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퍼시픽그룹, 2020년에도 지난해와 같은 경영방침 발표의 의미

 
 

[뷰티한국 최지흥 기자]아모레퍼시픽그룹이 2020년 경자년(庚子年) 새해 경영방침을 2019년과 같은 ‘변화를 즐기자(Exciting Changes)’로 정하고 구성원들과 함께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겠다고 발표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난 1월 2일 오전 아모레퍼시픽 본사에서 2020년 시무식을 진행한 아모레퍼시픽그룹 서경배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2020년에도 고객을 위한 크고 작은 새로운 시도로, 변화를 즐기며 혁신해 나가자”면서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도 절대로 변하지 않을 최우선의 가치로 ‘고객중심’을 다시 새기자”고 주문했다.

더불어, “우리가 하는 모든 생각과 행동의 중심에 고객을 세우고, 구성원들이 세대와 성별을 넘어 서로를 향한 두터운 존중 속에서, 할 수 있는 일 중 작은 것부터 새롭게 시도해 나가야 한다”며 “이를 통해 우리의 고객과 시장을 열광케 하고, 아름다움으로 세상을 변화시키는 과정을 즐기는 한 해가 되자”고 강조했다.

이러한 기치 위에 올해 아모레퍼시픽그룹은 브랜드 경쟁력 강화, 고객경험 강화, 옴니 디지털 루프 구현 등의 중점 추진 전략을 중심으로 경영 목표와 비전 달성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내용만 보자면 특별히 문제는 없다. 하지만 매년 새로운 경영방침을 발표했던 아모레퍼시픽그룹이 이번에는 지난 2019년과 같은 경영방침을 발표했다는데 관심이 모아진다.

2019년 신년사에서도 서경배 회장은 ‘변화를 즐기자(Exciting Changes)’를 2019년 경영방침으로 발표하면서 신년사에서 “변화는 새로운 혁신을 해나갈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면서 “우리는 두려워하지 말고, 주저하지 말고, 지금의 모든 변화를 즐겨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서 회장은 4차 산업혁명, 밀레니얼, Z세대 등 시대와 고객의 변화를 언급하며 “아모레퍼시픽은 그저 화장품을 잘 만드는 회사가 아니라, 그 누구보다 화장품을 가장 잘 이해하고 만드는 회사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절대 변하지 않을 경영의 핵심 원칙인 ‘고객중심’의 중요성을 강조했었다.

아모레퍼시픽의 경영방침이 2년 연속 같은 것이란 것을 보면 두가지 해석이 가능해 진다. 2019년 경영방침이 서 회장이나 아모레퍼시픽그룹이 목표했던 것에 도달하지 못했다는 분석이 나온 것은 아닌가라는 해석과 보다 구체적인 주문들이 나온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이다.

물론, 이에 대한 해석 차이는 크다. 어떤 측면에서는 경영방침을 재탕한 것은 아닌가라는 해석도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 대표 화장품 기업인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위상을 생각하면 같은 경영방침 발표라도 보다 구체적이고 세분화된 주문이 있는 것은 아닌지에 힘이 실린다.

우선 발표된 내용만 보자면 아모레퍼시픽은 올해 경영방침 발표에서 2019년과 마찬가지로 고객중심, 브랜드 경쟁력 강화를 화두로 잡았다.

브랜드 경쟁력 강화의 핵심은 ‘혁신 상품’이며 남들과는 확연히 다른, 가슴을 설레게 하는 제품을 선보이고 시대정신을 반영한 고유의 스토리로 독보적인 브랜드 지위를 구축할 계획이라는 올해 발표는 2019년 “고객에 대한 깊은 이해와 연구를 바탕으로 최초이자 최고의 세계 일류 상품, 남들은 따라올 수 없는 초격차 상품을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던 서 회장의 말과 같은 의미를 지닌다.

또한 “쏟아지는 정보와 콘텐츠의 홍수 속에서 수많은 브랜드들의 경쟁이 가속화되고 고객 니즈가 끊임없이 변화하는 가운데 매력적인 쇼핑을 위한 특별한 가치를 제공한다”는 올해 방침과 지난해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를 뛰어넘는 옴니 채널의 시대엔 매장 안팎에서 무한대로 다채로운 고객경험을 선사해야 하며, 고객과의 상호작용을 바탕으로 팬덤을 만들어나가는 것에 매진해야 한다”는 일갈은 같은 맥락이다.

실행 방법에서는 비슷하지만 조금 더 구체화 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서 회장은 전사적인 디지털 활용의 극대화를 요청했다.

그는 “오늘날 화장품 산업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것은 디지털과 모바일”이라고 진단하고 “인공지능, 빅데이터, 클라우드를 다각도로 활용해 멀티 브랜드, 멀티 카테고리, 멀티채널을 통해 전방위로 고객과 소통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올해는 한발 더 나아갔다. ‘옴니 디지털 루프’를 구현하기 위한 전사적 디지털화를 가속할 방침을 밝힌 것이다. 지난해 주문 사항이 디지털 활용을 극대화하라는 것이었다면 이번에는 실제로 접목 시켜보라는 주문으로 해석된다.

그는 “밀레니얼과 Z 세대를 포함해 ‘온라이프’가 일상화되고 생활 깊숙이 스며든 소셜 미디어, 인공지능, 블록체인 등이 이끄는 초디지털 기술의 변화 속에서, 고객에게 다채로운 경험을 선사할 수 있는 독자적인 디지털 루프를 키워내겠다”고 밝혔다.

 
 

온오프라인의 경계를 뛰어넘는 옴니 채널을 위해, 빅데이터와 디지털 마케팅을 자연스럽게 연결하고, 모든 밸류 체인에서 고객의 숨은 니즈를 찾아낼 방침이라는 것.

또한 고객들의 쇼핑에 소통과 공감으로 함께하는 플랫폼을 제공해, 새로운 시대를 선도할 옴니 디지털 인프라와 역량을 갖춰 나갈 예정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고객과 소통하고 제품을 판매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하기 위한 방안까지 제시한 것이다.

무엇보다 서 회장은 “성장에 있어 누구보다 강한 열망을 지닌 밀레니얼 구성원들에게는 디지털 대전환의 선두에 서서 도전할 수 있는 역량 개발의 기회를 아낌없이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혀 인재 육성에도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에는 디지털 활용을 위한 초석을 다지는 해였다면 올해는 이를 실행에 옮기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발 사드 정국으로 그 어느때 보다 힘든 2019년을 보낸 아모레퍼시픽그룹이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올해 경영방침이 더욱 공격적일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아모레퍼시픽그룹 서 회장은 지난해와 같은 경영방침으로 조금 더 세분화되고 구체화된 경영방침 실행을 주문했다.

 
 

그리고 그 내용들의 핵심 키워드는 고객중심, 브랜드 경쟁력 강화이며 이를 실행하는 방법적인 측면에서는 디지털화 가속화에 무게 중심이 쏠린다.

무엇보다 올해 아모레퍼시픽그룹이 만들어 낼 디지털 가속화의 실질적인 실행 단계로 새로운 플랫폼과 이를 활용할 수 있는 인재 육성일 것으로 보인다.

올해 신년사에서 마지막으로 서 회장은 직원들에게 ‘일하기 좋은 회사’를 만들자고 당부하고 나아가 고객, 환경, 사회와 조화롭게 성장하기 위한 길을 모색하는 ‘책임 있는 기업 시민’이 되어 고객의 삶을 행복하게 하는 아름답고 건강한 세상을 만드는 활동에도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마지막 서 회장의 당부는 우리가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기업의 모습이다. 일하기 좋은 환경의 회사, 그리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의 모습은 누구나 바라는 기업상이 아닐까.

이러한 서 회장의 신년사는 초심을 지켜가며 내실을 다지겠다는 각오로도 해석된다. 어려움에 일희일비하기보다는 중심을 지키고 위기 극복을 위한 공격적인 행보 보다는 내실을 다지겠다는 서 회장의 목소리는 어쩌면 아모레퍼시픽을 넘어 국내 화장품 업계에 던지는 메시지일지도 모른다.

국내 화장품 산업은 분명 위기다. 몇몇 기업은 위기를 기회로 바꾸며 성장세를 만들어 내고는 있지만 2015년 하반기부터 불기 시작한 중국발 사드 정국과 금한령으로 줄어 든 중국 관광객들, 일본 브랜드에게 밀리고 있는 현실 등을 그대로 보자면 위기라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지켜야 할 것은 초심이 아닐까. 화장품을 만들고 판매하는 이유. 그리고 이를 위해 구슬땀을 흘리는 각 구성원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채찍질이 아니라 일 할 수 있는 환경이다. 그리고 떠나간 고객을 돌아오게 하는 것은 변함없는 정성이며 새로운 고객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브랜드 경쟁력이 필요하다.

원론적인 이야기지만 이러한 이야기 속에는 늘 답이 있다. 지난해와 같은 경영방침을 밝힌 아모레퍼시픽그룹의 2020년의 행보가 자사는 물론 국내 화장품 업계 전반에 등대 효과로 나타나길 기대해 본다.

‘원대한 기업’을 향한 국내 화장품 산업 역사의 시작인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여정이 지난 74년의 역사처럼 국내 화장품 산업의 발전으로 이어지길 소망해 본다. 해석은 다르겠지만 목표는 같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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