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보게 친구 웃어나 보게! 어쩌다 말다툼 한 번 했다고 등질 수 있나!”

▲ 빛과 소금이 되라는 성경의 기록처럼, 맛을 내는 소금이 인간에게 주는 교훈은 크다. 1955년경의 토판천일염 생산현장.
▲ 빛과 소금이 되라는 성경의 기록처럼, 맛을 내는 소금이 인간에게 주는 교훈은 크다. 1955년경의 토판천일염 생산현장.

성경에 빛과 소금이 되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소금도 종류가 있다는데, 그중에 우리는 과연 어떤 소금의 맛으로 살아 왔을까요?

▲ 노규수 <법학박사. 해피런(주)창립자>
▲ 노규수 <법학박사. 해피런(주)창립자>

사람들은 흔히 ‘누구네 집 애경사를 보면 그 사람의 인간관계를 짐작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예부터 우리 민족은 친지 집안에 결혼식이 있거나 상을 당하면 성의껏 부조금을 전달하며 기쁨과 슬픔을 함께 나누었기 때문이지요.

따라서 집안에 큰일이 생기면 일단 북적북적해야 됩니다. 하객이나 조문객이 없으면 썰렁하지요. 그래서 하객 규모만 보더라도 그 사람 됨됨이를 알 수 있다는 것입니다.

가장 진국인 사람은 소금과 같이 꼭 필요한 맛을 내는 사는 사람이라고 합니다. 모든 바닷물에는 하얀 소금이 녹아 있듯이, 모든 사람속 ‘마음의 바다’에도 소금이 들어 있는데, 그 소금을 어떻게 꺼내 쓰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내 안에 있는 소금으로 사람들의 이야기에 맛을 내고, 사람들의 사랑에 맛을 내고, 사람들의 이름에 맛을 내주라는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빛과 소금이 되는 길이지요. 그런 사람의 애경사에는 사람들이 많이 찾게 됩니다.

소금에도 종류가 있습니다. 자료를 보니 생산 방식에 따라 천일염(天日鹽)과 정제염(精製鹽)으로 나뉩니다.

천일염은 바닷물을 염전으로 끌어들여 햇빛과 바람에 물기를 말린 후 만들어지는 자연소금입니다.

반투명한 육각형의 결정체로 칼슘, 마그네슘, 아연, 칼륨, 철 등의 무기질과 미네랄, 수분이 많이 들어 있어 맛과 영양이 탁월합니다. 대신 사람 손이 많이 가다보니 비쌉니다.

정제염은 공업의 힘으로 바닷물을 전기분해하고 말려 대량생산되는 소금입니다.

가마솥에 바닷물을 넣고 장작불로 끓여 졸였던 옛 방식을 응용한 것인데, 기계화시스템 속의 거대한 공업용 용광로를 가스버너로 가열하는 방식으로 생산합니다. 화학적으로는 미네랄이 없는 염화나트륨(NaCl)의 결정체로, 공장에서 쉽게 생산할 수 있어 값이 매우 저렴합니다. 

그래서 시중 인스턴트 식품의 대부분이 값싼 수입산(중국, 호주, 터키, 멕시코 등) 정제염을 사용하고 있다는 지적도 많습니다. 

▲ 한국의 천일염은 맛과 성분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고 있다고 하나, 생산인력과 판로 부족으로 현재의 전통적 소금생산은 가장 노동집약적인 업종 중의 하나가 됐다.(사진=전남 해남군)
▲ 한국의 천일염은 맛과 성분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고 있다고 하나, 생산인력과 판로 부족으로 현재의 전통적 소금생산은 가장 노동집약적인 업종 중의 하나가 됐다.(사진=전남 해남군)

당연히 좋은 소금은 바닷물을 태양열에 굽는 천일염이지요. 그 천일염도 토판염(土版鹽)과 장판염(壯版鹽)으로 구분됩니다.

국산 토판염은 천연갯벌 위에 바닷물을 담아 햇빛에 굽는 방식입니다. 하늘과 땅과 사람이 분리되지 않은 일체형 생산이지요.

갯벌의 미생물과 소금의 상호작용이 활발해 칼슘, 칼륨, 인, 셀레늄, 망간, 아연 등 각종 미네랄(영양분)이 풍부하게 담겨 있습니다. 세계 최고라는 프랑스 ‘게랑드 천임염’보다도 미네랄 함양이 3배나 더 높다는 군요.

장판염은 갯벌위에 타일이나 PVC 플라스틱을 장판처럼 깔고, 그 위에서 굽는 방식입니다. 하늘과 땅 사이를 장판이 가로막은 분리형 생산이다 보니, 갯벌에서 흡수될 수 있는 각종 미생물이나 영양분이 차단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물론 다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합성비닐이나 타일 장판들이 여름철 직사광선에 노출될 경우 환경호르몬이 녹아내릴 가능성도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영양만점의 토판염을 구워내기 위해서는 갯벌 땅 다지기와 관리가 매우 어렵다고 합니다. 장판염에 비해 최소 다섯 배에서 열 배까지의 인건비가 들지요.

그래서 고작 1% 미만의 소금 장인 만이 생산에 나서고 있다고 합니다. 그 같은 땀과 열정에서 명품 소금이 탄생합니다. 맛과 영양이 일품인 만큼 비싼 값을 하지요.

이제 답은 나왔습니다. 독자 여러분들은 가슴 속에서 당연히 토판염을 꺼내고 싶으실 겁니다. 하늘과 땅과 사람이 서로 떨어지지 않은 자연의 섭리가 그 안에 녹아있기 때문이지요.

그렇듯 독자 여러분들도 친지들과 서로 멀어지지 않아야 합니다. 조금 섭섭하다고 해서 팽 돌아선다면, 오래오래 같이 가는 친구는 점점 없어집니다. 인생의 미네랄이 사라짐으로써 정제염처럼 맛없는 사람이 됩니다.

그런 인생은 애경사가 있어도 초대할 사람이 부족합니다. 어떤 결혼식에는 하객도 일당 주고 동원하는 사례까지 있다고 합니다. 인력센터에 전화하면 하객을 대신해주는 전문인력을 보내준다는 것입니다. 왜 그렇게 삽니까?

박상규의 ‘친구야 친구’라는 옛 노래 중에 이런 가사가 있습니다. “여보게 친구 웃어나 보게 어쩌다 말다툼 한번 했다고 등질 수 있나”...

사람은 토판염 굽기처럼 서로 가깝게 붙어 아옹다옹하며 살아야 제 맛입니다. 햇빛 받아 그을리며 흙에 뒹굴고 사는 삶이 오히려 영양가 있는 명품 인생이지요.

광고 같아 보일까 걱정스럽습니다만, 필자 회사에서는 생산농가 보호 차원에서 토판염을 적극 판매하고 있습니다.

7년 묵은 팔금도 토판천일염을 맑고 깨끗한 청정지역 자미원(충주시 수안보 소재)에서 5년을 더 숙성시킨 품질입니다. 무려 12년을 서로 친구로 살아온 것이지요. 미네랄의 보고입니다.

독자 여러분들께 다시 묻습니다. 당신은 토판염입니까 장판염입니까, 아니면 기계같은 정제염입니까?

애경사에 올 수 있는 하객수를 곰곰히 가늠하며, 내안의 소금 맛을 다시 되돌아 볼 때입니다. 

◇필자 노규수 : 1963년 서울 출생. 법학박사. 2001년 (사)불법다단계추방운동본부 설립 사무총장. 2002년 시민단체 서민고통신문고 대표. 2012년 소셜네트워킹 국제BM발명특허 취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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