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화장품산업연구원 미국 시장 동향 발표, “VR, AR, AI 첨단기술 융합” 눈길

 
 

[뷰티한국 최지흥 기자]최근 코로나19 확산으로 국내는 물론 전세계적으로 화장품 시장이 침체기를 겪고 있지만 여전히 화장품 시장 트렌드는 움직이고 있다.

특히 국내 주요 화장품 수출국으로 부상하고 있는 미국은 프랑스와 일본과 함께 이른바 화장품 선진국으로 꼽히는 만큼 한발 앞선 트렌드 변화로 국내 화장품 기업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대한화장품산업연구원이 매년 발표하는 글로벌 주요 시장 동향 분석 보고서인 글로벌 코스메틱 포커스 2호를 분석한 결과, 최근 미국에서는 VR, AR, AI 첨단기술 융합이 주목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성 이분법(gender binary)에서 벗어나 성 다양성을 존중하고 인정하는 인식이 확대되면서 젠더리스(genderless) 제품 및 브랜드 수요가 증가하는 추세다.

화장품, 첨단기술과 만나다
최근 미국 화장품 유통시장에서는 AR(증강 현실, Augmented Reality), AI(인공 지능, Artificial Intelligence) 열풍이 거세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첨단 기술을 통해 소비자들이 다양한 화장품을 간접적으로 경험해보고 구매할 수 있게 되면서 쇼핑 과정이 더 빠르고 만족스럽게 변화하고 있으며, 다양한 제품을 빠르게 시뮬레이션 할 수 있어 소비자들의 인기가 높다는 것.

 
 

AI 기술로는 로레알(L'Oréal)의 모디페이스(ModiFace), 퍼펙트(Perfect)의 유캠(YouCam)이 대표적이다. 2018년 토론토에 본사를 둔 모디페이스를 인수하면서 뷰티 AR 부문의 주요 기업으로 떠오른 로레알은 로레알 산하 브랜드뿐만 아니라 세포라(Sephora), 에스티로더(Estée Lauder) 등 굴지의 화장품 유통 및 브랜드 기업에 맞춤형 AR 뷰티 프로그램을 제작, 공급하고 있다.

최근에는 구글(Google)과 협력해 구글 렌즈(Google Lens) 이미지 인식 모바일 앱을 이용, 로레알 산하 염색약 브랜드 가르니에(Garnier)의 다양한 헤어 색상을 스마트폰 셀카 모드로 시뮬레이션 할 수 있는 서비스를 출시했다. 이 서비스는 500여개 월마트 매장 디스플레이에서 이용이 가능하다.

또한 모디페이스는 아마존(Amazon) 웹사이트와 앱에 인공지능 기술을 적용한 가상 화장품 시뮬레이션을 선보여 소비자들이 다양한 립스틱을 체험해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아마존은 립스틱뿐만 아니라 향후 아이섀도우 등 더 많은 메이크업 제품 체험이 가능하도록 품목 군을 늘려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로레알은 2020년 1월 미국에서 개최된 세계 최대 가전·IT 박람회 ‘CES 2020’에서 2021년 출시 예정인 인공지능 기반 뷰티 디바이스 페르소(Perso)를 선보여 높은 관심을 받았다.

개개인의 피부상태, 날씨 및 환경, 취향에 맞춰 자동으로 스킨케어, 파운데이션, 립스틱 포뮬러를 제조하는 맞춤형 디바이스 페르소는 모디페이스의 첨단 기술을 접목한 획기적인 제품으로 눈길을 끈 것.

AI 기술을 접목해 반복 사용에 따른 사용자의 습관과 피드백을 페르소의 인공지능 플랫폼이 학습해 더욱 사용자에게 적합한 스킨케어와 메이크업을 제공할 수 있다고 홍보하고 있다.

AR 메이크업 앱 유캠 메이크업(YouCam Makeup)으로 잘 알려진 퍼펙트(Perfect)는 AR뿐만 아니라 AI까지 적용한 메이크업 시뮬레이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2019년에 유캠포비즈니스(YouCam for Business)를 출시하면서 본격적으로 전 세계 브랜드와 판매업체를 대상으로 서비스 제공에 들어갔으며, 대표적인 제휴 업체로는 샐리 뷰티(Sally Beauty)와 뉴트로지나(Neutrogena)가 있다.

샐리 뷰티는 퍼펙트와 제휴를 통해 ‘ColorView’라는 가상 헤어컬러 체험 키오스크를 미국 전역의 600개 매장과 모바일 앱을 통해 제공하고 있으며, 모바일 앱에서는 헤어컬러뿐만 아니라
아이섀도우, 치크, 립스틱 테스트도 제공하고 있다.

 
 

뉴트로지나는 별도의 피부분석 도구가 필요 없는 ‘Skin360’ 앱을 출시, 유캠 기술을 적용해 180도 셀카로 주름, 잡티, 다크서클 등 다양한 피부 상태에 대한 빠른 분석을 제공해 개인별 피부관리가 가능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한편 미국의 이러한 현상은 국내 기업들에게서도 나타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최근 3D 프린팅 기술을 활용한 ‘아이오페 맞춤형 3D 마스크’ 서비스를 오는 4월 말부터 본격적으로 시행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아이오페는 2017년 11월부터 5개월 동안 아이오페 랩에서 3D 마스크와 개인 맞춤형 세럼을 체험하는 시범 서비스를 운영한 바 있다. 이후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관련 기술을 급속히 발전시켜왔다.

그 결과 로레알이 참여했던 글로벌 전자제품 박람회인 ‘CES 2020’에서 아이오페 맞춤형 3D 마스크가 혁신상을 수상하는 쾌거도 올렸다.

 
 

아이오페 랩의 테일러드 프로그램은 내 얼굴 골격에 맞춰 즉석 제조되는 ‘테일러드 3D 마스크’와 개인의 피부 고민에 딱 맞춘 ‘테일러드 세럼’으로 구성할 예정이다.

‘테일러드 3D 마스크’는 최신 3D 기술을 활용해 매장에서 얼굴 골격과 사이즈를 측정한 후 3D 프린터를 이용해 즉석에서 하이드로 겔 마스크를 만들어 제공하는 서비스다. 자신의 얼굴에 최적화돼 만들어지기 때문에 들뜨지 않고 우수하게 밀착되는 장점이 있다.

또한 다양한 피부 고민에 맞춘 6가지 솔루션을 이마, 눈가, 콧등, 뺨, 입가 등 부위별로 다르게 적용할 수도 있다.

 
 

더불어 CES 2020을 통해 아모레퍼시픽은 ‘LED 플렉서블 패치’(가칭)도 선보였다. ‘LED 플렉서블 패치(가칭)’는 자유자재로 휘어지는 패치 형태의 LED를 피부에 밀착해 사용하는 뷰티 디바이스 제품이다.

초밀착 설계된 프로그래밍 LED 패치로 집중 케어가 필요한 표정 부위의 흔적을 지워주는 것을 콘셉트로 하는 해당 제품은, 휘어지는 재질의 특성을 활용해 LED 광원을 피부와 최대한 밀착시킬 수 있다. 이를 통해 피부 깊숙한 곳까지 탄력/톤업/진정 등 피부 고민에 맞춘 집중 케어가 가능하다.

화장품, 남녀의 벽을 넘다
최근 미국 시장에서 주목 받고 있는 것은 젠더리스 화장품의 강세다. 화장품 시장에 젠더리스를 표방하는 브랜드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으며, 기존 브랜드도 성별을 구분하는 요소를 없애면서 젠더리스화 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미 스킨케어 제품의 경우는 피부유형, 모공 크기, 피부 두께와 같은 개개인의 피부상태가 중요해 남녀 관계없이 화장품 구매 시 피부상태와 고민이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는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여성성 또는 남성성의 이상에 기반한 마케팅 전략보다 제품에 사용되는 성분, 생산방식을 강조하는 마케팅이 증가하는 모습이다.

많은 브랜드들이 성별, 인종의 다양성을 반영하는 광고를 내보내고 포장 방식을 적용하는 등 젠더리스 마케팅을 채택하고 있다.

 
 

젠더리스 뷰티 영역에서는 기능성과 효율성을 강조하는 편인데, 이들 브랜드는 젠더리스 제품 구매로 비용을 절약할 수 있고 남녀가 제품을 함께 사용하면서 화장품 보관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실제로 미국 공공조사 기관인 퓨 리서치 센터(Pew Research Center)가 2019년 발표한 미국인 1만 명 대상 설문조사 결과, Z세대(1997년 이후 태어난 사람들)의 59%가 성별에 대해 묻는 형태에 대해 ‘남성’과 ‘여성’ 외에 선택사항을 포함해야 한다고 답했다.

50%의 밀레니얼(2018년 기준 22-37세)과 37%의 베이비부머(2018년 기준 54-72세) 세대와 비교하면 Z세대가 상대적으로 젠더리스에 개방적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시장조사 기업 NPD Group은 이에 대해 젊은 소비자일수록 성정체성에 대해 더 포용적인 모습을 보이며 지속 가능성, 자연성분, 성별을 구분짓지 않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2018년 발표한 민텔(Mintel)의 보고서에서도 18-24세 미국 남성의 67%가 젠더리스 화장품을 사용했거나 사용을 고려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젠더리스 브랜드로 가장 대표적인 것이 디오디너리(The Ordinary)다. 캐나다 화장품 기업 데시엠(DECIEM)의 스킨케어 브랜드 디오디너리는 단순한 포장, 제품의 성분과 기능성을 강조하는 마케팅 전략,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의도적으로 젠더리스 컨셉을 나타내고 있다.

디오디너리는 제품 개발 초기에 브랜드 컨셉을 개발하는 단계에서 소비자 타깃의 성을 특정하지 않기로 하였으며, 제품 특징을 포커스로 한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

미국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화장품 기업 얼사 메이저(Ursa Major)는 부부들이 욕실에서 많은 제품을 함께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바탕으로 탄생한 젠더리스 화장품 브랜드다.

누가 어떤 제품을 사용하는지에 대한 성 고정관념을 거부하고 성별 구분 없이 사용할 수 있는 천연 성분의 스킨케어 제품을 주력으로 한다.

피부관리에 관심이 높고 고가 제품에 더 높은 비용을 쓸 수 있지만 여러 단계의 스킨케어를 번거로워 하는 소비자를 타깃으로 하며, 2020년 매출 1,000만 달러를 예상하고 있다.

그밖에 허브성분으로 비건(vegan)과 윤리를 실천하는 스킨케어 브랜드 알더 뉴욕(Alder New York), 환경보호와 자연 성분을 강조하는 로메르(Romer),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는 코아(Koa),식물성 스킨케어 브랜드 하오마(Haoma), 젠더리스 리퀴드 메이크업 라인을 선보인 제카(Geka), ‘모든 사람들을 위한 브랜드’라는 태그 라인으로 높은 인기를 얻은 논 젠더 스페시픽(Non Gender Specific) 등 다양한 젠더리스 뷰티 브랜드가 미국 시장에서 눈길을 끌고 있다.

 
 

한편 국내에서도 젠더리스를 내세운 브랜드가 탄생해 눈길을 끌고 있다. 2018년 2월 론칭된 라카는 국내 최초 젠더 뉴트럴 메이크업 브랜드를 표방하고 있으며 ‘컬러는 원래 모두의 것’이라는 컨셉으로, 컬러를 통한 즐거움에 젠더의 구분이 없어야 한다는 브랜드 철학을 강조하고 있다.

젠더 이분법으로 나뉘던 메이크업 시장을 전체성별의 시장으로 확대한다는 브랜드 메시지를 담은 것이다.

라카는 국내 첫 론칭 후 2여년 만에 헬스&뷰티숍 올리브영 700여개 매장 입점 및 일본 LOFT와 PLAZA STYLE 론칭 등 고공 성장을 이어나가며 업계에 주목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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