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진하는 중국·일본 브랜드에 위상 흔들···'고품질·다품목' 전략 필요

[뷰티한국 김도현 기자] 중국은 지난 몇 년간 국내 화장품업계의 수출 텃밭이었다. 오랜 기간 내수 불황과 공급 과잉에 시달리던 화장품 기업들에게 중국은 탈출구였고 실제로 중국을 거점 삼아 'K-뷰티' 신화를 일궜다.

그런데 최근 중국 상황이 녹록지 않다. 중저가 시장에선 현지 브랜드에 치이고 수입 화장품 시장에선 일본 브랜드에 밀리는 형국이다. 독특한 컨셉과 트렌디함을 앞세워 왔던 그간의 전략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KOTRA 베이징무역관에 따르면 최근 중국 화장품 시장에선 현지 브랜드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다. 과거의 저품질 이미지를 벗고 이제는 "외국산 화장품과 비교해도 품질 차이가 없다"라는 평과 함께 빠르게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인터넷기반 서비스 제공 업체인 텐센트는 지난 5월 발표한 '2019 C-뷰티 보고서(2019年国货美妆洞察报告)'를 통해 현지 화장품 시장에서 'C-뷰티'의 점유율이 56%까지 상승했다고 밝혔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 산하 티몰과 타오바오의 2019년 7월 기초화장품 매출 순위에서도 C-뷰티의 대약진을 확인할 수 있다. 10위권 내에 FAYILAN, YIZHICHUN, wis 등 중국 브랜드가 6개나 포진한 것이다. 매출 1위는 홍콩에 본사를 둔 LA PEU인데, 이를 포함하면 7개가 중화권 브랜드다.

같은 기간 색조 화장품 매출 순위에서도 1위를 포함, 10위권 내에 5자리를 중국 브랜드가 꿰찼다. 기초든 색조든 한국 화장품 브랜드는 단 하나도 10위권에 진입하지 못했다.

중국 화장품 시장은 가격과 컨셉, 타깃에 따라 럭셔리·프리미엄·매스티지·매스로 구분된다. C-뷰티는 그동안 중국 전통 중의학을 활용한 제품력과 자연 친화적인 이미지, 외국산 대비 합리적인 가격을 내세워 매스티지 및 매스 시장을 집중 공략해왔다.

신규 브랜드를 적극 출시하고 대대적인 광고 마케팅으로 인지도를 높였으며 트렌디한 아이템과 디자인, 합리적인 가격을 앞세워 타깃층을 확실히 사로잡았다. 특히 모바일 채널을 통한 홍보와 SNS를 이용한 왕홍 마케팅은 현지 브랜드들이 매스티지 및 매스 시장을 장악하는데 결정적인 무기가 됐다.

중국 브랜드들이 중저가 시장을 삼켜가는 사이 고가 위주의 수입 화장품 시장에선 이론 브랜드가 치고 올라왔다. 중국의 최대 화장품 수입국은 오랜 기간 프랑스였다. 한국은 2016년 프랑스를 끌어내리며 처음으로 최대 수출국 지위에 올랐고 지난 3년간 1위를 지켜왔다.

그런데 올해는 1위 타이틀을 일본에 넘겨줄 위기다. 국제 무역정책 연구기관인 GTA(Global Trade Alert)에 올 상반기 중국의 수입 화장품 시장 점유율은 일본이 23.9%이고 한국은 23.7%다.

중국의 한국 화장품 수입 증가율이 이미 2017년부터 평균보다 못했던 것에 비해 일본 제품은 80~90%의 놀라운 성장세를 보였다. 올 상반기만 해도 일본 화장품 수입증가율은 평균인 39%보다 높은 44.4%였던데 반해 한국은 15.4%에 그쳤다.

내친김에 일본 브랜드들은 중국 내 유통망을 확대하는 등 현지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고세의 경우, 2020년까지 미야비와 코스메데코르테의 오프라인 매장 수를 기존의 2배로 늘리고 온라인 매장을 개설한다는 계획이다. 다이이치 산쿄는 영업·마케팅 전략부서를 일본에서 상하이로 옮겨 중국 화장품 시장 수요와 변화에 적극 대응할 방침이다.

베이징무역관은 K-뷰티의 위기 타개책으로 럭셔리 및 프리미엄 화장품을 적극 선보이고 새로운 브랜드 개발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무역관이 인터뷰한 현지 전자상거래 업체 징둥 관계자는 "K-뷰티의 트렌디한 아이템은 로컬 브랜드들이 모방하기 쉽고 이미 중국 기업의 신제품이나 신규 브랜드 출시 속도가 외국 기업들을 추월했다"며 "뛰어난 기술력으로 럭셔리·프리미엄 시장에서 K-뷰티의 우수성을 어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수출 품목 다양화가 시급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올 상반기 중국의 한국 화장품 수입액 중 95.9%가 기초화장품이었다는 것. 무역관 측은 "색조 화장품이나 헤어케어, 향수 등으로 수출 상품군을 늘려 기초화장품 편중도를 낮출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 중국 화장품 수입시장 점유율(자료: GTA)
▲ 중국 화장품 수입시장 점유율(자료: GTA)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작권자 © 뷰티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