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이 다하는 날까지 메이크업을 놓고 싶지 않아요”

결점 없는 피부, 눈부신 외모의 완성은 메이크업이다. 아름다움으로 시선을 압도하고 많은 여성들의 워너비가 되는 배우와 모델 뒤에는 그녀들의 ‘미’를 창조해주는 이들이 있다. 전면에 드러나지 않아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뷰티 트렌드를 이끌고 여성들의 아름다움을 발견해내어 이끌어주는 그들. 바로 메이크업 아티스트다. 고객과 만나는 현장에서 혹은 촬영장에서, 또 백스테이지에서 얼굴이라는 하얀 도화지에 독창적이고 아름다운 그림을 그려나가는 톱 메이크업 아티스트들과의 릴레이 인터뷰.

 
 
“예쁜 메이크업도 많고, 예쁜 사람도 많지만 이 사람, 저 사람에게 맞는 메이크업으로 디자인해 주는 게 메이크업 아티스트다. 개개인에게 맞는 옷처럼 맞는 메이크업을 찾아내주는 게 행복하다. 나로 인해 여성이 아름다워지는 것이 행복하다”

송혜교, 유진, 원빈, 소녀시대, 에프엑스, 김하늘, 염정아, 이미연, 이영애, 최강희, 2NE1 등 최고의 내로라하는 스타들의 메이크업과 각종 뷰티 광고 및 화보 메이크업을 하고 있는 톱메이크업 아티스트 이현아 실장을 만났다.

삶 속에서 메이크업을 놓지 않겠다고 하는 그녀의 열정적이고 겸손한 메이크업 이야기.

메이크업 아티스트를 꿈꾸게 된 계기는?
요리 선생님인 어머니께서는 어렸을 때부터 ‘사람들 앞에 서는 사람은 완벽하게 꾸미고 서는 게 예의’라는 지론을 갖고 계신 분이다. 초등학교 때 어머니께서 메이크업 교육을 받고 오셔서 브러시를 사용해 메이크업을 하는 모습이 지금도 잊혀 지지 않는다. 어머니의 옆에 찰싹 달라붙어 변화하는 얼굴을 보고 있는 게 너무 행복했다. 지금도 남들이 메이크업을 하는 것을 지켜보는 게 좋다. 메이크업을 하면서 자신이 감추고 싶은 것, 부각 시키고 싶은 것이 다 담겨 있으니까. 눈과 거울로 본 자기 자신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 한계를 넘어서 매력과 아름다움을 제시해 주고 싶었다.

꿈을 이루기 위한 과정은 어떠했나?
아버지께서는 전형적이고 보수적인 한국형 아버지이다. 중학교 때, 예고에 진학하고 싶어 미술 공부를 했다가 기숙사에 들어가야 하는 것을 알고 아버지의 반대로 못 갔고, 대학교도 전주에서 서울로 가야 한다는 얘기를 듣고 심하게 반대하셨다. 고2때까지 공부한 미술을 포기하고 결국 건국대 불문학과에 진학했지만 내 길이 아니다 생각했고, 미술이나 패션 등 미에 대한 직업으로 진로를 선택하는 게 맞다 싶었다.

불문학을 전공한 것은 문학에 대한 관심이 아니라 프랑스에 가서 미술 쪽 공부를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미술의 어느 분야로 진로를 선택할까 고민하던 차에 내 방에 있던 보그 창간호가 눈에 띄었다. ‘그래, 메이크업 아티스트!’ 3학년 1학기 때 메이크업학원에 다녔고, 3학년을 마치고 런던에 있는 ‘유니버시티 오브 더 런던’에 들어갔다. 자기소개서, 포트폴리오, 학교 인터뷰 등을 혼자서 다 해냈다. 학교에 다니면서 몰튼 브라운, 맥 등 백화점 브랜드에서 메이크업 아티스트로 제품도 팔고, 상담도 해주면서 경력을 쌓았다.

한국에 와서 처음 프리랜서로 일하기 어렵지는 않았나?
영국에서 브랜드 소속 메이크업 아티스트로서 잠깐 일을 해보니 나는 프리랜서 일이 맞는 것 같았다. 굉장히 운 좋게도 영국에서 같이 공부하던 스타일리스트가 한국에서 기자를 하고 있었다. 그 친구가 손대식 실장님을 소개해줬고 그 분과 같이 일을 하면서 인맥이 많이 생겼다.

메이크업 아티스트로 일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제일 처음에 한국에 와서 힘들었던 것은 한국에서 6개월 간 메이크업 학원을 다니면서 공부하긴 했지만 외국인에게 메이크업 하는 게 더 익숙했다. 서양인과 동양인은 기본 골격 구조부터 다르다보니 서양인과는 다른 선과 색을 이해할 줄 아는 게 숙제였다.
또 유럽에서는 내추럴한 투명 메이크업이 유행하던 때였고, 한국은 시작하는 단계였다. 공부를 하고 온 것을 도입하는 과정이 시기상조였던 부분이 있었다. 2002년 가을에 한국에 와서 이듬해 봄부터 바로 일을 했던 터라 일을 하면서 많이 배운 듯하다.
메이크업은 빛에 민감하다. 색은 빛과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에 어떤 빛이냐, 사진이냐, 영상이냐에 따라 다르게 표현될 수 있다. 우리가 보여주고자 하는 만큼 그 빛을 이해하고 끌어내는 게 아티스트가 하는 일이다. 그런데 고객은 촉촉한 광 메이크업을 원하지만 조명의 느낌상, 아무리 메이크업을 해도 안 되는데 조금만 더 해달라고 할 때가 힘들다. 조명의 채도까지 계속 공부하고 배워가고 있다.

 
 
연예인과 함께 일을 하면서 재미있었던 에피소드는?
항상 재미있다. 연예인이든 모델이든 일반인이든 누군가를 만나 그 사람이 가진 아름다움에 내가 가진 미에 대한 관점을 더해 그 사람의 다른 아름다움을 끌어내는 것 아닌가? 할 때마다 재미있고 할 때마다 긴장된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작업은 작년 보그 커버 작업 당시 송혜교와 파리에 가서 현존하는 세계 3대 패션 사진작가 중 한명인 파울로 로베르시와 함께 일하게 된 게 너무 행복하고 뿌듯했다.

또 에뛰드 하우스의 모델인 2NE1 전 멤버 촬영을 하는데 24시간 동영상 촬영한 적이 있다. 만삭인 상태였고, 행복하고 사랑하는 일이지만 몸이 너무 힘들었다. 또 출산 예정일 3주 전 원빈의 커피 광고 촬영 때문에 부산에 가야하는데 비행기를 타고 갈 수가 없어 남편과 함께 KTX를 타고 간 적도 있다. 내가 하는 행동 하나하나가 브랜드의 이미지와 직결되기 때문에 항상 나의 100% 이상의 에너지를 쏟아낸다. 커리어를 유지하는 데 있어 공백이 길면 금방 잊혀 지게 되고 빨리빨리 변하는 트렌드 속에 묻히게 된다. 멋지고 재미있는 직업이지만 그만큼 부지런하고 열심히 움직여야 한다.

메이크업 아티스트를 꿈꾸는 친구들에게 조언해준다면?
선생님 중 한분이 하신 말씀이 생각난다. “들끓는 열정이 있는 사람만이 이 업계에서 성공할 수 있다.” 소소한 것에 열정을 잃지 않는 게 중요하다.

남들이 보기에 쉬워 보이지만 사실은 힘든 직업이다. 많은 것을 참고 견뎌야 하며 공부도 많이 해야 한다. 생활 속에서 바라보는 모든 것에서 영감을 얻고 그것을 새롭게 분석해 메이크업으로 표현하는 게 바로 메이크업 아티스트. 나도 런던에서 사물을 그 자체로 보는 게 아니라 그것을 따로따로 해체해서 속까지 들여다 본 다음, 다른 방법으로 붙여보는 ‘발상의 전환’으로 새로운 디자인을 연구하는 법을 배웠다. 주변의 것을 허투루 보지 말고 열심히 보고 생각하고 연습하는 게 중요하다. 또 힘들다고 금방 그만두지 마라. 당장 눈앞의 힘든 것에 굴복하지 말고 조금만 참고 기다리면 분명 나에게 돌아오는 게 생긴다.

어렸을 때부터 하고 싶던 목표를 바라보면서 하다 보니 이 자리에 와있더라. 런던에 있을 때 프리랜서로 자리 잡으리라는 확신이 없었고, 그래도 ‘나는 할거야’라고 생각하다보니 어느 날 사람들이 많이 찾아주는 프리랜서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돼있었다. 처음 이 일을 시작할 때 손대식 선생님이 광고와 패션쇼 메이크업을 하는 모습이 너무 멋있었는데, 내가 그 일을 하고 있다. 지금이 너무 행복하다. 꿈꾸고 노력하면 어느 순간 그 자리에 가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앞으로의 꿈은 무엇인가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된 이래로 10여년이 흘렀다. 지금까지 모델, 배우 등 연예인 메이크업에 집중했다면 앞으로 10년은 일상생활에서 누구나 다 예뻐 보일 수 있는 룩을 제안하겠다.
외국에는 젊은 사람들에게 뒤처지지 않는 감각과 카리스마를 소유한 50~60대 유명 메이크업아티스트가 많다. 나도 그들처럼 계속해서 메이크업을 내 인생에서 놓지 않고 싶다. 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모두가 행복하고 예뻐질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하고 싶다. 가끔 일이 힘들 때도 있지만 모델이 촬영에 들어가 너무 예뻐 보일 때는 힘들었던 순간이 다 잊혀진다. 내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이 아름답게 만들고 싶은 게 병이라면 병.

* 이현아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전하는 2013 SS 메이크업 룩

이번 2013 SS 메이크업은 팝한 컬러의 립이 유행할 전망이다. 보송보송한 느낌의 피부표현과 팝한 퓨샤 또는 비비드한 오렌지 립 컬러 등 매트한 질감의 화려한 컬러들이 등장한다.

아이브로우는 눈썹 결을 살려주고 비어보이는 공간만 채워 그려주어 자연스럽게 연출해주며 눈두덩 컬러는 자연스러운 누드계열의 펄감이 있는 섀도를 사용하여 반짝임을 더해주고 마스카라로 롱래시하며 또렷한 눈매를 살려준다. 립 컬러가 눈에 띄도록 최대한 눈가의 컬러는 다운 시켜주고 눈매만 살려주는 느낌 정도가 좋다.

립은 입가주변을 피부 톤과 같은 컬러의 컨실러를 사용하여 깨끗하게 정돈해 준 뒤 립 컬러를 사용해주면 립 컬러와 윤곽을 또렷하게 살릴 수 있으며 립 컬러와 같은 컬러의 섀도나 컬러 파우더 제품을 사용하여 입술에 톡톡 올려주면 좀 더 매트하며 벨벳느낌의 립을 연출해 줄 수 있다.


 
 
나스 ‘벨벳 매트 립펜슬 볼레로 컬러’, ‘레드스퀘어 컬러’ : 매트한 질감의 비비드한 컬러 연출이 가능하며 틴트 느낌으로 번진 듯한 느낌을 연출하기에도 효과적이다.

입생로랑 ‘틴트 8번 orange de chine’ : 비비드한 오렌지 컬러로 립스틱을 바른 듯한 높은 발색력과 글로스를 바른 듯한 질감, 부드럽고 촉촉한 틴트 느낌의 다양한 연출이 가능하다.

라네즈 ‘에어 라이트 파운데이션 SPF25/PA++’ : 부드러운 발림성과 빠른 밀착력으로 피부에 부담감 없이 편안한 피부 톤을 만들어주는 파운데이션 제품이다.
 

사진=김세진 studiomandoo@gmail.com
신원경 기자 lovesleep28@beautyhankook.com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작권자 © 뷰티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