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뷰티, 브랜드 이미지 강화 및 마켓 포지션 재정립 시급

[뷰티한국 김도현 기자] 10년 전의 중국과 오늘날의 중국은 다르다. 이제 그 누구도 중국 시장을 '블루오션'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의 글로벌 기업들이 사활을 걸고 경쟁을 벌이는 판에 무섭게 치고 올라온 현지 기업들까지 가세하면서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치열한 '레드오션'이 됐다.

경제 성장 속도가 예전 같지 않고 성장 전략과 산업구조가 빠르게 변하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봐야 한다. 10년이 아니라 1년 전, 한 달 전과 비교해도 또 다른 곳이 중국이다.

빠른 변화가 민감하게 느껴지는 곳 가운데 하나가 화장품시장이다. 중국의 화장품시장은 'K-뷰티' 신화의 태동지이자 성장의 자양분이었지만 이제는 현지 브랜드들의 거센 반격에 전략 수정이 시급한 상황이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심윤섭 연구위원은 최근 공개한 '중국의 비즈니스 환경 변화와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중국의 화장품 시장은 중국 및 글로벌 경기 불황에도 고소득자를 중심으로 계속 확대 중이다"면서도 "고가 위주의 다국적 기업, 가성비 위주의 중국 로컬 기업 사이에서 제품 차별화와 타겟 시장 집중이 없으면 경쟁우위 확보가 어렵다"고 진단했다.

# 소비위축 우려에 로컬기업 공세까지

2018년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6.6%로 28년 만에 최저치를 찍었다. 올해 들어서는 1분기 6.4%, 2분기 6.2%를 기록하며 성장 둔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성장 둔화와 함께 소비위축 조짐도 뚜렷해지고 있다.

대표적인 소비재인 승용차의 경우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판매 대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5.2% 줄었고 스마트폰은 1월에서 7월까지의 출하량이 전년 동기 대비 4.2% 감소했다. 기록적으로 상승하던 온라인 판매액도 성장 속도가 확연히 줄었다.

가장 큰 수출시장인 중국의 소비위축은 우리에게 위협적이다. 다만 중국 정부가 소비확대를 위해 다양한 정책을 가동하기 시작했고 자유무역시범구 6곳을 추가 신설하는 등 대외개방 확대를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마냥 비관적일 필요는 없다는 게 중론이다.

보다 위협적인 요소는 중국 기업들의 무서운 성장세일 듯하다. 실제로 주요 소비재 시장에서 중국 브랜드의 시장점유율은 확대일로다. 휴대폰 시장에선 중국 브랜드의 점유율이 2012년에 외국 브랜드를 추월한 이후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있다. 2018년 현재 화웨이, 오포 등 중국 브랜드의 점유율이 80%를 넘었을 정도다.

LCD TV는 하이신, TCL 등 중국 빅3의 점유율이 50%를 넘나드는 사이 LG, 삼성, 소니 등 외국 브랜드는 2010년대 초 정점을 찍은 이래 수년째 내리막길이다. 전자레인지 시장에선 중국의 메이더와 갈란츠가 80% 가까이 시장을 점유한 가운데 집안싸움이 한창이다. 가정용 세탁기 또한 중국의 하이얼과 메이더가 전체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 중저가 화장품 시장도 현지 브랜드 독무대로

화장품은 외국 브랜드들이 아직까진 점유율 우위에 있는 시장이다. 그러나 이 또한 고가 화장품 시장에 한정된 이야기다. 전통 중의학을 활용한 제품력과 자연 친화적인 이미지, 외국산 대비 합리적인 가격을 앞세운 로컬 브랜드들의 공세가 거센 중저가 시장에선 상황이 급변하고 있다.

실제로 로레알, 에스티로더 등 고급 화장품 브랜드들의 중국 시장 점유율은 여전히 상승 추세지만 P&G, 유니레버 등 중저가 퍼스널케어 브랜드들의 점유율은 하락 국면이다. 작년까지 중국의 최대 화장품 수입국이란 타이틀을 보유했던 우리나라가 최근 일본에게 밀린 이유도 수출 품목이 상대적으로 저가 위주이며 이들이 현지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었기 때문이다.

한국무역협회 심윤섭 연구위원은 "화장품은 아직 외자기업이 우위를 점하고 고급제품을 중심으로 수입도 많이 이뤄지고 있으나 중국 브랜드가 추격 중이다"며 "중국의 신흥 부유층을 중심으로 과시형 소비가 늘고 있고 고가 제품일수록 브랜드 파워가 강하게 작용하는 만큼 우리 브랜드가 이미지 강화에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심 연구위원은 "기술, 디자인, 품질 등에서 전반적으로 경쟁력이 강화된 중국 기업과 다양한 협력방안을 강구하고 공생을 도모하며 글로벌 환경 변화에 공동으로 대응하기 위한 전략적 협력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작권자 © 뷰티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