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익인간 세상을 위해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아름다운 부자’는 누구인가?

▲ DFS그룹의 공동창립자 미국의 척 피니(Chuck Feeney) 회장. 세계 최고의 부호인 마이크로소프트 빌게이츠, 전설의 투자가 워렌 버핏이 롤모델로 삼고 있는 인물이다. 그는 휴대전화가 나오기 전 딸에게 “일반전화는 통화료가 비싸니 공중전화를 쓰라”고 했다는 일화도 전해진다.
▲ DFS그룹의 공동창립자 미국의 척 피니(Chuck Feeney) 회장. 세계 최고의 부호인 마이크로소프트 빌게이츠, 전설의 투자가 워렌 버핏이 롤모델로 삼고 있는 인물이다. 그는 휴대전화가 나오기 전 딸에게 “일반전화는 통화료가 비싸니 공중전화를 쓰라”고 했다는 일화도 전해진다.

믿었던 사람에 대한 실망감은 큽니다. 모 재벌 회장이 검찰로부터 횡령 혐의로 수사 받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많은 사람들이 손가락질을 했습니다. 혼자 검소한척 닳아빠진 구두를 신는 등 가면을 쓰더니, 결국 꼴좋게 됐다며 비아냥거림을 들었습니다.

▲ 노규수 <법학박사. 해피런(주)창립자>
▲ 노규수 <법학박사. 해피런(주)창립자>

그도 그럴 것이 그가 ‘뉴욕컨설팅회사’라는 이름으로 빼돌린 돈은 15년간 무려 4조4000억 원이나 됐습니다.

이 같은 사실이 밝혀진 것은 검찰의 압수수색 결과였습니다. 그가 운영하던 면세점 체인매장(가맹점)의 매각과정에서 법정다툼이 일어나 검찰수사팀이 본사를 급습했고, 꽁꽁 숨겨진 비밀 회계장부가 회장실에서 발견된 것입니다. 평소 돈에 집착했다는 세간의 평가가 결국 범죄행위로 증명된 꼴입니다.

언론도 사전에 독자 제보를 통해 그 같은 사실을 감지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증거가 없기에 대놓고 고발기사를 쓸 수는 없었습니다. 단지 모 경제지가 나서 그를 ‘돈 밖에 모르는 억만장자’라고 비꼬는 수준이 전부였을 정도로 그는 철저하게 돈을 숨겼습니다.

그가 바로 세계적인 공항면세점 체인업체 DFS그룹(Duty Free Shoppers Group)의 공동창립자로 불리는 미국의 척 피니(Chuck Feeney) 회장입니다.

1931년 불우한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어렸을 때부터 돈벌이에 나서야 했습니다. 이미 열 살 어린나이에 크리스마스카드를 그려 팔았고, 20대 대학생 시절에는 새벽 길거리서 샌드위치를 구워 팔았습니다. 여름방학이면 바닷가에서 파라솔을 빌려주는 렌탈업도 했습니다.

1950년 6.25 한국전쟁 때는 군인으로 참전할 정도로 처절하게 살았습니다. 돈이 되는 일은 어디든지 달려가 무엇이든지 했습니다.

그런 노력 결과 29살이 됐을 때 난생 처음 점포를 갖게 됐습니다. 면세점 구석에 작은 코너를 열고 더 열심히 장사했습니다. 사업 수완이 좋아 40대에 들어서는 세계적으로도 내로라하는 억만장자 대열에 이름을 올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의 ‘비리’가 드러난 1997년, 검찰 수사결과 발표에서 일대 반전이 일어났습니다. 그가 빼돌렸다는 4조4000억 원의 지출 내역은 모두 기부금이었던 것입니다.

▲ 척 피니의 자선사업 원칙은 “자랑하지 마라. 받은 이의 부담을 덜어주고 싶다면 절대 자랑하지 마라”는 것이었다. 사진은 하와이에 있는 DFS 갤러리아 와이키기 뷰티스토어 매장(사진제공=다음카페 하와이사랑).
▲ 척 피니의 자선사업 원칙은 “자랑하지 마라. 받은 이의 부담을 덜어주고 싶다면 절대 자랑하지 마라”는 것이었다. 사진은 하와이에 있는 DFS 갤러리아 와이키기 뷰티스토어 매장(사진제공=다음카페 하와이사랑).

“제가 기부한 것이 밝혀지면 인연을 끊겠습니다. 그러니 철저히 비밀로 해주십시오.”

조사결과 사회복지단체에 대한 척 피니 회장의 신신당부가 있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기부재단을 설립해 1982년부터 세계 각국에 2,900여회에 걸쳐 자기 재산의 99%에 이르는 천문학적 돈을 빼돌린 기부활동은 철저히 비밀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꼬리가 길면 잡히는 법. 검찰 수사로 그의 비밀유지는 물 건너갔지만, 그의 선행은 계속됐습니다. 2000년대 초반부터는 하루에 백만 달러씩(한화 약12억 원) 매일 기부해 2017년까지 무려 9조5,000억 원에 달했습니다. 2020년 올해까지 모든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것입니다.

“돈은 거름과 같습니다. 돈은 쌓아두면 썩게 됩니다. 하지만 널리 뿌리면 생명을 키우는 훌륭한 역할을 합니다.”

척 피니의 돈 철학입니다. 그는 자신에게 매우 엄격하고 검소했습니다. 손목에는 1만6,000원짜리(15달러) 플라스틱 시계,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고, 식사도 그냥 일반식당, 비행기 좌석은 당연히 이코노미석입니다. 심지어 자신 명의로 된 자동차와 집도 없어 임대 아파트에서 아내와 함께 살고 있다고 합니다.

그를 기부 롤모델로 삼은 사람이 빌 게이츠입니다. 금액으로는 현재 빌게이츠가 1위지만, 재산 대비 기부비율 1위는 척 피니입니다. 어느 평론가는 ‘홍익인간 사회를 향한 빌 게이츠’, ‘홍익인간 세상을 향한 척 퍼니’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회사 돈을 횡령했다고 손가락질했던 사람들은 이제 그의 지지자가 됐습니다. 면세 가맹점 점주들도 함께 기부에 나서고 있습니다. 이제 언론은 그를 노블레스 오블리주(지도자의 사회적 의무)를 실천한 ‘아름다운 부자’라고 말합니다.

우리가 조금만 힘을 합하면 함께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 수 있습니다. 모두가 척 피니가 될 수는 없지만, 홍익인간을 향한 그의 활동은 누구든지 흉내 낼 수 있습니다.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고 했듯이, 자꾸 흉내를 내는 배우가 명연기자가 되는 것입니다.

저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척 피니와 같이 소비가맹점을 체인으로 운영하는 것입니다. 친지들과 함께 개인가맹점, 점포가맹점 모두를 소셜 네트워킹, 즉 사회적 연결구조로 묶어 소비생활과 경영효율을 극대화하는 일입니다.

◇필자 노규수 : 1963년 서울 출생. 법학박사. 2001년 (사)불법다단계추방운동본부 설립 사무총장. 2002년 시민단체 서민고통신문고 대표. 2012년 소셜네트워킹 국제BM발명특허 취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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