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이유는 무엇일까. 최근 KOTRA 미국 로스앤젤레스무역관이 분석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대표 한류 제품인 마스크팩이 미국 뷰티 시장에서 포화 상태로 소비자들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

또한 몇 년 전 일부 기업들의 K-뷰티 마스크 팩이 공장 설비가 아닌 비전문 인력에 의해 비위생적으로 포장되고 있다는 이슈가 불거지면서 한국 마스크팩 제품에 대한 불신도 생겨났다.

이와 함께 현재 미국에서는 산업 분야를 막론하고 채식 기반(Plant-based), 비거니즘(Veganism), 천연(Natural), 유기농(Organic) 등과 같은 ‘깨끗한, 건강한, 환경까지도 생각하는’ 제품 및 소비에 큰 관심이 쏠리고 있지만 K-뷰티 중소기업들 중에는 이러한 미국 뷰티 시장의 트렌드를 충분히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상황이다.

일례로 미국 시장에 진출하려는 한 K-뷰티 기업이 자사의 제품을 ‘천연’으로 강조했으나 바이어가 다시 전 성분을 살펴본 결과 천연이 아닌 성분이 발견된 사례가 있으며, 친환경 트렌드와 대비되는 과도한 패키징으로 바이어의 선택을 받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

특히 K-뷰티 시장을 위협하는 불안 요소 중에는 J-뷰티(Japanese)와 A-뷰티(Australian)의 등장과 성장이 눈길을 끈다.

미국 내 다양한 언론과 미디어에서는 K-뷰티와 J-뷰티, K-뷰티와 A-뷰티를 적극적으로 비교 대조하고 있으며, ‘새로운 제품’ 경험해보기를 즐기는 뷰티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한국, 일본, 오스트레일리아 등의 다양한 뷰티 제품에 대한 리뷰와 이에 대한 공유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

 
 

그중에서도 일본산 화장품의 미국 수입(HS Code 3304 기준) 규모는 2017년 대비 2018년 약 23% 증가한 2억1067만 달러를 기록해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이와 동시에 J-뷰티는 2017년부터 각종 뷰티 미디어와 SNS 등의 온라인 공간을 중심으로 주목받기 시작하면서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미국 뷰티 시장에서 K-뷰티를 이을 차세대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미국 뷰티 업계에서 가장 대표적인 리테일러인 세포라에서는 온라인 쇼핑몰 내 ‘J-Beauty’ 페이지를 따로 구성해 프리미엄 스킨케어 브랜드인 SK-II와 시세이도에서부터 클린 뷰티 브랜드로 떠오른 Tatcha 등의 일본 뷰티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유명한 한인 창립 패션기업 Forever 21 소유의 뷰티 리테일러 Riley Rose는 제품의 상당 규모를 K-뷰티 브랜드 위주로 취급해왔으나 작년부터 J-Beauty 페이지를 추가로 구성해 판매 중이다.

 
 

이와 함께 청정한 자연환경으로 유명한 오스트레일리아는 천연자원이 풍부한 지역 특성에 힘입어 뷰티 제품들도 깨끗한 천연 원료로 만들어진 제품들이 많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미국 시장에서 새로운 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세계 뷰티 시장에서 이미 유명한 오스트레일리아 뷰티 브랜드인 Aesop, Jurlique 등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Lano, Frank Body, Sand & Sky, Original & Mineral 등의 새로운 오스트레일리아 인디 뷰티 브랜드들이 SNS를 통해 주목받으며 Sephora, Ulta 등의 미국 내 뷰티 리테일러에서도 그 인지도를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

오스트레일리아 화장품의 미국 수입 규모는 2018년 기준 약 3239만 달러를 기록했으며, 이는 전년 대비 무려 57% 성장한 수치다.

 
 

반면 최근 미국에서 가장 대표적인 K-뷰티 전문 온라인 판매점 중 하나인 Glow Recipe에서는 최근 더 이상 타사 K-뷰티 브랜드는 취급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자체 스킨케어 제품 콜렉션 또한 판매하고 있는 Glow Recipe는 더욱 다양한 제품을 원한다는 소비자들의 목소리를 반영해 자체 컬렉션을 제외한 타사의 K-뷰티 브랜드는 더 이상 취급하지 않고 국적에 국한되지 않은 다양한 차세대 스킨케어 제품을 선보일 계획임을 밝힌 것.

Glow Recipe뿐만 아니라 미국 내 유명 드러그 스토어 체인점인 CVS, 뷰티 제품 대형 리테일러 Ulta Beauty 등에서도 K-뷰티제품이 진열된 섹션이 과거에 비해 눈에 띄게 줄어든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

이와 같은 주요 K-뷰티 리테일러들의 움직임은 미국 내 K-뷰티 제품에 대한 전망이 과거와 같이 무한한 핑크빛만은 아니라는 점을 상기시키며 K-뷰티 업계에 긴장감을 불러일으키고 있음을 시사한다.

그렇다면 이에 대한 해결점은 무엇일까. 먼저 KOTRA 로스앤젤레스 무역관에서 인터뷰한 미국 뷰티 업계 전문가 S 매니저는 현재 미국 K-뷰티 시장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시장의 크기는 비슷한데 너무 많은 기업들이 비슷한 제품으로 시장에 진입해 포화 상태에 이른 것”이라고 전했다.

‘K-뷰티’라는 이름 아래 유사한 특징을 가진 다수의 제품들이 시장에 공급되며 경쟁이 심화되는 현재의 상황에서는 더 이상 K-뷰티라는 타이틀이 승부수로 작용하기 어려운 실정인 것.

또한 K-뷰티 제품의 특징으로 꼽혔던 품질 대비 가격 경쟁력 역시 점차 약해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와 관련 KOTRA 로스앤젤레스 무역관은 “현재의 포화된 미국 K-뷰티 시장에 ‘완전히 새로운 브랜드’로서 진출하려는 전략보다는 자체 생산 시설을 갖춘 기업이라면 미국 뷰티 시장 내의 기존 리테일러를 공략해 해당 리테일러의 자사 브랜드(Private label) 제품을 생산·공급하는 방식으로의 시장 진출을 모색하는 것도 긍정적일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반면 이미 미국 뷰티 시장에 자체 브랜드를 가지고 진출한 K-뷰티 기업이라면 한국에서 성공한 제품이기 때문에 미국 시장에서도 성공할 것이라는 기대를 거두고 ‘미국 시장’과 ‘미국의 타깃 소비자’만을 철저히 조사하고 분석해 제품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또한 “미국 시장 분석 및 제품 개발 단계에서 ‘클린 및 그린 뷰티’, ‘천연 및 유기농’, ‘Cruelty-free’ 등 현재 미국 뷰티 시장의 트렌드를 반영하는 것 또한 필수적이며 화장품의 전 성분을 정직하게 표기하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하다”면서 “미국 뷰티 업계의 바이어들은 상품의 진열이나 보관에 효율적인 간결하고 깔끔한 패키징을 선호하며 패키징은 미국 내 친환경 트렌드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에 과도하게 화려하거나 일반적이지 않은 모양의 제품 패키징은 지양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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